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의식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까치 펴냄

 

 

2014. 9. 9.

프로이트에 의해 시작된 정신분석학은 과학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fMRI 같은 뇌 활동 관측 기술이 개발되면서 정신분석학은 객관적 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진짜 과학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것이 뇌과학, 실험심리학, 인지과학 등으로 불리는 영역이다.

 

우리의 뇌는 아름답게 설계됐다기 보다는 상황에 맞춰 누덕누덕 개선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한계가 많은 인식체계를 갖고 있다. 무의식은 두뇌활동의 90% 이상을 점유하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시각과 청각은 완전무결과는 거리가 먼 감각이지만 무의식의 보정 덕분에 생존에 충분한 정도의 정보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무의식의 단순한 정보 처리 방식은 잘못된 범주화의 오류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의식적 사고를 통해 이런 편향을 극복할 수 있다. 무의식과 의식에 대한 설명이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에서 소개한 시스템1, 시스템2와 닮았다고 느꼈다.

 

저자의 유머 섞인 설명이 좋았다. 저자는 물리학자로서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번역도 좋았다 (번역 별4 ★★★★).

 

 

2022. 6. 6.

뇌과학 분야의 여러 실험들을 소개한다. 읽었던 책인데,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신선하고 재밌었다. 기억보다 진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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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보다 거짓에 좌지우지되는 세상 속 설득의 심리학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리 하틀리 카터 지음
이영래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상대방에게 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안내한다. 제목만 보고 뇌과학 분야의 책일 줄 알았는데 자기 계발 실용서였다.

신뢰에 관한 설명이 좋았다. 요즘 논어를 다시 읽고 있다. 의외의 곳에서 논어 속 信(신) 개념에 대한 좋은 설명을 얻었다.

신뢰는 쉬운 예측 가능성에 대한 문제이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당신이 사람들의 생각 속에 만들어놓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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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다시, 책으로

Reader, Come Home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어크로스 펴냄

 

"친애하는 독자께"로 시작하는 존댓말 서간체의 느낌이 좋았다. 상냥한 9통의 편지를 읽고 나면 책이 끝난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로 인해 깊이 읽기 경험을 상실하고 있는 인류에게 진심을 담아 호소한다. "독서가들이여, 다시 책으로 돌아 오세요."

 

한 사회의 좋은 독자들은 구성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카나리아이자 인간성의 수호자입니다. ... 읽는 삶은 정보를 지식으로, 지식을 지혜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 우리가 지닌 최고의 지적 능력과 공감 능력을, 덕성을 위한 능력과 결합하는 것 ... 이런 능력들이 위험에 처하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집니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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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

Reductionism in Art and Brain Science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읽는 중이다.
『판단력 비판』은 미학, 그러니까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다. 칸트는 아름다움이라는 판단이 보편성을 갖는지 묻는다. "누군가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 판단은 필연일까?", 다시 말해 "그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도 요구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을 통해 칸트의 질문을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제목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에서 언급되는 환원주의는 전체를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방식이다. 과학에서 성공한 방식이다.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더 이상 사물의 구체적인 묘사로는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 미술가들은 이 환원주의를 받아들여 추상화 분야를 개척한다. 추상 미술가들은 전체 이미지를 해체한 뒤 극도로 단순화시킨 핵심만 전달하려 했다. 작가가 해체한 이미지를 접한 감상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동원해서 해석을 창조한다.

추상화의 감상자가 스스로 해석을 창조한다는 의견은 뇌과학적으로 볼 때 타당하다.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인식할 때 뇌에서는 2가지 처리가 일어난다. 하나는 시신경을 통해 지각된 대상과 배경을 인식하는 상향처리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를 동원해서 그 맥락을 이해하는 하향처리이다. 추상화의 해체된 이미지를 접한 감상자는 상향처리로는 아무런 인식도 얻을 수 없다. 하향처리를 통해 해석할 뿐이다. 그리고 감상자는 해석을 창조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된다.

이 책 덕분에 지금껏 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추상화를 즐겨볼 생각을 하게 됐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생각과 형상을 단순화함으로써 우리는 흡족한 마음의 평화를 향해 더 다가간다. 기쁨을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 앙리 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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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인간의 법칙

64괘에서 배우는 인간과 자연의 지혜

 

이창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만약 주역 책을 하나만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은 한문으로 전해오는 괘사나 효사를 번역한 책이 아니라 "주역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내가 찾던 책이다.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이 책은 주역으로 점치는 법을 설명한다. 이게 무척 좋았다. 점치는 법 설명을 듣고 나서야 "효가 변한다", "괘가 변한다"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젠가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을 인용한 설명이 좋아서였다. 융도 공자님처럼 나이 50이 되어 주역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주역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탐독해서 64괘를 모두 외워 적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저자는 융의 이론과 주역의 문장을 엮어 "필연"이 통하는 세계를 설명한다. 이 세상엔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과학의 영역뿐 아니라 우연과 계시로 이루어진 신비의 영역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에 와서 이 책을 만나 주역을 더 공부하고 싶어진 것도 어쩌면 우연이고 계시이고 신비이지 않을까?

