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x 인간지능의 시대

"AI 시대를 항해하는 사피엔스를 위한 안내서"

 

김상균 지음
베가북스 펴냄

 

ChatGPT를 비롯한 AI 기술의 왕성한 발전을 볼 때마다 '이제 인간은 쓸모 없어지는 것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든다. 하지만 이 두려움의 태반은 'AI'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급속한 변화' 때문일 것이다. 모르는 것은 두렵기 마련이다. 'AI x 인간지능의 시대'를 읽게 된 이유다. AI에 대해 알고 싶었다.

 

책은 시종일관 AI를 새로운 도구라고 역설한다.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도구가 현재 할 수 있는 일과 미래에 할 수 있게 될 일을 나열한다. 다소 지루했던 사실과 상상의 나열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AI는 도구일 뿐'이라는 저자의 메시지였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책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AI로 인해 세상이 변화해도, 정말 아무리 변화해도 인간 자체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저자의 의견이 기억에 남는다. 삶에서 의미를 찾고, 또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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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대통령 비서실이 직접 엮은 문재인 정부 5년의 철학과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 말글
대통령 비서실 엮음
김영사 펴냄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관이 바른 사람이다. 그의 역사 인식을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됐다. 임시정부는 3.1운동에서 비롯됐다. 임시정부가 창설한 독립군이 대한민국 국군의 시작이다. 독립운동과 6.25 전쟁에서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그런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애국심을 고양하는 길이다." ... 대통령 연설문에서 인용하는 역사적 사실이 많았다.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웠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미래를 외세가 아니라 우리 손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우리는 장차 통일을 이루고, 그래서 대륙과 연결되고, 그 속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릴 것이다. 상상하면 실현할 수 있다. 그런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탁현민 작가의 『미스터 프레지던트』를 먼저 읽은 것이 연설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됐다. 언제 어떤 배경에서 나온 연설문인지 어림하며 독서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에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되살려 전 세계를 경탄시킨 나라 ...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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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와대 일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1,826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윤재관 지음
한길사 펴냄

 

살면서 청와대에서 일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 문재인 대통령 같은 인물과 일해보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이 책은 그런 귀한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선거를 치르며 일했던 경험, 그리고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해 실무를 맡아 일했던 경험을 자랑스럽게 펼쳐놓는다. 그건 저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경험이고 자산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번에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다음번 평화 시기에는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대한 나라다. 그리고 장차 더 위대해질 것이다.

 

제1부 인연/ 인연의 출발/ p28
... 그 말씀에 난 가슴이 뛰었다. 그때 이분과 꼭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제1부 인연/ 5년이 흐르는 동안/ p40
그날 봉하마을의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다시 봉하마을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 그것은 우리 참모들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고, 그렇기에 무조건 유능해야만 하고, 그렇기에 무조건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해야 한다"는 그런 주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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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고전 산책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난다

 

조국 지음
오마이북 펴냄

 

누구나 알듯 조국 작가의 현재 처지는 참담하다. 머리말에서 '견디겠다'고 전하는 그의 다짐이 가슴 아팠다.

...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읽고 씁니다. ... "너를 죽일 수 없는 것이 결국 너를 더 강하게 할 것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믿으며 견디고 또 견딥니다.

 

책은 민주주의 법철학이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법학자 조국은 정말 자상한 교수님이어서, 어려운 법철학을 쉬운 언어로 설명해 준다.

1장. 사회계약/
루소... 누군가 나랏일에 관해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나라는 끝장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2장. 삼권분립과 '법을 만드는 방법'/
시민의 재판 참여는 근대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시민의 재판 참여는 '법관독재'를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며 재판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입니다.
3장. 입법권의 한계와 저항권/
로크... 사회계약론에 기초하여 '저항권', '혁명권'을 정당화한 것은 정말 위대한 이론적 업적입니다. 민주주의는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거'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으니까요.
4장. 죄형법정주의/
잠재적 범죄인이 범죄를 안 저지르게 하려면 잔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 확실히 잡혀서 벌을 받는다"라는 생각을 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5장. 소수자 보호와 사법통제/
"가난이나 굴욕 속에서 삶을 마치는 것밖에는 다른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 민중이 있다. ... 이것이 시정되지 않는 한 처벌은 쓸데없는 짓이다."
6장. 자유/
우리나라는 오랜 권위주의 정권 또는 군사독재의 지배를 겪으면서 '자유'의 의미가 왜곡되어 있습니다. '자유주의'를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억압하는 '반공' 자유주의로 이해하거나 기업의 무한정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장. 권리/
왕은 시삼네스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가죽이 씌워진 의자에 앉아 재판 임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로마든 페르시아든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자가 저지른 불법은 다른 범죄보다 훨씬 엄격하게 처벌한 것입니다.
8장. 악법도 법인가/
민청학련 사건... 김병곤(당시 서울대 4학년)은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당당히 외쳤습니다. "영광입니다. 유신 치하 민중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 젊음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9장. 시민불복종/
간디...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다." "국가가 무법적이거나 부패해졌을 때 시민불복종은 신성한 의무가 된다."
10장. 평화/
칸트는 전쟁의 시대를 살면서 영구 평화를 꿈꾸었습니다.

