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지음
시대의창 펴냄

위정자들의 패권경쟁과 그에 따른 전쟁이 극심했던 중국의 전국시대, 강력한 규율과 이론으로 무장한 천민 출신의 정치 결사체가 있었다. 스승 묵자를 따르는 묵가 무리였다. 이들은 공격 당하는 작은 나라에 들어가 방어 전쟁을 지휘하기도 하고, 작은 나라를 공격하려는 큰 나라에 들어가 침략 전쟁을 벌이지 않도록 제후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묵자는 공자의 학문을 계승하여 보다 현실성 있는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묵가도 유가처럼 인의(仁義)를 주장했다. 유가와 달랐던 점은 인의(仁義)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했다는 점이다. 묵가는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이유가 인간 상호간의 이익(交利)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묵가는 유가와 달리 학문의 성과가 개인의 인격 수양에만 머물지 말고, 사회의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인 상호간의 이익(交利)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조절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회 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신분에 상관 없이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보장 받는 것이 하늘의 뜻(天志)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하늘의 뜻(天志)을 잘 받드는 사람을 천자(天子)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생에 따른 신분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기원전 400년경의 주장임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논어를 읽으며 공자님을 존경하게 됐다. 하지만 공자님의 이야기를 되씹을 때마다 해결되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이번 묵자 독서를 통해 그 허전함의 정체를 알게 됐다. 공자님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과 파격, 그리고 한계와 대안을 알게 됐다. 공자님과 논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보람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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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철학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스님 지음
수오서재 펴냄

매년 겪는 일이지만 작년보다 한살 더 먹었다. 삶의 무게와 권태가 더 심해졌다. 무언가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잔다. 평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내가 이 책을 만난 이유일 것이다.

좋았던 이야기 하나.
당신은 무엇을 잘하거나 어디에 유용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다.

좋았던 이야기 둘.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거든 조속한 해결을 재촉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동안 함께 버텨주어야 한다. '함께 버틴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좋았던 이야기 셋.
깨달음은 시작일 뿐이다. 깨달은 후에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격을 닦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훌륭한 요약과 함께 책을 권해준 청년이 고마왔다. 젊은 사람에게서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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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심리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펴냄


열하일기 해설서다. 김혈조 번역의 열하일기 1,2,3을 읽고서 고미숙 작가의 이 책을 읽었다.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었는지, 읽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미숙 작가는 연암이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연암의 삶과 사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해설한다. 연암과 다산을 비교한 짤막한 글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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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역사

열하일기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돌베개 펴냄


연암 박지원(1737~1805)은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에 다녀온다. 연행 당시 연암의 나이는 44세였다. 그 때의 기록이 열하일기다. 매일매일 날짜, 날씨, 행적을 기록한 글이 반절이고 (그래서 열하 '일기'), 특별한 만남이나 감상을 따로 기록한 글이 반절이다.

청나라는 만주족이 한족을 정복하고 세운 나라다. 여행길에서 연암은 만주족과 한족 이외에도 몽고, 일본, 유구(오키나와), 서번(티벳), 섬라(태국)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열하일기 속의 청나라 황제는 조선 사신을 각별히 배려한다. 조선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컸다. 고구려가 수나라를 격파한 사실이 중국에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지나는 지역, 만나는 인물을 순서대로 나열한 기행문이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문장의 논리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애 쓸 필요가 없어 편안했다. 무엇보다 연암 스스로가 소탈하고 유머 넘치는 인물이어서 그가 만드는 사건과 나누는 대화가 모두 재밌었다. 책 중간중간 사진이 많았는데 전자책 단말기로는 느낌이 안 살았다. 읽는 내내 종이책을 살걸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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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역사

2018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18.12.31 11:06

2018년에는 30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는 독서 패턴을 조금 바꿔봤다. 한 달 정도 같은 주제를 유지하면서 관련된 책들을 연달아 읽었다. 주어진 주제를 더 깊이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의 맥락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내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분야별로 좋았던 책들을 꼽아본다.

철학 분야
바가바드 기타
살다보면 사는 이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수학 분야
틀리지 않는 법
올바르게 이해해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

과학 분야
이기적 유전자
게임이론과 진화학의 만남

실용 분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현명해지려면 현명하게 독서 하라

문학 분야
당신 인생의 이야기
황당한 생각이 개연성 있게 납득되는 마법

사회 분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유쾌한 인생 이야기 (살고 죽는 이야기)

역사 분야
갈리아 전쟁기
무적 카이사르의 무용담

심리/인지과학 분야
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
우리는 선악을 구분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

올해 읽었던 과학 분야 책들은 모두 좋았다. 최고로 꼽은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이고, '과학혁명의 구조'와 '시간의 역사'도 읽을 수 있어 영광일 정도로 좋았다.
'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는 키케로의 '의무론'과 같은 맥락에서 읽은 책이다. '윤리학' 관점에서 삶을 고민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굳이 올해 최고의 책을 한 권만 꼽자면,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이다.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현명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엔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읽을 참이다. 작년에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독서하는 힘이 크게 늘어난 것을 느꼈다. '실천이성비판'은 '순수이성비판'보다 더 많이 추천 받는 책이다.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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