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Spillover: Animal Infections and the Next Human Pandemic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펴냄

 

코로나19가 극성이다. 그런데 이번 독서를 통해 몇 년 전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스(SARS) 의 원인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그게 코로나 바이러스인 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재난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조가 보였던 예고된 사건이었다.

사스도 코로나19도 동물들의 전염병이 사람에게로 넘어온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있었던 끔찍한 인수공통감염병 사건들과 그것의 해결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을 기록한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이 대하소설 속에서 중요한 순간과 큰 걱정거리로 기록되었던 질병 목록은 마추포열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르부르크병(1967), 라사열(1969), 에볼라(1976), 에이즈 바이러스(1981), 에이즈 바이러스-2(1986), 신 놈브레 바이러스, 헨드라(1994), 조류독감(1997), 니파(1998), 웨스트나일(1999), 사스(2003), 그리고 2009년에 무시무시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용두사미로 끝난 돼지독감 등이 있다.

 

저자가 이런 사건들을 기록으로 남긴 이유는 독자들에게 공포나 절망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인수공통감염병 현상을 앎으로써 지금보다 현명해지기를, 분별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바이러스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의 잘못이다. 그것의 해결도 사람에게 달린 일이다.

인간이 나무를 자르고 토종 동물을 도살할 때면 마치 건물을 철거할 때 먼지가 날리는 것처럼, 병원체가 주변으로 확산된다. 밀려나고 쫓겨난 미생물은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해야 한다. 그 앞에 놓인 수십억 인체는 기막힌 유혹이다. 이들이 특별히 우리를 표적으로 삼거나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존재하고, 너무 주제넘게 침범하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 리포터다.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다. 문장이 속도감 있고 영화를 보는 듯 생생했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해서 은밀한 서식처로부터 세상에 나왔을까? 왜 하필 헨드라였을까? 왜 지금인가? ... "바로 저깁니다." 레이드가 말했다. "저게 그 빌어먹을 나무예요." 박쥐들이 모여드는 곳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번역이 아주 훌륭했다 (번역 별 4.0 ★★★★). 번역을 거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인명, 지명, 논문 제목 등에 원어를 병기해주는 배려도 좋았다. 잘 만든 좋은 책이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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