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 펴냄


카이사르가 직접 쓴 8년간의 갈리아 전쟁 기록이다 (BC 58 ~ BC 50).
전쟁의 결과로 카이사르는 많은 부족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갈리아 지역을 완전히 정복했다. 이 책은 당시 로마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BC 50년경).

카이사르의 로마군은 시종일관 월등한 전투력을 보였다.

첫째로 로마군은 세밀한 전투체계를 갖췄다.
행군의 경우에도 보통행군, 강행군, 최강행군을 구분했다. 보통행군은 5시간에 25킬로미터를 행군하는 것이고, 강행군은 7시간에 30킬로미터를, 최강행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의 거리를 행군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척후병 체계와 보고 체계도 잘 갖춰져 있었다. 혼란한 전투 중에도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수집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둘째로 뛰어난 공병기술과 무기기술을 갖췄다.
로마군의 전투는 진지구축 공사로 시작했다. 유리한 위치에 탄탄한 진지를 구축하고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로마군의 방식이었다. 로마의 적들은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다리를 짓고 허무는 로마군의 능력에 경악했다. 로마군의 투석기, 토루, 엄호차 같은 무기도 당시의 첨단 병기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셋째로 카이사르는 군대와 소통했다.
카이사르는 작전을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작전을 설명했다. 자신의 예측과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전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왜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아는 그의 군대는 무적이었다.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는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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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역사

옷장 속의 세계사


이영숙 지음
창비 펴냄


엄마가 작중 화자다. "엄마가 옷장을 열어보니 청바지가 있네? 청바지를 처음 입던 미국 개척시대의 역사에 대해 들어볼래?" 하는 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에 맞춰서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흔하지 않은 이야기여서 일반 성인이 읽어도 재밌다. 200쪽 약간 못미치는 부담 없는 두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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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역사

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S. 쿤 지음
김명자, 홍성욱 옮김
까치 펴냄


쿤(1922~1996)은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과학 사학자였다. 그는 과학사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패러다임은 과학자 집단이 공유하는 지식과 관점의 체계를 말한다. 같은 자연 현상도 과학자가 속해 있는 패러다임이 다르면 다르게 보인다.

과학자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종교적 개종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한 사람은 예외 없이 젊든가 그들 분야를 아주 새롭게 접한 사람들이었다. 또 그래서 패러다임 전환은, 다시 말해 과학의 발전은, 항상 혁명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주의할 점은 패러다임에는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전 패러다임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패러다임일 뿐, 어떤 목적지에 더 가까이 다가간, 더 '올바른' 패러다임이 아니다. 이는 진화에 목적지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진화 역시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다른' 종을 만들어내는 과정일뿐, 어떤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올바른' 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인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패러다임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개념의 기원과 뜻을 알 수 있었다. 패러다임 전환은 과학의 역사 뿐 아니라 다른 세상사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 같았다.
인상적인 번역이었다. 문장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이해가 잘 됐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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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과학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10년전,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처음 읽은 책이다.
저자 소로우는 특이한 인물이다. 1845년 28세의 나이로 미국 매사추세츠 "월든" 호숫가의 외딴곳에 맨손으로 집을 짓고 홀로 생활한다. 그때의 1년을 기록한 책이 "월든"이다.
책은 월든 호수의 4계절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저자의 생각을 전하는 책이 아니라 느낌을 전하는 책이다.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책이지만 나랑은 미묘하게 맞지 않았다. 28세 청년이 삶에 대해 달관한 듯 전하는 이야기가 어색했다. 그래도 10년 전 첫 느낌보다는 좋았다. 10년쯤 지나 다시 읽으면 또 다를 것 같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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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회

순수이성비판

대우고전총서 0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철학 교수가 되고 싶던 칸트는
오랜 기다림 끝에 46세 되던 1770년에 비로서 교수직을 얻는다. 그리고 57세 되던 1781년, 10년 동안 집필한 <순수이성비판>을 세상에 내놓는다.

<순수이성비판>은
인간의 인식 능력에 관한 책이다.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고찰한다. 인간이 <감성>으로 감각한 내용을 <범주>에 따라 분류하고 종합해서 <인식>을 만들어낸다는 칸트의 설명은 <뇌과학>의 성과가 축적된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존경스러운 칸트는 fMRI 같은 계측 장비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이성을 섬세하게 갈고 닦아 인간의 인식 능력을 탐구했다.

백종현의 <순수이성비판> 번역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다. 분량과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1권 독서에 7개월, 그리고 2권 독서에 7개월이 걸렸다 ('17년 1월초~'18년 2월말). 오랫동안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엔 공들인 번역의 덕도 컸다. 이정도 수준의 칸트 번역서를 갖고 있는 언어는 몇 안될 것 같다 (번역 별4 ★★★★).

1권은 감성과 지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1권 독후감 참조).
인간이 경험으로부터 인식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원리를 설명한다.

2권은 <이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사변이성(생각하는 이성)은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고민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사변이성의 능력으로는 이 이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사변이성으로 이 이념들을 이해하자면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칸트는 이 모순을 순수이성의 오류추리 사례와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이해하고자 욕망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무능한 이성을 인간은 왜 갖고 있는 것일까? 칸트는 실천이성에서 인간이 이성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를 찾는다. 인간의 사변이성은 오류투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천이성을 통해 <세계 (즉, 우주)>를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인간이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자면 <영원한 삶 (즉, 영혼)>과 <신성한 의지 (즉, 신)>를 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변이성이 <영혼>, <우주>, <신>을 욕망하는 이유다.
비록 사변이성으로 <신>과 <영혼>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신>과 <영혼>을 가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를 가정하더라도 경험적 세계의 객관적 법칙들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사변이성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 실천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순수이성비판>은 <실천이성비판>의 거대한 예고편인 것 같다.

차분한 칸트와 열정적인 니체를 읽고 얻은 결론은
모두 <도덕적 삶>이었다. 니체는 신의 도움 없이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즉, 도덕을 창조하는)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칸트는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라고 말한다.

이번 독서 덕분에 독서 근육이 강해졌다.
특히나 독서 지구력이 강해진 것 같다. 독서 도중 맥락을 놓쳐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이제 <순수이성비판>의 어디를 펴도 흐름 상 어디쯤 위치하는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칸트(1724~1804)는 80세를 일기로 죽기 직전 "Es ist gut (좋다)" 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독서를 마치며 비슷한 말을 남긴다. "좋았다".


Posted by ingee
TAG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