 

책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민주주의 전문가이자 법치 전문가다. 언젠가 조국 작가가 정치 일선에 나서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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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한다

소비사회가 잠식하는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나현영 옮김
현암사 펴냄

 

저자(지그문트 바우만)는 뚜렷한 국적도 없이 떠도는 떠돌이 철학자다. 그에게는 뿌리내릴 단단한 지반이 없다. 그래서 '유동성(Liquid)'이란 단어가 그를 정의하는 키워드가 됐다. 저자가 보기에 급변하는 사회를 사는 현대인 모두가 단단한 지반을 잃은 유동성의 인간들이다. 60~70년대에는 후진국에서, 80~90년대에는 개도국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선진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저자의 생각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는 고정된 것이 없다. 영원하길 바라며 의지할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변한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해결한 문제보다 해결할 문제가 더 많다. 노인과 청년, 남성과 여성, 보수와 진보가 갈라져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갈등이 문제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출산이 문제고,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이 문제고, 노인들의 빈곤이 문제다. 이 책은 이 문제들이 유럽 선진국들에게도 당면 과제임을 알려준다.

 

인터뷰어(리카르도 마체오)와 인터뷰이(지그문트 바우만)는 서면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들은 교육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사실 얽히고설킨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생각할 때, 교육 제도를 개선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무척 즐거웠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지적인 대화를 펼쳐가는 모습이 경이로왔다. 저자들처럼 대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주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발췌한다.

 

유럽에서도 낮은 출산율이 사회 문제다.

(유럽 전역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는) 현 출생률로 보아... "이민자는 위험이 아닌 자산"
(1. 혼성 애호와 혼성 혐오 사이 p12)

 

유동성 속의 인간에게는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는 능력과 낡은 것을 빨리 잊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방에 정보가 너무 많다. 정보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99.99퍼센트의 원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있다."
( 7. 퇴폐는 박탈의 가장 교묘한 전략 p65)

 

유럽에서도 청년 세대의 빈곤이 사회 문제다.

전후 유럽사의 흐름에서... 먼저 '베이비 붐' 세대가 있었고, 각각 X세대와 Y세대로 불리는 세대가 뒤를 이었습니다. ... 가장 최근에는 Z세대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예고가 있었죠. ... 이 세대는 전후 최초로 사회적 지위가 하강 이동될 것이라는 전망을 맞닥뜨린 세대입니다.
( 8. 오랫동안 쌓아온 것들이 파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 p79)

 

유럽에서도 청년 세대의 일자리 부족이 사회 문제다.

대학 졸업장을 상자 속에 처박아놓고 배달원, 가게 점원, 택시 운전사, 웨이터 등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에 눌러앉는 졸업생들이 점점 더 늘고 있어요.
( 11. 실업자도 복권은 살 수 있지 않나요? p115)

 

소위 말하는 보통 또는 정상의 의미가 '통계적 다수일 뿐'이라는 지적이 통쾌했다.

통계적 다수에 속한다는 사실 외에 '정상'의 뜻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또 통계적 소수에 속한다는 사실 말고 '비정상'의 뜻은요?
( 12. 정치적 문제로서 장애, 비정상, 소수의 문제 p122)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라는 사회 시스템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사회 문제는 없다.

지금 우리는 모두 소비자입니다. 다른 무엇이기보다 먼저 소비자며, 소비자로 존재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예요. ... 슈퍼마켓은 우리의 사원인 셈이에요. ... 쇼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쾌락의 부재뿐 아니라 인간 존엄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 14. 결함 있는 소비자와 끝없는 지뢰밭 p143)
박탈된 사람들이 빈민가나 다름없는 도시 특정 지역에 밀집해 사는 이유는 사회 정책 때문이 아니라 주택 가격 때문입니다.
( 14. 결함 있는 소비자와 끝없는 지뢰밭 p148)
우리가 경력을 쌓느라 배우자와 자녀를 등한시하는 사이 마케팅 전문가들은 보상의 형태로 항상 무언가를 구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죄책감을 자본화합니다.
( 20. 성숙기에 이른 글로컬라이제이션 p213)

 

우리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희망하며 독서했다.

번역으로 인한 피로가 없었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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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29.

