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비판

Kritik der Urteilskraft

 

임마누엘 칸트(1724~1804)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19개월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을까?'였다. 이 책을 읽은 보람도 그 질문이었다. 이제 철학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철학은 가치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리 없지만, 이 책을 읽은 시간은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판단력비판』은 1790년, 칸트 나이 66세에 출판됐다. 아카넷 백종현 번역은 역자의 '판단력비판 해제' 100쪽, 판단력비판 2판의 번역 450쪽, 판단력비판 1판의 '서론' 덧붙임 70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2판 번역이 끝나는 지점에 1판의 서론이 덧붙여져 있는데, 독서를 마무리하면서 내용을 되돌아보는 데 도움 됐다. 역자의 배려라고 느꼈다.

 

칸트의 생각에 영향을 준 그 시대 인물들을 연표로 그려 보았다.

칸트는 뉴턴 역학이 제시하는 물리법칙의 확실함에 매료됐던 듯 하다. 그리고 수학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를 보이는데 이는 오일러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책 곳곳에서 동시대의 철학자였던 흄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반론을 펼친다.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천재성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책 어딘가에 천재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챕터가 있었다.

 

책을 사서 쟁여둔 지 10년 만에 칸트의 비판 시리즈를 완독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인간의 지성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인식할 수 있는지 비판한다.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의욕 해야 하는지 비판한다. 『판단력비판』에서는 인간의 판단력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비판한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의욕 해서 현실화시키는 존재다. 우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존재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다.

p559 §91
우리는 도덕법칙이 우리에게 궁극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에, 그러니까 우리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에 맞게 우리가 처신하는 한에서만, 우리 자신을 그러한 궁극목적으로 간주할 수 있다.

 

10년 전 이 책을 살 때는 '절판되기 전에 쟁여두자'는 생각으로 샀다. 하지만 이 책은 쇄를 거듭하면서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 이런 좋은 번역서가 만들어지고 또 잘 팔린다는 사실에서 칸트 철학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200년 넘는 시간을 넘어 칸트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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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성비판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칸트의 생애
1770년(46세) 쾨니히스베르크 대학 철학교수 됨
1781년(57세) 순수이성비판 출간
1788년(64세) 실천이성비판 출간
1790년(66세) 판단력비판 출간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중 하나만 읽을 수 있다면 실천이성비판을 추천하겠다. 하지만, 순수이성비판을 읽지 않고는 실천이성비판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실천이성비판이 순수이성비판에서 논의했던 개념들을 많이 인용하기 때문이다. 준수한 그리고 존경할만한 번역이었지만 순수이성비판 때보다 다소 거친 느낌이었다 (번역 별 3.5 ★★★☆).

사람이 사는 이유를 고민하게 됐다. 책에 의하면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산다. 사람은 선한 행위를 의무로 삼아야 한다. 사람은 이성을 통해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선함을 선택하지 않는다. 선함을 선택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다. 선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함을 가져다 주더라도 그것이 선하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선함을 실천하는 사람이 인격자다. 그런 사람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칸트와 논어가 서로 통한다고 느꼈다. 논어를 처음 읽었을 때는 착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반복해 읽을수록 착하게 (도리에 맞게) 살기 위해서 지혜를 갈고 닦아야 함을 느꼈다. 반면 칸트를 처음 읽었을 때는 똑똑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을 읽으면서 이성을 부여받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착하게 사는 것이 도리임을 느꼈다.

또 하나의 인생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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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대우고전총서 019

 

임마누엘 칸트(1724~1804)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철학 교수가 되고 싶던 칸트는
오랜 기다림 끝에 46세 되던 1770년에 비로서 교수직을 얻는다. 그리고 57세 되던 1781년, 10년 동안 집필한 "순수이성비판"을 세상에 내놓는다.

"순수이성비판"은
인간의 인식 능력에 관한 책이다.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고찰한다. 인간이 "감성"으로 감각한 내용을 "범주"에 따라 분류하고 종합해서 "인식"을 만들어낸다는 칸트의 설명은 "뇌과학"의 성과가 축적된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존경스러운 칸트는 fMRI 같은 계측 장비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이성을 섬세하게 갈고 닦아 인간의 인식 능력을 탐구했다.

