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
알마출판사 펴냄

 

저자는 침묵이 내면화된 북유럽계 미국인이다.

조용히 함께하는 것이야 말로 북유럽의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고, 아마도 제일 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1994년 박사 과정 공부를 시작하며 당시 여자로서는 드물게 과학자의 삶을 선택한다.

진정한 과학자는 이미 정해진 실험을 하지 않는다.
지시받은 일을 하는 단계와 스스로 무엇을 할지 정하는 단계 사이의 이행은...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할 의사가 없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박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일생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빌을 만난다. 빌은 저자의 커리어 내내 저자 곁에서 많은 실험을 함께 한다.

나는 그가 파는 구멍 옆에 섰다. "금이라도 찾아요?"...
"아뇨, 그냥 땅 파는 걸 좋아해요." 그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구덩이에서 살았거든요."

 

과학자의 삶을 시작하며 저자가 처음 배운 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었다.

나는 과학에 대해 가장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실험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세상이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무들이 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논리를 당연한 듯 적용하는 것보다 연구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과학책을 기대하고 골랐으나 이 책은 저자 호프와 그의 동료 빌의 우정에 관한 에세이였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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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김영사 펴냄

 

재미있는 작가다. 표지 디자인도 만화 잡지처럼 재밌다.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다. 세균을 빌미로 우리 역사나 설화 속에서 이야기를 한 토막씩 꺼내 펼치는데, 적절하고 재밌었다. 외래어를 인용할 때 원어를 병기해 주는 배려도 좋았다.

 

가장 큰 차이는 중앙에 덩어리진 독특한 물질인데, 그 덩어리진 물질을 핵이라고 부른다... 모든 동물과 식물의 몸을 이루는 세포에는 핵이 있다... 그런데 세균에는 핵이 없다... 세균처럼 핵이 없는 생물을 핵 대신에 진정한 핵이 생기기 전의 원시적인 것이 있다고 해서 원핵생물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몸 안팎에 수십조 단위의 세균이 살고 있다는 점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수십조라면 우리 몸의 세포 수와 비교해야 할 만큼 많은 숫자다.
그런데... 따로 기를 수 있는 세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혼자 떨어져서는 살지 못하는 세균이 오히려 많았다... 많은 세균들은 여러 다른 세균들과 함께 어울리며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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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Spillover: Animal Infections and the Next Human Pandemic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펴냄

 

코로나19가 극성이다. 그런데 이번 독서를 통해 몇 년 전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스(SARS) 의 원인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그게 코로나 바이러스인 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재난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조가 보였던 예고된 사건이었다.

사스도 코로나19도 동물들의 전염병이 사람에게로 넘어온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있었던 끔찍한 인수공통감염병 사건들과 그것의 해결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을 기록한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이 대하소설 속에서 중요한 순간과 큰 걱정거리로 기록되었던 질병 목록은 마추포열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르부르크병(1967), 라사열(1969), 에볼라(1976), 에이즈 바이러스(1981), 에이즈 바이러스-2(1986), 신 놈브레 바이러스, 헨드라(1994), 조류독감(1997), 니파(1998), 웨스트나일(1999), 사스(2003), 그리고 2009년에 무시무시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용두사미로 끝난 돼지독감 등이 있다.

 

저자가 이런 사건들을 기록으로 남긴 이유는 독자들에게 공포나 절망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인수공통감염병 현상을 앎으로써 지금보다 현명해지기를, 분별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바이러스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의 잘못이다. 그것의 해결도 사람에게 달린 일이다.

인간이 나무를 자르고 토종 동물을 도살할 때면 마치 건물을 철거할 때 먼지가 날리는 것처럼, 병원체가 주변으로 확산된다. 밀려나고 쫓겨난 미생물은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해야 한다. 그 앞에 놓인 수십억 인체는 기막힌 유혹이다. 이들이 특별히 우리를 표적으로 삼거나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존재하고, 너무 주제넘게 침범하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 리포터다.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다. 문장이 속도감 있고 영화를 보는 듯 생생했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해서 은밀한 서식처로부터 세상에 나왔을까? 왜 하필 헨드라였을까? 왜 지금인가? ... "바로 저깁니다." 레이드가 말했다. "저게 그 빌어먹을 나무예요." 박쥐들이 모여드는 곳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번역이 아주 훌륭했다 (번역 별 4.0 ★★★★). 번역을 거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인명, 지명, 논문 제목 등에 원어를 병기해주는 배려도 좋았다. 잘 만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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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망각

뉴스타파 김용진, 박중석, 심인보 지음
다람 펴냄

 