이 책을 읽고, 글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인류의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정치 경제 시스템에 대해 고찰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무한 생산과 무한 소비를 추구한다. 유한한 세상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다보니 파국을 피할 수 없을텐데,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지켜 보기만 한다. 이 책은 그 이유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경제서?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프로이트의 후예이며 정신분석 학자다. 정치서? 아니다. 이 책은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대한 연구 논문이다. 철학, 신학, 과학을 넘나들며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한다. 지극히 사실적인 자료를 근거로, 지극히 논리적인 방법으로, 지극히 과학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기독교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기독교는 예수를 특별한 영웅으로 부각시킨다. 예수를, 사랑을 실천하는, 영웅적 존재로 부각시킨다. 그렇게 예수는 우상이되고, 평범한 개인은 예수로부터 소외된다. 즉, 예수를 닮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대신, 신앙을 소유함으로써 구원을 얻으려 한다. 탐욕스러운 생활을 계속하더라도,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소유하면, 용서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대 기독교는 이런 소외를 방조할뿐아니라 조장한다. 그래야 개인에게서 유리된 예수를 독점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카롭지 않은가?

저자는 인간의 소외, 다시 말해 인류의 방관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저자는 인류가 파국을 피하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자기 생각을 한다고 착각한다. 혹시나 그 생각이 매스컴을 통해 세뇌된 남의 생각이라고 의심해본 적은 없는가? 저자는 인류가 제정신이라면, 진정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분명히 파국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현실의 부조리를 넋놓고 방관한다면, 인류는 "멸망해도 싼" 존재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범우사에서 출간된 번역서를 몇 년 동안 표지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었다. 원서 제목은 "To Have or To Be". 얇고 가격도 싼, 바람직한 책이다. 번역은 무난하다. 초반 번역은 감동스러울 정도로 충실한데, 마지막 장 부근의 번역이 다소 불만스럽다. 그래도 그정도면 훌륭하다. 인생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2023.11.27.

나의 삶은 무엇으로 평가될까? 나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내가 살며 모아 온 소유물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면 사회의 현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1976년에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오래된 책이라고 독서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의 내용은 아직도 적절하며 여전히 살아 있다. 읽을 때마다 태도를 바로잡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범우사에서 펴낸 책도 까치에서 펴낸 책도 모두 번역 좋았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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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조국 지음
다산북스 펴냄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본분을 공부라고 말한다. 그는 법을 공부하는 학자다. 그가 윤석열 정부의 법치는 법을 이용한 폭력이라고 말한다.

나는 내 자신의 가장 큰 존재 가치를 공부하는 사람, 학인學人에 둔다.
(p005. 길 없는 길)
세상의 모든 문제를 압수·수색과 체포·구속으로 해결하려는 '형벌과잉'의 시대가 열렸다.
(p009. 길 없는 길)
나는 디케가 형벌권으로 굴종과 복종을 요구하는 신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신이라고 믿는다.
(p013. 길 없는 길)
윤석열 정부는 자신이 내세우는 '법치'가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라고 공문서에 명기했다. ...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 '법치'가 '법을 이용한 지배'가 될 때 법은 법의 외피를 쓴 폭력이 된다.
(p124. 정의/ 법은 지배계급의 도구?)

 

이 책은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국가 요직을 장악한 검사들의 면면을 나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사료적 가치가 있다.

국가안보실의 실세로 '신냉전'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검사 출신이 아니지만, 그의 부친은 대검 중수부장·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김경회 씨다. 윤 대통령이 총애하는 '특수부 라인'의 대선배인 것이다.
(p068. 신검부/ 권력 그 자체가 된 시녀)
윤 대통령은 금융감독원장(차관급)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를 임명했다. 그는 '윤석열라인'의 막내...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임명'은 '관치 금융'을 넘어 '검치 금융'이 전개된다는 신호다.
(p070. 신검부/ 권력 그 자체가 된 시녀)

 

이제 검사독재를 끝장내는 것이 우리 민주시민의 당면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군사독재와 IMF 경제 환난을 버텨내고 끝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이번 과제도 충분히 감당해낼 것이다.

현재 정치권력의 핵심은 검사 카르텔에, 경제권력의 핵심은 재벌 카르텔에 있다. 이 두 카르텔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과 재벌이라는 두 카르텔에 의한 과두제를 해결하는 것이 21세기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p027. 검찰권/ 법이 총칼이 되는 시대가 열리다)
국민의 정치참여만이 '대한검국'을 '대한민국'으로 되돌릴 수 있다.
(p095. 퇴행/ 이명박근혜 정권의 난폭한 부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그리 쉬울 리 없지 않은가.
(p135. 정의/ 법은 지배계급의 도구?)

