붓다의 치명적 농담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

한형조 지음

문학동네 펴냄


처음 접한 불교 계열 서적이다. 이 책이 펼쳐 보이는 불교는 인식론이었고 인지과학이었다. 세상을 탐욕과 분노와 무지(貪瞋癡, 탐진치)로 왜곡시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세상의 진실을 인식할 수 있고, 그래야 고요한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

금강(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핵심을 친숙한 언어로 편안하게 설명해준 저자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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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고전총서 019, 순수이성비판

임마뉴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을 논증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힌다. 그리고 칸트는 인간의 사변적 이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논증한다. 하지만 칸트는 사변적 이성보다 실천적 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혐오스럽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윤리적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 그리고 자유로운 판단을 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가 답을 구하려했던 문제는 '순수이성의 종합적 판단이 가능한가?' 였다. 다시 말해,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이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사고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형이상학 그 자체는 아니지만 형이상학이 가능한 것인지, 다시 말해 인간이 추구해도 좋은 학문인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년 내내 읽었지만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내년에도 계속 읽어야겠다.
좋은 번역서 1권이 좋은 해설서 10권보다 낫다. 이런 번역서가 존재하는 것은 축복이다. 역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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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라파르그는 마르크스의 사위다. 그리고 빨갱이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자다. 공산주의자로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변혁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파한다.

한국사회는 빨갱이라는 색칠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다. 어떤 논리든, 어떤 인물이든 일단 빨갱이라는 색을 씌우고나면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이래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이런 색칠 씌우기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면 자기 머리로 자기 생각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얇지만 영양가 있고 재밌는 책이다. 저자는 재치있는 필체로 자기 논리를 펼친다. 번역도 훌륭하다. 달 밝은 한가위,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기에 좋은 책이었다.

게으를 권리, 폴 라파르그 글모음
폴 라파르그 지음
차영준 옮김
필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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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계사 강의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
부키 펴냄

주역은 매력적인 책이다. 평생 두고 읽을 책이다. 주역은 변화를 말한다. 끊임 없는 변화가 세상의 본질임을 설명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변화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진화론의 관점과도 닿아 있다.

길한 일이 있으면 흉한 일이 있다. 지금 괴롭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더라도 끝내 좋은 시절이 오고야 만다. 절대적으로 길한 일도 없으며 절대적으로 흉한 일도 없다. 때를 살펴 매사에 조심스럽게 임할 일이다.

남회근 선생은 존경할만한 저자다. <논어 강의>에 이어 또하나의 좋은 강의를 만났다. 번역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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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잘난 삶을 살지 못한 나에겐 과거의 기억들이 무척 불만스럽다. 때론 과거의 기억 한토막을 곱씹으며 분노나 후회에 휩싸이곤한다. 아직 이룬게 없는 나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미래에 이뤄야만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일분 일초를 어떻게 써야할까 초조해하곤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다. 과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내주지 말라고 한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금 더 알게 됐다. 내 안에는 끊임 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생각과 감정은 다른 것이다. 때로는 정체만 알아도, 이름만 붙여도 흐릿한 상황이 정돈된다. 이 책은 생각과 감정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주지 말고 한발짝 물러서서 어떤 생각이 흘러가는지 어떤 감정이 솟구치는지 관찰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찰하고 있는 진정한 자신을 느끼라고 한다. 흠잡을 데 없는 번역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노혜숙, 유영일 옮김
양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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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독후감 2009. 11. 12. 23:12

니코마코스 윤리학

Ethica Nicomachea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이창우, 김재홍, 강상진 옮김
이제이북스 (EJB)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를 위해 지은 책이다.
"어떻게 살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인간의 선함과 행복 등에 대해 고찰한다. 선함을 행하는 사람이 선한 사람이고 정의를 행하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선하고 정의로운 행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성과 품성을 갈고 닦자고 주장한다. 

주제별로 충분한 정도까지,
그리고 그정도까지만, 논의를 진행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도가 신선했다.
이미 존재하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펴고, 주장하는 바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의문에 답을 내린다. 항상 '왜?'라고 묻고 다른이의 '왜?'에 대해 답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논어는 훌륭한 성인(공자님)의 말씀을 반론 없이 긍정하고 그 가르침을 전하는데 주력한다. 진리를 대하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중용을 중요한 미덕으로 강조한다. 
모자람과 지나침 모두를 악덕으로 경계한다. 모자람과 대치되는 것은 지나침이 아니라 중용이다. 마찬가지로 지나침과 대치되는 것 역시 모자람이 아니라 중용이다. 논어에 나오는 '過猶不及(과유불급, 모자람과 지나침 모두 나쁜 것이다)'과 맥이 통하는 가르침이다. 동양과 서양의 가르침이 놀랍도록 똑같다.

엄밀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해야겠다. 
단어를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해 풍부하게 주석을 달아 놓았다. 주석을 통해 번역자의 의도를 어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계적인 번역이라 아쉬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고자 한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말로 풀어낸 번역이 아니라 원서의 단어와 문법 구조에 천착해서 글자를 글자로 옮긴 번역이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번역 스타일이다. 그리고 번역 수준이 챕터별로 일정하지 않다. 번역만 놓고 보면 추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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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이다

독후감 2009. 3. 25. 09:06
이 책의 저자 '왕멍'은 중국 공산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문필가다.
이 책을 출판할 당시 저자는 70 세였다. 저자는 10 대초반의 어린 나이에 중국의 공산당 혁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항상 잘나가던 인물은 아니었다. 20 대에 쓴 책이 문제가 되어 사상범으로 몰렸고, 상당히 오랜 세월을 중국의 변방에서 막노동 하며 지냈다. 그가 중앙 정치 무대에 다시 서게 된 것은 그의 나이 60 이 넘어서였다.

