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Paul Krugman : Peddling Prosperity

 

폴 크루그먼(1953~)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
부키 펴냄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미국 경제를 다룬다. 저자는 그 시기에 전문성 없는 보따리장사치들이 미국의 경제 정책을 좌우했다고 비판한다. 레이건 시대에는 공급중시론자들이, 클린턴 시대에는 전략적 무역론자들이 너무도 간단한 처방을 제시했다. "이것만 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그들의 주장은 시간이 지나며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기 침체를 겪으며 고생한 다음이다. 경제 분야의 보따리장사치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국민들이 경제를 알아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들의 조직된 힘" 없이는 되는 일이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 사는 게 쉽지 않다.

 

좋은 책이다. 하지만 번역이 나쁘다. 원글의 의미를 반대로 해석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 AI의 도움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번역 별 2.5 ★★☆).

 

이해가 어려웠던 문장들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르는 비용이 낮은 실업율에 따르는 수익을 초과했다고 생각될 때까지 경제를 확대하라.
확실히 생산성이 자본주의와 노동 자체가 모욕당한, 그리고 사회를 결합시켜 주는 고상한 가치와 위선의 혼합이 그 접착력을 잃어버린 10년 동안 악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다.
공급 중시론자들은 그렇게 숙명론적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호황과 불황을 조세 정책이 경제를 자극하거나 저해한 결과라고 보았던 것이다.
미국 경제 및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관한 전략적 무역론의 견해는 본질적으로 경영 컨설턴트의 견해이다. 그러므로 전략적 무역론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국민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올릴 수도 있게 한다.
전략적 무역론의 본질은 경제 전체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개별 기업을 유사하게 보는 데 있다. 만일 미국이 1950년대처럼 대규모 자급 자족 경제라면 이러한 유추는 분명히 의미를 가진다—스스로를 위해 생산하는 경제가 자신의 소망 이외에 다른 어떤 것과도 경쟁하지 않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전략적 무역론자들이, 미국이 국제 무역에 개방되어 있어 모든 것이 다르다고 논하는 것은 명백히 본질적인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 수출품의 추가적인 1달러는 극히 일부만이 제조업 부문에 더해지고, 반대로 제조업 수입품의 1달러의 대부분은 제조업 부문의 고용보다 서비스 부문의 고용을 대체하게 된다.

 

 

Posted by ingee
,

투명한 나선

 

히가시노 게이고(1958~ 2026) 지음
김선영 옮김
북다 펴냄

 

잘못된 만남은 재난과 같다. 내가 선택할 수 없던 재난일지라도 일단 맞닥뜨리면 최선을 다해 피해야 한다. 소설은 주인공 '소노카'를 재난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분투하는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다. 특히 '소노카'의 여린 본성을 헤아려 배려해 주는 '마쓰나가 나에' 여사가 인상적이었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모습을 닮고 싶었다.

 

읽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또 한 권 줄었다. 작가의 부고가 안타깝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니체의 인생 강의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이진우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EBS에서 진행한 방송 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그래서 구어체 문장이 친근했다. 장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대중을 상대로 하는 강의여서 그런지 설명이 엄밀하지 못했다. 단점이다. '영원회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두리뭉실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젊은이들도 제가 20대에 던졌던 문제를 똑같이 고민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사실 세상은 끊임없이 돌고 돌 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입니다.
(2강 신의 죽음, 허무주의를 끌어안다. 책 26% 위치)
이렇게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주체할 수 없는 사치심, 견디기 어려운 지적 허영심 같은 것이 있나요? 한번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영원회귀를 나타내는 현상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위협적인 사상입니까.
(5강 영원회귀, 삶을 긍정하라. 책 59% 위치)

 

니체는 어떤 증거와 논리를 기반으로 영원회귀를 주장한 게 아니다. 영원회귀는 니체가 독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지금의 삶이 또 반복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지금의 삶이 그 기쁨뿐 아니라 슬픔까지 반복되어도 그것을 긍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삶은 허무하도록 무의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를 외치는 용기를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책이 예로 든 "비슷한 것의 반복"은 니체의 영원회귀가 아니다. 책의 두리뭉실한 설명이 니체의 날카로운 질문을 무디게 만들었다. 책의 설명에 실망했다.

 

 

Posted by ingee
,

니체 -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

 

고병권 지음
소명출판 펴냄

 

좋은 책인데 구하기 어려웠다. 종이책은 절판되었고, 전자책도 교보 eBook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자책 편집이 독서를 방해할 만큼 엉성했다. 제목이 중간에 잘리는 경우도 있었고, 몇 페이지에 걸쳐 본문 없이 주석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도처에 띄어쓰기가 무너진 곳이 있었다. 책 20% 분량을 차지하는 2부는 실망스러웠다. 맥락이 다른 이야기를 억지로 덧붙인 느낌이었다.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는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다듬어서 읽기 좋게 재출간되면 좋겠다.

 

제목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은 해석의 다양성과 행위의 다양성을 뜻하는 것 같다. 생명의 무궁한 시행착오가 떠올랐다. 니체는 "차이"를 강조했다. 차이에 대한 인정이, 차이를 불편해하지 않는 태도가 삶을 긍정하는 바탕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긍정의 철학자이자 격려의 철학자였다. 삶을 사는 우리를 목청껏 응원한다. 남들과 다른 나의 해석을 주장하라고 격려한다. 삶을 긍정하라고, 살아남으라고 격려한다.

귀족들은 자신을 긍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와 달리 노예는 타자에 대한 부정과 비난에서 시작하고 있다.
(책 21% 위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힘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생명 자체는 권력의지다.
(책 53% 위치)

 

읽고 보니 니체 철학은 분석할 대상이 아니라 공감할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논리적인 설명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의 선명한 선언에서 청량함을 느껴야 하는 거였다.

 

"영원회귀"에 대해 깊게 느낀 바가 있었다. 영원회귀는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삶이 그 슬픔까지 반복되어도,
그 삶 너머에 다른 피안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어도,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
"한 번 더!"라고 외칠 수 있는가?
그 영원한 회귀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어린아이가 될 수 있는가?
그래서 자기만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가?

 

순간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점이다. 순간이라는 입구에서 하나의 기나긴 길은 뒤로 달리고, 다른 길은 앞으로 달린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는 순간이라는 출입구 안에서 공존한다.
(책 60% 위치)

 

 

Posted by ingee
,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민음사 펴냄

 

작가는 다정다감하고, 말 잘하고, 그러면서도 여린 사람인 것 같다. 단편집 곳곳에서 그런 느낌이 배어난다. 하지만 그의 자전적 소설 "도쿄 팔경"을 읽고 질려 버렸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그를 만났다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해서 피했을 것이다.

 

때로는 작가의 됨됨이와 문학적 성취가 별개인 경우가 있다. 다자이 오사무가 그렇다. 그의 됨됨이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그의 작품은 재밌다. 이번 독서 덕분에 "데카당(퇴폐적 탐미주의자)"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그는 데카당이었다.

 

이 나이(스물넷)가 돼선, 어디가 틀렸다고 들어도, 저는 이제 고칠 수가 없습니다.
('여치' 편)
기억해 두는 게 좋아. 넌, 이미 청춘을 잃었어. 제법 점잔 빼는 얼굴을 한 삼십 줄 남자다.
('도쿄 팔경' 편)
반한 게 잘못이냐?
('카치카치산' 편)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