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의무론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키케로 지음
허승일 옮김
서광사 펴냄


키케로는 기원전 50년경의 로마 정치인이다. 그는 황제가 되려는 카이사르에 맞서 공화정을 수호하려했다. 그러다 결국 카이사르의 후예들에게 죽음을 당했다. 이 책은 키케로가 죽기 얼마 전에 그리스에서 유학하고 있던 아들에게 전한 편지다. 그는 편지를 통해 윤리학에 대해, 즉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친다.

윤리학에 대한 고민('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왜 살아야 하는가?')과 맞닿아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 독서모임을 통한 토론 덕분이었다. 개인적인 독서에서 그쳤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라틴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다고 하는데, 그닥 좋지 않았다. 읽을만은 했다 (번역 별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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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


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염정용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011.6.13.
저자는 인간의 도덕관념이 신의 하사품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인간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당위적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지적한다. 도덕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일 때에만 지켜질 수 있으며 가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다. 매끄러운 문장은 아니었으나 정확한 번역이었다.


2018.6.16.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이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한다. 인간이 윤리학을 갖게 된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고찰한다.

독서하면서 내게 선악을 구별할 능력이 있는지, 만약 구별할 수 있다면 굳이 선을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독서모임 토론 과정에서 귀한 조언을 들었다. 지금 갖게 된 생각을 메모해둔다.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선악 기준 따윈 없다. 각자가 가진 기준을 모아 보편적인 기준을 지칭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선악 기준이 먼저 존재하고 개인들이 그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각자의 선악 기준이 먼저 존재하고 이를 종합해서 보편적 기준을 지칭하는 것이다.
개인은 미미할지라도 분명 보편적 기준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살아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아집을 버리고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기준을 좀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다. 선과 악이 있을 때 선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라고 생각한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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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대우고전총서 0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철학 교수가 되고 싶던 칸트는
오랜 기다림 끝에 46세 되던 1770년에 비로서 교수직을 얻는다. 그리고 57세 되던 1781년, 10년 동안 집필한 "순수이성비판"을 세상에 내놓는다.

"순수이성비판"은
인간의 인식 능력에 관한 책이다.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고찰한다. 인간이 "감성"으로 감각한 내용을 "범주"에 따라 분류하고 종합해서 "인식"을 만들어낸다는 칸트의 설명은 "뇌과학"의 성과가 축적된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존경스러운 칸트는 fMRI 같은 계측 장비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이성을 섬세하게 갈고 닦아 인간의 인식 능력을 탐구했다.

백종현의 "순수이성비판" 번역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다. 분량과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1권 독서에 7개월, 그리고 2권 독서에 7개월이 걸렸다 ('17년 1월초~'18년 2월말). 오랫동안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엔 공들인 번역의 덕도 컸다. 이정도 수준의 칸트 번역서를 갖고 있는 언어는 몇 안될 것 같다 (번역 별4 ★★★★).

1권은 감성과 지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1권 독후감 참조).
인간이 경험으로부터 인식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원리를 설명한다.

2권은 "이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사변이성(생각하는 이성)은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고민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사변이성의 능력으로는 이 이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사변이성으로 이 이념들을 이해하자면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칸트는 이 모순을 순수이성의 오류추리 사례와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이해하고자 욕망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무능한 이성을 인간은 왜 갖고 있는 것일까? 칸트는 실천이성에서 인간이 이성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를 찾는다. 인간의 사변이성은 오류투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천이성을 통해 "세계 (즉, 우주)"를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인간이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자면 "영원한 삶 (즉, 영혼)"과 "신성한 의지 (즉, 신)"를 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변이성이 "영혼", "우주", "신"을 욕망하는 이유다.
비록 사변이성으로 "신"과 "영혼"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신"과 "영혼"을 가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를 가정하더라도 경험적 세계의 객관적 법칙들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사변이성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 실천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순수이성비판"은 "실천이성비판"의 거대한 예고편인 것 같다.

차분한 칸트와 열정적인 니체를 읽고 얻은 결론은
모두 "도덕적 삶"이었다. 니체는 신의 도움 없이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즉, 도덕을 창조하는)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칸트는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라고 말한다.