친일청산은 친일파 후손을 처단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럴수도 없다. 안타깝게도 친일파 후손들은 조상의 재력과 권력을 기반으로 이 사회에서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힘 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을 처단하자면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1950년 이전 일제 강점기에... 유학 비율은 전체 인구의 0.1~0.2% 수준... 반면 친일 후손 가운데 유학을 다녀온 비율은 27%...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나라 특정 학계의 1세대 학자로서 해당 학문의 기초를 닦고 틀을 세우는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
학계뿐만이 아니다. 친일 후손들 가운데는 법조계와 의료계, 예술계에도 이런 유학 경험을 경쟁력으로 삼은 1세대 '정초자'들이 적지 않다.
독립운동가 후손은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친일 후손들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대조적인 인생행로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지점,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바로 학력의 차이다. 독립운동가 후손 가운데 학력이 중졸 이하인 사람이 40%나 됐다.

 

그리고 친일파 '후손'을 처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물을 수는 없다. 민족 배신자 처단은 해방 직후에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했어야 했다. 하지만 해방 직후 우리에겐 힘과 지혜가 모자랐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바람직한 미래를 합의하는 일이다. 친일파 후손들도 '조상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사람다운 삶은 선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거기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친일 후손 한 명은 조상의 친일행적을 사과하며 말했다.)
그는 "개인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할 것이고, 이것 역시 내 업보"라고 말하며 증조부의 친일행적을 공개 사죄했다. 조상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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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유설 정선

이수광 지음
정해렴 옮김
현대실학사 펴냄

 

지은이 이수광은 광해군 시절의 실학자다. 지봉유설은 당시 이수광이 접한 모든 지식을 메모한 백과사전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도 없고 지식 분류 체계도 자의적이다. 하지만 언뜻언뜻 임진왜란 직후의 사회 분위기를 어림할 수 있는 점이 재밌었다. 특히 용맹한 의병들의 일화가 좋았다. 시간 속에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기억들을 기록으로 보존하는 것이 책의 역할임을 느꼈다.

 

비기에 서로 전해 오기를 "황려산에는 반드시 성인을 장사지내게 될 것이다."라 했는데, 곧 영릉(세종대왕의 능)인 것이다. 수천년 전에 이미 그것을 아는 자가 있었으니, 아아! 또한 이상한 일이다.
이순신은 무인 속에 있어서 이름이 드러나지 않더니, 신묘년(1591) 서애 유성룡이 정승이 되어서 그를 쓸 만한 인재라고 하고 정읍현감에서 차례를 뛰어넘어 전라좌수사를 제수했다.
곽재우는... 임진왜란 때 자기 집 종과 향병들을 모아서 의리를 떨쳐 왜적을 쳤다... 왜적들은 두려워하여 그를 홍의장군이라고 불렀다. 왜적이 물러간 뒤에... 방술을 배워 산으로 들어가 곡식을 끊고 거의 1년이 지나도록 먹지 않았다... 이는 대체로 연기의 법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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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이덕일 지음
다산초당 펴냄

 

독살사건, 그것도 왕에 대한 독살사건을 다루다보니 역사의 밝은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진다. 권력을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외할아버지와 외손자가 대립하는 이야기다. 후손 된 입장에서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지만, 막장 드라마의 재미가 있다. 숨 가쁘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독살사건에 연루된 다른 누구보다 소현세자와 정조대왕의 죽음이 가장 아쉬웠다.

... 청은 중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소현세자를 데려간 것이다. 세자는 이렇듯 동아시아 정세를 놓고 자웅이 일척을 겨루는 역사적 현장의 한가운데 있었다...
... 소현세자가 죽은 후 청나라 장수 용골대가 석철(소현세자의 아들)을 데려다 기르겠다고 했다... 청의 사신들은 돌아갈 때 꼭 소현세자의 묘에 들러 참배하는 등 소현세자의 죽음을 슬퍼했다...
정조가 세상을 떠나던 날에는 삼각산도 울었다. 뿐만 아니라 그 며칠 전에는 양주와 장단 등의 고을에서 한창 잘 자라던 벼 포기가 갑자기 하얗게 죽기도 했다. 이를 본 노인들이 슬퍼하며 "이는 상복을 입는 벼"라고 말했는데, 그 얼마 후 대상이 났다.

