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노력이 모든 것을 바꾼다

어른의 의무

 

야마다 레이지 지음
김영주 옮김
북스톤 펴냄

 

저자는 일본의 만화가다. 1966년에 태어났으니, 이 책이 출간된 2016년엔 50살이었다. 50살이 되면 어른의 의무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어른의 의무는 3가지다. 불평하지 말 것, 잘난 척하지 말 것,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것. 어른이 의무를 지킬 대상은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이다. 겸허한 자세로 젊은 사람들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겸허함을 강조했던 직전 독서 '사랑의 기술'이 떠올랐다.

책의 마지막에서 2차 대전 종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본 사회의 변천사를 출판 만화의 변천사와 함께 요약하는 게 특히 좋았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The Art of Loving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백문영 옮김
혜원출판사 펴냄

 

에리히 프롬의 책들을 좋게 읽었다. 이 책도 언젠가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삶과 사랑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좋았다. 저자의 관점에 의하면 삶이 평생 갈고닦아야 하는 무엇이듯 사랑도 평생 갈고닦아야 완성할 수 있는 무엇이다. 올바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훈련해야 하는데 이 훈련은 평생토록 해야 하는 과업이다.

인간은 미성숙한 단계에서 보다 높은 성숙의 단계로 성장해야 한다. 그게 삶이다. 개인의 성숙은 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개인이 자기로부터,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사는 이유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기술을 갈고닦아, 그리고 사랑의 기술을 갈고닦아 우리가 속한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 타인'만'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건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단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도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내 이웃 모두를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궁극적 이상이다.

사랑하는 기술을 익힌 사람은 겸허하다. 타인을 존중한다. 존재만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내가 어떤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며,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Posted by ingee
,

How Economics Captured Us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1950년대 이후 70년간의 경제학 변천사를 훌륭하게 요약한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대처가 집권했고 미국에서는 레이건이 집권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물결쳤다. 사람들의 일상에 경제학 개념이 침투해서 경제적 효율성이 모든 가치 판단을 지배했다. 신자유주의의 키워드는 '자유 시장', '낙수 효과', '작은 정부'다.

친숙하지 않은가? 태극기 부대 노인들이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흔들며 외치는 '자유 우파'란 말이 노벨상을 거듭 수상한 비싼 몸값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두뇌에서 나온 말이다. 세계화 덕분에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경제학이 경제 분야를 넘어 사람들의 가치관을 조정하게 된 지금, 우리는 도덕성보다 경제성을 따진다. 그래서 기후 변화 문제를 쉽게 외면하고 불평등 문제를 쉽게 외면한다. 그런 문제는 무능한 정부와 몰인정한 경제학 때문인 것 같다. 나와 무관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냉정하게 말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 책임이다. 우리는 이제 "돈을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삼는 천박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 변화의 경우에는 "미래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은 사회과학의 범위를 넘어선다. 우리도 돈을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삼는 천박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도덕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능력이 있다. 경제는 수많은 사람이 행하는 선택과 행위의 합이다. 따라서 경제의 미래는 우리 손안에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경제 형태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어디서 따로 유머를 배우는 것 같다. 무거운 주제지만 유쾌하게 읽었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Let my people go surfing

 

이본 쉬나드 지음
이영래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한글 제목과 원서 제목의 느낌이 조금 달랐다. 한글 제목은 "파도가 치면 서핑을 가겠다"라는 자기 실현적인 느낌인데, 원서 제목은 "내 사람들이 서핑 갈 수 있게 배려하겠다"라는 이타적인 느낌이다. 책을 읽은 뒤 미루어 생각해보면 양쪽 모두 저자의 본모습이다. 저자는 성공한 사업가이면서 대단히 현실적인 모험가다. 위험한 모험의 순간에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동료를 버리는 선택도 담담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질거나 못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죽음과 직면하는 모험을 거듭하면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1960년대에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다. 당시 그는 한국인 등반가들과 인수봉에 쉬나드A 루트와 쉬나드B 루트라는 암벽등반 길을 개척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일으키면서 한국에서 함께 했던 암벽등반 동료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친구들을 직원으로 초대하는 것은 저자가 일으킨 회사 파타고니아의 전통이다.