저자는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스스로를 농부라 하기에도, 정치가라 하기에도, 문필가라 하기에도 어정쩡했다. 고민 끝에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학생'이었다. 중국 변방에 유배돼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은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끼는 기쁨 때문이었다. 저자는 그곳에서 '위구르어'를 배웠다. 저자는 '무언가 배울 수 있는데 왜 절망하는가?' 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제발 나를 읽으란말야' 하면서 나를 따라다닌 책이다. 결국 인연을 맺어 읽게 됐고, 무척 좋은 느낌을 받았다. 삶에 임하는 에너지를 가득 충전 받은 느낌이다. 읽는 맛이 매끄럽지만은 않은데, 번역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글투가 그런 것 같다. 구조적으로 잘 설계된 책이다. 흠이 있다면 표지가 그리 멋지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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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노 철학자의 지혜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펴냄


러셀은 특이한 철학자다.
100년 가까운 삶을 통해 치열한 행동을 보여준 행동파다. 그런데 그의 글은 투박하기 마련인 행동파의 글 답지 않게 재치가 넘친다. 말빨이 세다. 그의 글을 읽자면 집중해야 한다. 현란한 글의 파도가 어디를 향하는지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파도를 헤치고 나면 직관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러셀의 수필들을 모은 책이다. 그런데 수필집 답지 않게 의외로 집중력이 있다.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장이 있다. 그것은 합리성을 갖자는 것이다. 불합리한 맹신과 맹종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또한번의 세계 대전을 앞둔 혼돈의 시기, 파시즘과 공산주의 혁명으로 들끓던 맹목과 맹종의 시기에 외쳐진 주장이다. 스스로의 주장대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고자 노력한 러셀의 지성을 느낄 수 있다.

책이 얇고 표지가 예쁘다.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번역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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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독후감 2008. 10. 18. 22:48
철학에 관심을 갖고 서점에 가면 가장 만만하게 눈에 띄는 책이 이책이다.
윌 듀란트(Will Durant)는 미국의 철학자다. 이책은 1926 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당시에 상당히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였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학의 즐거움'이라는 속편도 나왔다.

이책의 장점은
고대의 소크라테스부터 현대의 베르그송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선택한 주요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고급스럽게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 진열대에서 보석을 고르듯이 자기 마음에 드는 철학자를 고를 수 있다.

이책을 읽으며 스피노자와 쇼펜하우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피노자의 경우, 종교에 대한 그의 관점에 무척이나 심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그 이름이 '쇼팽'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정말 무식하고도 용감하게, 감성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책을 통해 그가 상인의 피를 이어받은 무척 현실적인 철학자였으며, 지극히 이해하기 쉬운 평이한 언어로 책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회가 되면 스피노자와 쇼펜하우어의 책을 찾아 보리라.

개인적으로 이책의 주인공은 소크라테스라고 생각한다.
별도의 챕터도 없이, 플라톤을 소개하는 챕터에서 곁가지로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고 따스한 언어로 그를 소개한다. 공자와 석가와 소크라테스가 함께 존재했던 BC 500 년대는 인류에게 있어, 믿을 수 없는 행운의 시기였다. 나는 너무 늦게 태어난 것 같다.

이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내가 본 책은 표지가 예쁘지 않았다. 번역은 특별한 오류 없이 평이했다.


출판사: 육문사
저자: 윌 듀란트 (Will Durant)
역자: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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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언제고 한번 넘어보고 싶은 산이다. 사람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 받고 태어난 이상, 여력이 된다면 언젠가 철학이라는 것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런 과정에서 칸트는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짧은 소견으로 무리해서 정리하자면, 동양철학은 관계에 대한 철학이다. 개인의 존재와 현실의 존재를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그위에서 해야할 바를 논의한다. 반면 서양철학은 존재의 철학이다. 개인의 존재를 의심하고 현실의 존재를 의심하며 이에 대해 논의한다. 그래서 동양철학이 논의해온 내용과 서양철학이 논의해온 내용이 다르다.

칸트는 일련의 비판서를 저작하면서 제일 먼저 이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의 한계를 구분짓는 작업을 한다. 개인의 존재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현실을 개인 인식 속의 환상으로 취급하던 관념론과, 현실의 존재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개인의 자유 의지를 부정하던 경험론 사이에서 철학이 무한 방황할 때, 칸트는 꽤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인간이 이성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순수이성비판에 실린 내용이다.

그린비의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는 한국인 저자 진은영씨가 칸트를 기반으로 새로 지은 책이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인데, 그 설명이 쉽고 흡인력 있다. 이책을 계기로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를 섭렵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직 칸트의 원본 저작을 접하지 못했다. 계속 주변 해설서만 맴돌고 있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 계기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책도 하나의 계기가 돼줬다.

글쓴이 진은영
펴낸곳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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