 

조선은 몽고제국이나 로마제국처럼 강력한 나라가 아니었다. 하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실록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남긴 나라였다. 이런들 저런들 재밌는 나라의 후손인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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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라면 정조처럼

김준혁 지음
더봄 펴냄

 

정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군주였다. 그가 추진했던 개혁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어떤 어려움과 맞섰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정조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사도세자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사도세자는 무예광이었다. 실제로 엄청난 무예의 고수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18기 무예'라고 하는 것이 바로 사도세자가 정리한 무예이다.
정조는 어린 시절 책을 좋아했다. ...... 아들이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사도세자는 어린 아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글을 써서 책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언젠가 추사 김정희에 대해서도 독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정조시대의 주체적 진경문화는 19세기에 이르러 세계 최고의 인물 추사 김정희를 탄생시켰다.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의 문화를 뛰어넘은 그야말로 청출어람의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몰랐던 정조의 이야기를 많이 알 수 있었다. 다만 책이 너무 바른말로만 되어 있어서 책과 어긋나는 생각을 해보는 재미가 적었던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편안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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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20. 12. 31. 13:21

2020년에는 33권의 책을 읽었다.
역사 분야 책을 조금 읽었고 문학과 철학 분야 책을 많이 읽었다. 특정 분야에 할애하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흡족해질 때까지 읽었다. 나름 괜찮았다. 

 

철학 분야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논어의 고구마 같은 묵직함과는 다른 사이다 같은 청량함. 또 다른 인생 책.

 

수학 분야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
최고의 미적분 책은 아니었지만 재밌게 공부했다. 수학은 재미로 공부하는 게 제일.

 

과학 분야

종의 기원
드디어 출간된 좋은 번역. 꼭 봐야 하는 책.

 

사회/경제 분야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노동을 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상상도 못한 미래를 상상해 본 독서.

 

문학 분야

시지프 신화
카뮈의 책은 다 좋다. 자매품/책 '이방인'도 추천.

 

역사 분야

한국전쟁과 기독교
우리도 불쌍했지만 미국도 불쌍했다. 종교에 속박된 사람들의 불쌍한 역사.

 

심리/인지과학 분야

죽음의 수용소에서
짤막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 삶에 지칠 때마다 다시 읽기로.

 

모두 좋은 책이었지만 굳이 한 권을 뽑자면 "죽음의 수용소에서"다. 책을 읽고 힘을 얻었다.
올해 읽은 책들은 거를 책 없이 모두 좋았다. 반면 좋게 읽은 책의 작가들 때문에 실망하는 일이 많았다. 책도 작가도 양면이 있음을 느꼈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세상이 내게 맞춰줄 리 없다. 직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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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책세상 펴냄)
박언주 옮김 (열린책들 펴냄)

 

 

"대립면의 꼬임"을 설명하던 도덕경이 자주 떠올랐다

한 해가 지날 즈음, 독서했던 책들을 되돌아보면 뭔가 하나로 엮여서 줄거리를 만드는 때가 있다. 이 책도 얼마전 읽었던 도덕경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최진석) 과 엮여서 어떤 줄거리를 만들었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가 도덕경이 말하는 도 (道, 대립면의 꼬임) 와 통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의 합리적인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존재하는 세계 사이의 "대립과 꼬임"이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라고 생각했다.

 

 

니체를 자주 인용한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 마지막 장면에서 "영원회귀"가 연상됐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방인과 같은 해 (1942년) 에 출간된 이 책에서 니체가 자주 인용된다. 그것도 아주 열광적으로 인용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한 생애가 다 끝나 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방인' 거의 마지막 문장, 민음사, 김화영 번역)

 

 

카뮈 30살에 지은 책

인간은 언젠가 자기가 서른이라는 것을 확인하거나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책 표지에 실린 카뮈의 사진이 잘생겼다고 느꼈다. 잘생긴 서른 살 청년의 진지한 고민과 깊은 사유를 들었다. 서른 살 카뮈는 나보다 젊었지만 나보다 깊었다.

 

 

문학책이 아니라 철학책

카뮈는 자신의 철학적 고민을 치밀하게 추론하고 설명한다. 그런 카뮈의 문장을 한 줄 한 줄 꼭꼭 씹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책세상 김화영 번역 (번역 별 3.0 ★★★) 과 열린책들 박언주 번역 (번역 별 3.0 ★★★) 을 번갈아 읽었다. 번역이 불만스럽더라도 만족스럽게 독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2권의 번역서를 동시에 읽으면 된다. 만족스러웠다.

 

 

첫 문장이 강렬하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김화영 번역)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박언주 번역)

매일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세상의 시지프들에게 카뮈가 말한다.
"버텨라. 행복한 당신을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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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이방인>

독후감 2020. 11. 17. 05:51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펴냄

 

소설 속 주인공은 쿨하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큰 야망 없이 산다. 살인죄로 기소된 법정에서도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악착을 떨지 않는다. 그게 주인공이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이다. 마지막 순간 그는 모든 좌절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삶의 반복을 꿈꾼다.

 

정성이 느껴지는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나로서는 언제나 같은 날이 내 감방으로 밀려오는 것이었고 나는 언제나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내가 사나이라고 대답했다. 사나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까 그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누구나 다 안다고 말했다.
지혜와 성의를 다했으나 그만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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