파타고니아는 한번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 오래도록 수선해가며 평생을 쓰고 물려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성공한 사업가의 성공 스토리다. 세상의 모든 성공 스토리가 그렇듯 가려 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환경을 목적으로 사업한다는 그의 철학은 분명 신선했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위험한 스포츠를 하면서 중요한 가르침을 얻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계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살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

 

 

Posted by ingee
,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저자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언론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2009년~2010년은 이명박 정권 (2008년~2013년) 초기였다. 특히 2009년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께서 잇달아 서거하신 해다.

저자의 올곧은 생각과 행동을 느낄 수 있었다. 글에서 느껴진 저자, 조국 장관은 기백있고 인간미 넘치는 선비 형님이었다. 책 중에 삼국지 황개 장군의 고육책을 인용한 구절이 있다. 어쩌면 저자가 불의한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맨몸으로 맞섰던 그때도 황개 장군의 고육책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불의한 검찰과 비열한 언론의 실체를 절감하게 해준 저자와 저자의 가족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단박에 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바라며 조급하게 안달복달하지 말자. 길게 보고 조금씩 그러나 굳세게 걸어가보자.
민주주의는……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된다. 민주주의는 항상 허약한 정복이며, 따라서 심화시켜야 할 만큼 방어도 중요하다. 일단 도달하면 그 지속적인 존재를 보증할 민주주의의 문턱 같은 것은 없다.
필자는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자처한 황개黃蓋를 떠올렸다. 적벽에서 조조의 백만 대군을 물리칠 화공火攻을 성공시키고자 만신창이의 몸이 되었던 오나라 장수 황개 말이다.
왜 검찰은 검찰 내부의 비리를 수사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죄 수사에서 보여준 살기 어린 ‘열정’과 ‘집요함’의 반의반만큼도 보여주지 않을까?

 

Posted by ingee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공식

 

리오네 살렘 外 지음
코랄리 살렘 그림
장석봉 옮김
궁리 펴냄

 

삽화를 곁들인 짤막한 이야기를 빌어 수학을 설명한다.
이야기가 많고 수학의 난이도는 낮다.
기분 좋게 읽었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솔직히 말하면, 허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 식들을 유도해 낼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복잡해서... 아무튼 이제 여러분들도 i 같은 추상적인 수를 사람들이 왜 만들어 냈는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런 걸 잘 활용하면 수학이 좀더 쉽고 재미있어지거든요.
그러다 1993년 미국 캠브리지 대학의 앤드루 와일즈라는 수학자가 페르마의 이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내놓은 증명은 엄청난 분량이었다. 정말로 책의 여백에 적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았다.

 

Posted by ingee
,

수학자들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마이클 아티야, 알랭 콘, 세드릭 빌라니, 김민형 外 지음
장 프랑수아 다르스, 아닉 렌, 안느 파피요 엮음
권지현 옮김
궁리 펴냄

 

2008년, 프랑스의 고등과학연구소에 모여 있던 세계적인 수학자들의 사진과 그들의 짤막한 에세이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고, 수학자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가 칠판임을 알게 됐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0123456

Posted by ingee
,

수의 황홀한 역사

NUMBER, The Language of Science

 

토비아스 단치히 지음
심재관 옮김
지식의숲 펴냄

 

저자 토비아스 단치히는 1884년에 태어났다. 그는 유명한 수학자 앙리 푸앙카레의 제자다. 얼핏 보면 무척이나 오래된 사람 같은데, 이 책은 1930년에 1판이 발행되고 1953년에 4판이 발행된 현시대의 책이다 (저자는 1956년에 사망).