이번 독서 덕분에 독서 근육이 강해졌다.
특히나 독서 지구력이 강해진 것 같다. 독서 도중 자주 맥락을 놓쳐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이제 "순수이성비판"의 어디를 펴도 흐름 상 어디쯤 위치하는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칸트(1724~1804)는 80세를 일기로 죽기 직전 "Es ist gut (좋다)" 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독서를 마치며 비슷한 말을 남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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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1권

대우고전총서 0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1권과 2권으로 구성된 백종현 역 순수이성비판의 1권을 모두 읽었다. 1월1일부터 시작해서 7개월 만이다 (지금은 7월 거의 마지막 날). 부지런히 독서하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1,2권을 모두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순수이성비판 1권까지의 핵심 키워드는 범주였다. 1권의 체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직관 (범주가 적용되는 대상)
  2. 4항/12목 판단형식 (범주를 유추하는 시작점)
  3. 4항/12목 범주 (범주의 등장)
  4. 범주에 대한 선험적 연역 (범주의 사용은 타당한가?)
  5. 범주별 도식 (범주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가?)
  6. 범주별 원칙 (범주를 어떤 원칙 아래에서 적용해야 하는가?)


책 첫머리에 있는 '순수이성비판 해제'는 처음 읽었을 때보다 칸트의 글을 읽고 난 후 읽었을 때 더 도움이 됐다. 모호했던 칸트의 글을 역자가 훌륭하게 요약하고 해설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서 초반, '초월적'이라는 말과 '초험적'이라는 말이 뭐가 다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어렴풋하게 다음과 같으리라고 짐작한다.

  • 초월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 시간과 공간은 지각의 형식이다)과 관계 있는 것들 ('선험적'과 비슷할 때가 많은 말)
  • 초험적: 경험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것들 (이것도 '선험적'과 비슷할 때가 많은 말)


무의미한 말일 수도 있지만, 재밌다. 반복해서 읽으면 결국엔 이해될 수 있는 '말이 되는 한국어'로 번역한 역자의 노력 덕분인 것 같다.



2017.8.12.
'선험적', '경험적', '초월적', '초험적' 용어에 대한 자료가 있어 첨부한다.

25-01_칸트 철학에서 선험적과 초월적의 개념 그리고 번역어 문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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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가 정의한 12가지 판단형식과 여기에 근거한 12개 범주에 대한 훌륭한 요약을 발견하여 메모로 남긴다.
출처1: http://blog.naver.com/mysig21/220219478863
출처2: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진은영 지음)

범주에 대한 반복적인 학습과 이해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막연히 '그런 단어(범주)가 있었지' 정도로 두리뭉실 넘어가면 책의 줄거리를 따라가기 힘들다. 어떤 판단을 보고 해당 판단이 12개 판단형식들 중 어떤 형식들을 사용한 것인지, 12개 범주들 중 어떤 범주들을 사용한 것인지 설명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12개 판단형식과 12개 범주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번역어의 생소함 때문이다. 낱말만 보고는 '무한판단', '선언판단' 같은 용어의 의미를 짐작도 하기 힘들었다. 뜻과 사례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용어의 의미를 익히는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12가지 판단형식

전칭판단 모든 A는 B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특칭판단 어떤 A는 B다. '어떤 사람은 학생이다.'
단칭판단 A는 B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이다.'

긍정판단 A는 B다. '쾰른의 돔은 높다.'
부정판단 A는 B가 아니다.(계사부정) '영혼은 죽지 않는다'
(칸트는 이런 판단을
단순히 죽는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김.
죽는 영혼은 없다로 해석됨)
무한판단 A는 ~B이다.(술어부정)
현대논리학에서 무한판단은
긍정판단의 한 종류로 여겨짐.
'영혼은 불사이다'
(칸트에 따르면 이 판단은
단순히 영혼이 죽지 않는다는 판단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대개념인 불사를
주어에 부여함.
'영혼은 죽지는 않는 것이다' 또는
'죽지는 않는 영혼이 있다'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영혼과 결부될 수 있는 술어가
특정 영역은 배제되지만 무한하게 된다.
가사적인 것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즉 가능한 술어가 무한한 동시에
제한되었기 때문에 '무한판단'에서
'제한성'의 범주가 도출된다.)

정언판단 A는 B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이다.'
(주어와 술어의 관계)
가언판단 만일 A가 B면, C는 D다. '만일 눈이 온다면 버스가 끊길 것이다.'
선언판단 A는 B거나 C거나 D이다. '꽃이 피거나 피지 않을 것이다.'

개연판단 A는 B일 수 있다.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실연판단 A는 B다. '지금 비가 온다.'
필연판단 A는 B이어야 한다.

'5+7은 12 여야만 한다.(5+7=12)'


그리고 이 12개의 판단형식으로부터 정리된 12개의 근본적이고 선험적인 범주는 다음과 같다.
(1) 분량(양, 많고 적음): 전체성, 다수성, 단일성
(2) 성질(질, 유무 또는 여부): 실재성, 부정성, 제한성
(3) 관계: 실체/속성, 원인/결과, 상호작용
(4) 양상: 가능/불가능, 현존/부재, 필연/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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