절판되어 어렵게 구한 책이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구해 읽은 보람이 있었다. 주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은 재미와 큰 재미가 있는데, 주역 점을 쳐서 잡다한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작은 재미이고, 주역을 관조하며 자연법칙 속의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큰 재미라고 한다. 사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알아가는 것은 큰 재미가 맞다.

 

주역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좋은 결실을 위해서, 곧 내 삶의 모든 쓰임이 이롭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내 쓰임의 행동과 결단이 온전하고 바람직한 것이 되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주역은 이용하기 좋다. 그것은 이용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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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Educated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펴냄

 

메시지가 분명한 잘 짜여진 이야기다. 그래서 믿을 수 없었지만, 실화다.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던 저자가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기 인생을 결정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시종일관 사람들 저마다의 기억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기억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가 교육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이 깨달음을 기초로 저자는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모아 자기의 과거를 재구축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선택한다. 그렇게 저자가 어린 아이에서 성숙한 인격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저자의 결론에 따르면 그것은 변신이었다. 그리고 그 변신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그녀가 발견해낸 교육 덕분이었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아주 좋은 책을 읽었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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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노력이 모든 것을 바꾼다

어른의 의무

 

야마다 레이지 지음
김영주 옮김
북스톤 펴냄

 

저자는 일본의 만화가다. 1966년에 태어났으니, 이 책이 출간된 2016년엔 50살이었다. 50살이 되면 어른의 의무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어른의 의무는 3가지다. 불평하지 말 것, 잘난 척하지 말 것,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것. 어른이 의무를 지킬 대상은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이다. 겸허한 자세로 젊은 사람들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겸허함을 강조했던 직전 독서 '사랑의 기술'이 떠올랐다.

책의 마지막에서 2차 대전 종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본 사회의 변천사를 출판 만화의 변천사와 함께 요약하는 게 특히 좋았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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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Loving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백문영 옮김
혜원출판사 펴냄

 

에리히 프롬의 책들을 좋게 읽었다. 이 책도 언젠가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삶과 사랑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좋았다. 저자의 관점에 의하면 삶이 평생 갈고닦아야 하는 무엇이듯 사랑도 평생 갈고닦아야 완성할 수 있는 무엇이다. 올바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훈련해야 하는데 이 훈련은 평생토록 해야 하는 과업이다.

인간은 미성숙한 단계에서 보다 높은 성숙의 단계로 성장해야 한다. 그게 삶이다. 개인의 성숙은 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개인이 자기로부터,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사는 이유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기술을 갈고닦아, 그리고 사랑의 기술을 갈고닦아 우리가 속한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 타인'만'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건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단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도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내 이웃 모두를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궁극적 이상이다.

사랑하는 기술을 익힌 사람은 겸허하다. 타인을 존중한다. 존재만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내가 어떤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며,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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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평범한 우리 이웃 인물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소개한다. 그래서 죽는 순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연명치료 끝에 가족들과 '사랑한다'는 말을 나눌 기력도 시간도 갖지 못하고 죽어가는 지금의 모습을 고발한다.

 

죽음은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완결짓는 기회여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은 죽는 순간에도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은 삶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했던 직전 독서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떠올랐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요양원에서) 할머니는 감금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늙었다는 죄로 감옥에 갇힌 것만 같았다.
체이스 요양원 주민들은 비교 집단 주민들에 비해 복용하는 처방 약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에서는 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토머스는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야 할 이유를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망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실 인간에게는 충성심에 대한 욕구가 있다... 우리는 모두 삶을 견뎌 내기 위해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에 헌신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에서는 결말이 중요하다.
삶의 이유는 단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거나 심각한 장애를 겪게 됐을 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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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

 

 

호흡이 빠른 책이다.
짤막한 챕터가 빠르게 이어진다. 1946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지금의 인터넷 세대에게 아주 잘 맞는다.

 

번역서의 제목이 아쉬웠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아니다. 이 책은 피할 수 없이 강제로 맞은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를 이야기한다. 수용소에서의 경험이 반절이고, 거기서 빚어낸 저자의 조언이 반절이다. 원서의 제목을 살려서 소개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사람은 의미를 찾는다' 정도면 어땠을까?).

 

지금 내 상황과 잘 맞았던 것 같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았다. 독서하면서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 준수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
힘든 상황이 선물로 주는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니체가 말했다. "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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