자연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복소수, 행렬 등으로 수체(數體)가 발전해 온 역사를 설명한다. 수학과 이야기의 균형이 좋다. 어렵지만도 않고, 쉽지만도 않다. 고등학교 수학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숫자 개념의 본질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숫자 개념은 대응(짝짓기) 개념과 배열(순서짓기) 개념 덕분에 존재한다. 이 사실이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환기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칸토어의 초한수(超限數) 개념을 설명할 때 중요하게 사용된다. 마치 시작할 때 심어둔 복선을 마무리하면서 멋지게 회수하는 잘 기획된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수학적 귀납법이라고도 불리는 반복적 추론(reasoning by recurrence)의 사례들을 보면 인간은 분명 "무한정 반복되는 동일한 행위"를 충분히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더 나가 인간은 "실제 무한" 자체를 수학적 연구 대상으로 탐구한다.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는 "무한"을 연구하기 위해 아름답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칸토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한에 대한 연구는 곤란한 역설을 만나 멈칫하고 만다. 인류는 과연 무한을 감당할 수 있을까?

책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하나는 수학자들이 수학을 하는 이유다. 수학자들은 쓸모 때문에 수학을 하지 않는다. 수학자들은 수학을 위해 수학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수학이란 학문의 성격이다. 수학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누적돼 만들어진 학문이다. 수학은 신이 선물한 완전무결한 무엇이 아니라, 많은 헛점을 끌어안은 채 살아 성장하는 무엇이다.

책은 수학적 사실과 실재적 사실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며 마무리된다. 마지막 문장이 무척 철학적이었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4.0 ★★★★).

 

몇 년이 지나면 우리 몸의 세포는 모두 바뀐다. 우리의 생각, 판단력, 감정, 열망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는다. 그렇다면 '나'라고 지칭되며 항구성을 부여받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기억이라는 줄에 순간이라는 구슬을 엮어 만든 것일까?

 

Posted by ingee
,

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
알마출판사 펴냄

 

저자는 침묵이 내면화된 북유럽계 미국인이다.

조용히 함께하는 것이야 말로 북유럽의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고, 아마도 제일 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1994년 박사 과정 공부를 시작하며 당시 여자로서는 드물게 과학자의 삶을 선택한다.

진정한 과학자는 이미 정해진 실험을 하지 않는다.
지시받은 일을 하는 단계와 스스로 무엇을 할지 정하는 단계 사이의 이행은...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할 의사가 없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박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일생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빌을 만난다. 빌은 저자의 커리어 내내 저자 곁에서 많은 실험을 함께 한다.

나는 그가 파는 구멍 옆에 섰다. "금이라도 찾아요?"...
"아뇨, 그냥 땅 파는 걸 좋아해요." 그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구덩이에서 살았거든요."

 

과학자의 삶을 시작하며 저자가 처음 배운 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었다.

나는 과학에 대해 가장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실험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세상이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무들이 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논리를 당연한 듯 적용하는 것보다 연구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과학책을 기대하고 골랐으나 이 책은 저자 호프와 그의 동료 빌의 우정에 관한 에세이였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김영사 펴냄

 

재미있는 작가다. 표지 디자인도 만화 잡지처럼 재밌다.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다. 세균을 빌미로 우리 역사나 설화 속에서 이야기를 한 토막씩 꺼내 펼치는데, 적절하고 재밌었다. 외래어를 인용할 때 원어를 병기해 주는 배려도 좋았다.

 

가장 큰 차이는 중앙에 덩어리진 독특한 물질인데, 그 덩어리진 물질을 핵이라고 부른다... 모든 동물과 식물의 몸을 이루는 세포에는 핵이 있다... 그런데 세균에는 핵이 없다... 세균처럼 핵이 없는 생물을 핵 대신에 진정한 핵이 생기기 전의 원시적인 것이 있다고 해서 원핵생물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몸 안팎에 수십조 단위의 세균이 살고 있다는 점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수십조라면 우리 몸의 세포 수와 비교해야 할 만큼 많은 숫자다.
그런데... 따로 기를 수 있는 세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혼자 떨어져서는 살지 못하는 세균이 오히려 많았다... 많은 세균들은 여러 다른 세균들과 함께 어울리며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Posted by ing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