 

조국 전 장관은 책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의 집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윤석열 집권의 빌미가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그와 그의 가족분들께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조국 전 장관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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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지음
메디치 펴냄

 

글을 잘 쓴다. 정돈된 생각을 유머 있게 표현한다.

책 12%, 카산드라와 아틀라스 2012.4.9.
1년마다 명단이 갈리는 검사 블랙리스트에서, 저는 밤하늘에 고정된 북극성처럼 찬란하게 계속 빛났다고 하더군요.
책 41%, 복귀 인사 2016.1.30.
아마... 검사게시판 글이 주된 이유일 겁니다. ... 스폰서나 혼외자가 없고 별장 성 접대를 받지 않았으니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임은정 검사는 검사의 본분을 고민하는 검사다. 고민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그런 행동이 주변으로부터 박수보다 비난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는 더욱 쉽지 않다.

책 16%, 민청학련 관련 사건 공판 소회 2012.9.6.
저는 권력이 아니라 법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책 43%, '과거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검사 직권 재심 청구' 보도를 접하며 2017.9.17.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에 대한 감찰 요구와 공익 신고, 고발, 국가배상 소송 제기 등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각오이고, 하고 있습니다. 칼럼 기고와 SNS, 책 발간도 제 발버둥의 일환입니다. 검찰이 바로 서려면, 안과 밖에서 함께 검찰을 바로 세워야 하지요.
책 75%, 우리를 믿지 마세요 2019.9.30.
권력은 상하기 쉬운 음식과 같습니다. 계속 끓여주고 갈아주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그때 그 검사들이 여전히 건재한 검찰을, 검사들의 잘못이 드러나도 조직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스스로 부여하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믿지 마세요.
책 95%, 길모퉁이에서 2020.9.21.
물러설 수 없으니 가서 부딪칠 수밖에. 천 번의 헛된 시도에 천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에서 진실함을 느꼈다. 검찰에 남아 분투하는 임은정 검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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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보고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교양인 펴냄

 

어느 정신의학자가 있었다. 그는 살인율과 자살률 데이터를 조사하던 중 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살인율과 자살률이 예외 없이 증가했고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예외 없이 감소했던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그 이유를 탐구한다.

 

투표로 집권하는 정부는 자신의 지지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공화당 정부의 지지기반은 고용주들이다. 그래서 고용주들을 대변하는 공화당 대통령은 실업률을 높이는 정책을 선택한다.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 고용주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살인율과 자살률이 높아진다. 실업으로 인해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 그리고 실업으로 인해 자긍심을 잃은 사람들은 자살하기 쉽다.

 

선거는 장난으로 할 일이 아니다. 비열한 언론이 부추기는 '벼락거지'라는 말에, '여가부폐지'라는 말에 휘둘려 분풀이하듯 2번 후보를 찍을 일이 아니다. 합법적인 정치 수단으로 가진 거라곤 투표권 하나밖에 없는 99%의 대한민국 국민은 신중하게 자신의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선거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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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디플롯 펴냄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진화론 하면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은 적자생존 개념에 대비해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는 말을 소개한다. 그리고 수많은 실험과 추론을 통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세상이 사실임을 주장한다.

(책 4% 위치, 들어가며.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
지난 150년 동안 이 잘못된 '적자'의 해석이 사회운동,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의 바탕이 되어왔으며, 정부 무용론의 근거로, 타 인구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또 그런 평가가 야기하는 결과의 참혹함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왔다.

 

우리의 본질

우리는 다정해지도록 진화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타인과 협력해서 놀라운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의 본질은 다정함이다.

(책 7% 위치, 들어가며.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다.

 

빛과 어둠

친구에게 다정한 것이 인간 본성의 빛이라면 외부인에게 잔인한 것이 인간 본성의 어둠이다. 익숙한 친구에게 다정한 인간일수록 낯선 외부인에게 더 잔인하다. 우리는 일단 우리편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상대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 규정하고 맹렬히 공격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책 47% 위치, 6 사람이라고 하기엔)
우리는 집단 정체성을 토대로 타인을 판단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사랑이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민주주의

그래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본질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 체계를 고민해왔다. 그 결과가 민주주의다.

(책 62% 위치, 8 지고한 자유)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의 어두운 본성은 잠재우고 선한 본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견실하게 증명해온 유일한 정부 형태가 민주주의다.

 

살아남을 자격

하지만 해마다 심해지는 사회적 갈등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해마다 이상해지는 지구 기후에서 보듯 우리의 자연도 위기에 처해있다. 여러모로 생존 위기다.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책 73% 위치, 8 지고한 자유)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

 

좋은 삶

진화론에 대해 알고 싶어 고른 책인데,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책이 제시하는 삶의 평가 기준이 마음에 들었다.

(책 77% 위치, 9 단짝 친구들)
우리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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