백종현의 "순수이성비판" 번역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다. 분량과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1권 독서에 7개월, 그리고 2권 독서에 7개월이 걸렸다 ('17년 1월초~'18년 2월말). 오랫동안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엔 공들인 번역의 덕도 컸다. 이정도 수준의 칸트 번역서를 갖고 있는 언어는 몇 안될 것 같다 (번역 별4 ★★★★).

1권은 감성과 지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1권 독후감 참조).
인간이 경험으로부터 인식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원리를 설명한다.

2권은 "이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사변이성(생각하는 이성)은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고민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사변이성의 능력으로는 이 이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사변이성으로 이 이념들을 이해하자면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칸트는 이 모순을 순수이성의 오류추리 사례와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이해하고자 욕망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무능한 이성을 인간은 왜 갖고 있는 것일까? 칸트는 실천이성에서 인간이 이성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를 찾는다. 인간의 사변이성은 오류투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천이성을 통해 "세계 (즉, 우주)"를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인간이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자면 "영원한 삶 (즉, 영혼)"과 "신성한 의지 (즉, 신)"를 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변이성이 "영혼", "우주", "신"을 욕망하는 이유다.
비록 사변이성으로 "신"과 "영혼"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신"과 "영혼"을 가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를 가정하더라도 경험적 세계의 객관적 법칙들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사변이성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 실천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순수이성비판"은 "실천이성비판"의 거대한 예고편인 것 같다.

차분한 칸트와 열정적인 니체를 읽고 얻은 결론은
모두 "도덕적 삶"이었다. 니체는 신의 도움 없이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즉, 도덕을 창조하는)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칸트는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라고 말한다.

이번 독서 덕분에 독서 근육이 강해졌다.
특히나 독서 지구력이 강해진 것 같다. 독서 도중 자주 맥락을 놓쳐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이제 "순수이성비판"의 어디를 펴도 흐름 상 어디쯤 위치하는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칸트는 80세를 일기로 죽기 직전 "Es ist gut (좋다)" 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독서를 마치며 비슷한 말을 남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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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1권

대우고전총서 0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1권과 2권으로 구성된 백종현 역 순수이성비판의 1권을 모두 읽었다. 1월1일부터 시작해서 7개월 만이다 (지금은 7월 거의 마지막 날). 부지런히 독서하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1,2권을 모두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순수이성비판 1권까지의 핵심 키워드는 범주였다. 1권의 체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직관 (범주가 적용되는 대상)
  2. 4항/12목 판단형식 (범주를 유추하는 시작점)
  3. 4항/12목 범주 (범주의 등장)
  4. 범주에 대한 선험적 연역 (범주의 사용은 타당한가?)
  5. 범주별 도식 (범주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가?)
  6. 범주별 원칙 (범주를 어떤 원칙 아래에서 적용해야 하는가?)


책 첫머리에 있는 '순수이성비판 해제'는 처음 읽었을 때보다 칸트의 글을 읽고 난 후 읽었을 때 더 도움이 됐다. 모호했던 칸트의 글을 역자가 훌륭하게 요약하고 해설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서 초반, '초월적'이라는 말과 '초험적'이라는 말이 뭐가 다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어렴풋하게 다음과 같으리라고 짐작한다.

  • 초월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 시간과 공간은 지각의 형식이다)과 관계 있는 것들 ('선험적'과 비슷할 때가 많은 말)
  • 초험적: 경험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것들 (이것도 '선험적'과 비슷할 때가 많은 말)


무의미한 말일 수도 있지만, 재밌다. 반복해서 읽으면 결국엔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되는 한국어'로 번역한 역자의 노력 덕분인 것 같다.

 

2017.8.12.
'선험적', '경험적', '초월적', '초험적' 용어에 대한 자료가 있어 첨부한다.

25-01_칸트 철학에서 선험적과 초월적의 개념 그리고 번역어 문제.pdf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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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가 정의한 12가지 판단형식과 여기에 근거한 12개 범주에 대한 훌륭한 요약을 발견하여 메모로 남긴다.
출처1: http://blog.naver.com/mysig21/220219478863
출처2: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진은영 지음)

범주에 대한 반복적인 학습과 이해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막연히 '그런 단어(범주)가 있었지' 정도로 두리뭉실 넘어가면 책의 줄거리를 따라가기 힘들다. 어떤 판단을 놓고 해당 판단이 12개 판단형식들 중 어떤 형식을 사용한 것인지, 12개 범주들 중 어떤 범주를 사용한 것인지 설명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12개 판단형식과 12개 범주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번역어의 생소함 때문이었다. 낱말만 보고는 '무한판단', '선언판단' 같은 용어의 의미를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독일어의 바닥에 깔려있는 개념체계와 한국어의 개념체계가 다른 것 같다). 뜻과 사례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용어의 의미를 익히는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12가지 판단형식

분량
 
 
전칭판단 모든 A는 B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특칭판단 어떤 A는 B다. '어떤 사람은 학생이다.'
단칭판단 A는 B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이다.'
성질 긍정판단 A는 B다. '쾰른의 돔은 높다.'
부정판단 A는 B가 아니다.
(계사부정)
'영혼은 죽지 않는다'
(칸트는 이런 판단을 단순히 죽는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김. 죽는 영혼은 없다로 해석됨)
무한판단 A는 ~B다.
(술어부정)
현대논리학에서 무한판단은
긍정판단의 한 종류로 여겨짐.

'영혼은 불사이다'
(칸트에 따르면 이 판단은 단순히 영혼이 죽지 않는다는 판단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대개념인 불사를 주어에 부여함.
'영혼은 죽지는 않는 것이다' 또는
'죽지는 않는 영혼이 있다'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영혼과 결부될 수 있는 술어가 특정 영역은 배제되지만 무한하게 된다.
가사적인 것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즉 가능한 술어가 무한한 동시에 제한되었기 때문에 '무한판단'에서 '제한성'의 범주가 도출된다.)
관계 정언판단 A는 B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이다.'
(주어와 술어의 관계)
가언판단 만일 A가 B면, C는 D다. '만일 눈이 온다면 버스가 끊길 것이다.'
선언판단 A는 B거나 C거나 D이다. '꽃이 피거나 피지 않을 것이다.'
양상 개연판단 A는 B일 수 있다.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실연판단 A는 B다. '지금 비가 온다.'
필연판단 A는 B이어야 한다. '5+7은 12 여야만 한다.(5+7=12)'

 

그리고 이 12개의 판단형식으로부터 정리된 12개의 근본적이고 선험적인 범주는 다음과 같다.
(1) 분량(양, 많고 적음): 전체성, 다수성, 단일성
(2) 성질(질, 유무 또는 여부): 실재성, 부정성, 제한성
(3) 관계: 실체/속성, 원인/결과, 상호작용
(4) 양상: 가능/불가능, 현존/부재, 필연/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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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읽다가 잊어 먹으면 되돌아가 다시 읽고, 읽다가 이해 안되면 납득될 때까지 다시 읽는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올해 끝날 때까지 끝이 날지 모르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끝까지 읽을 결심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용어들을 정리한다.

  • 직관 (直觀, Anschauung)
    일상에서 쓰던 "직관"과 뜻이 조금 달랐다. 어떤 사람을 두고 "그 사람은 직관이 뛰어나다"라고 말할 경우, 그 "직관"은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언가 꿰뚫어 보는 "통찰"을 의미한다. 하지만 칸트 순수이성비판의 "직관"은 감성 위에 표상을 그려내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감각 능력을 의미한다. "통찰"을 의미하지 않는다.
  • 연역 (演繹, Deduktion)
    여기서 "연역"은 연역법, 귀납법의 그 연역이 아니다. 논리학 용어가 아니라 법률 용어다. 칸트가 말하는 "연역"은 어떤 것이 정당한지 부당한지 밝히는 (자격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판결을 뜻한다.
  • 통각 (統覺, Apperzeption)
    직관을 통해 내게 전달되는 잡다한 "표상"들이 내게 의미 있는 "인식"이 되려면, 그 "표상"들이 "나는 생각한다"는 나의 근원적 의식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 근원적 의식을 "통각"이라고 한다. "통각"과 결합되지 못한 "표상"들은 그냥 나를 스쳐가는 무의미한 사건들일 뿐이다. 통각은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인식하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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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서론>까지의 독후감...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 백종현 번역본은 필요한 경우 <순수이성비판>의 1판(A판)과 2판(B판)을 모두 표시해서 판본에 따른 변화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머릿말>과 <서론>이 그런 경우인데, A판과 B판이 모두 실려 있어 칸트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 내용을 비교하며 독서할 수 있다.

 

칸트는 <서론>을 통해 <순수이성비판>의 체계를 조감하고 <순수이성비판>이 필요한 이유을 제시한다. 인간의 이성은 경험의 세계를 벗어나 <영혼>, <우주>, <신>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칸트는 이성을 사용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하기 전에, 이성에게 그럴만한 능력(자격)이 있는지 비판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이성을 <순수이성>이라고 정의한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통해서 추구하려 한 것은 <순수이성>에게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순수이성의 종합이 가능한지), 그래서 <형이상학>이라는 학문 체계가 가능한 것인지를 비판하는 것이다.

 

서론에서 칸트는 <인과관계>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순수이성의 종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한다.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은 종합적 인식이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인식의 확장(종합 판단) 없이는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과관계>는 선험적 인식(경험이 배제된 순수한 인식)이다. 우리는 <인과관계>를 필연적인 것이라고 느끼는데, 필연성과 보편성은 선험적 인식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서론>을 읽었다. 진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읽고 있다. 역자의 충실한 번역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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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리라이팅 클래식 007
진은영 지음
그린비 펴냄

 

칸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이 책을 들었다. 분명 읽었던 책인데, 그리고 '좋았다'라는 느낌이 기억나는 책인데 내용이 낯설었다. 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몇가지 개념을 새로 이해했다.

 

선험적 연역 (Deduktion)

선험적 연역은 개인이 오성을 통해 만들어낸 "인식"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객관적 보편성을 갖는지에 대한 칸트의 고찰이다. 이때 연역은 귀납법, 연역법에서의 연역이 아니라 자격심사를 뜻하는 법률용어다.

 

오류추리

오류추리는 "잘못된 추리"를 말한다. 오성은 판단하는 능력이고, 이성은 추리하는 능력이다. 이성은 본능적으로 영원과 초월을 지향한다. 이런 본성 때문에 이성은 종종 잘못된 추리를 내놓는데, 이런 잘못된 추리를 "오류추리"라고 한다.

 

올해 철학 분야 독서의 목표는 칸트다. 일단은 "순수이성비판" 완독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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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독후감 2013. 1. 14. 14:46

칸트 이성철학 9서5제

'참' 가치의 원리로서 이성
백종현 지음
아카넷 펴냄

 

쉽게 읽는 칸트, 순수이성비판

랄프 루드비히 지음
박중목 옮김
이학사 펴냄

 

논어를 읽을 때는 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칸트를 읽으면서는 똑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칸트는 57세에 10년간의 사색을 담아 순수이성비판을 출간했다.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는 사람이 이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분명히 밝히려 했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은 본능적으로 신과 영원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인간의 이성으로써는 결코 그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논증한다.

 

우리는 대상 그 자체(물자체)를 직접 인식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그려진 형상(직관)을 기초로 인식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선험적 감성학). 직관은 우리가 선험적으로 갖고 있는 범주와 만나 비로서 인식이 된다 (선험적 논리학). 우리는 이 인식을 "나는 생각한다"라는 근원적 인식에 통합함으로써 이성적 사고를 한다 (선험적 연역). 우리의 이성은 본능적으로 신과 영원에 대한 답을 구하지만, 우리는 직관할 대상이 없는 개념(신 또는 영원)을 올바로 사고할 수 없다 (선험적 변증론).

 

순수이성에 관한 칸트의 사색이 현대의 인지과학과 닿아 있다고 느꼈다.

 

백종현 교수의 "칸트 이성철학 9서5제"는 저자의 직접 저술이다. 치밀한 논리를 치밀한 언어로 설명한다. 좋은 책이다. "쉽게 읽는 칸트 (랄프 루드비히 저)"는 무척 얇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키워드에 원어를 병기하는 배려로 이해를 도왔다. 번역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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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고전총서 019, 순수이성비판

임마뉴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을 논증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힌다. 그리고 칸트는 인간의 사변적 이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논증한다. 하지만 칸트는 사변적 이성보다 실천적 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혐오스럽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윤리적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 그리고 자유로운 판단을 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가 답을 구하려했던 문제는 '순수이성의 종합적 판단이 가능한가?' 였다. 다시 말해,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이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사고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형이상학 그 자체는 아니지만 형이상학이 가능한 것인지, 다시 말해 인간이 추구해도 좋은 학문인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년 내내 읽었지만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내년에도 계속 읽어야겠다.
좋은 번역서 1권이 좋은 해설서 10권보다 낫다. 이런 번역서가 존재하는 것은 축복이다. 역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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