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

리만 가설

 

존 더비셔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펴냄

 

수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소수(Prime Number)에 대한 연구는 정수론에 해당한다. 리만(1826~1866)은 여기에 해석학(미분,적분을 연구하는 분야)을 도입했다. 그 결과 해석적 정수론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다.

리만은 직관적인 수학자였다. 그의 수학 강의는 인기가 없었는데, 그에게는 중간 단계 증명들이 자명해 보여서 설명 없이 넘어가곤 했기 때문이다. 리만은 1859년 젊은 나이에 베를린 학술원의 회원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누린다. 이때 '주어진 수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에 관한 연구 On the Number of Prime Numbers Less Than a Given Quantity' 논문을 제출한다.

이 한 편의 논문은 수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소수(Prime Number)는 양자역학과 관련있다. 양자역학은 물질과 에너지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얘기한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와 소수는 닮았다. 소수는 소숫점으로 쪼개지지 않고,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숫자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에서 어떤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우연히 만났을 때, 그들은 리만 가설의 공식이 서로의 공통 관심사였음을 발견한다.

1972년 봄, 정수론을 공부하던 박사 과정 학생과 한 물리학자가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젊은 학생은... 휴 몽고메리였고 물리학자는... 프리먼 다이슨이었다... 그날까지 다이슨과 나(몽고메리)는 단 한 차례의 대화와 한 장의 메모지를 주고받았을 뿐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주고받은 정보는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잘 만든 수학책이다. 자잘한 내용은 '그냥 나를 믿어달라'며 감추고 놓치면 안 되는 내용은 그림과 함께 설명하여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취된 수학적 발견 사이에 줄거리를 부여하여 그 맥락을 이해하게 한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몇 번이고 더 읽을 생각이다. 승산의 책은 믿을 수 있다.

 

번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훌륭했다 (번역 별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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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공식

 

리오네 살렘 外 지음
코랄리 살렘 그림
장석봉 옮김
궁리 펴냄

 

삽화를 곁들인 짤막한 이야기를 빌어 수학을 설명한다.
이야기가 많고 수학의 난이도는 낮다.
기분 좋게 읽었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솔직히 말하면, 허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 식들을 유도해 낼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복잡해서... 아무튼 이제 여러분들도 i 같은 추상적인 수를 사람들이 왜 만들어 냈는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런 걸 잘 활용하면 수학이 좀더 쉽고 재미있어지거든요.
그러다 1993년 미국 캠브리지 대학의 앤드루 와일즈라는 수학자가 페르마의 이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내놓은 증명은 엄청난 분량이었다. 정말로 책의 여백에 적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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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마이클 아티야, 알랭 콘, 세드릭 빌라니, 김민형 外 지음
장 프랑수아 다르스, 아닉 렌, 안느 파피요 엮음
권지현 옮김
궁리 펴냄

 

2008년, 프랑스의 고등과학연구소에 모여 있던 세계적인 수학자들의 사진과 그들의 짤막한 에세이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고, 수학자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가 칠판임을 알게 됐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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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황홀한 역사

NUMBER, The Language of Science

 

토비아스 단치히 지음
심재관 옮김
지식의숲 펴냄

 

저자 토비아스 단치히는 1884년에 태어났다. 그는 유명한 수학자 앙리 푸앙카레의 제자다. 얼핏 보면 무척이나 오래된 사람 같은데, 이 책은 1930년에 1판이 발행되고 1953년에 4판이 발행된 현시대의 책이다 (저자는 1956년에 사망).

자연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복소수, 행렬 등으로 수체(數體)가 발전해 온 역사를 설명한다. 수학과 이야기의 균형이 좋다. 어렵지만도 않고, 쉽지만도 않다. 고등학교 수학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숫자 개념의 본질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숫자 개념은 대응(짝짓기) 개념과 배열(순서짓기) 개념 덕분에 존재한다. 이 사실이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환기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칸토어의 초한수(超限數) 개념을 설명할 때 중요하게 사용된다. 마치 시작할 때 심어둔 복선을 마무리하면서 멋지게 회수하는 잘 기획된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수학적 귀납법이라고도 불리는 반복적 추론(reasoning by recurrence)의 사례들을 보면 인간은 분명 "무한정 반복되는 동일한 행위"를 충분히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더 나가 인간은 "실제 무한" 자체를 수학적 연구 대상으로 탐구한다.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는 "무한"을 연구하기 위해 아름답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칸토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한에 대한 연구는 곤란한 역설을 만나 멈칫하고 만다. 인류는 과연 무한을 감당할 수 있을까?

책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하나는 수학자들이 수학을 하는 이유다. 수학자들은 쓸모 때문에 수학을 하지 않는다. 수학자들은 수학을 위해 수학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수학이란 학문의 성격이다. 수학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누적돼 만들어진 학문이다. 수학은 신이 선물한 완전무결한 무엇이 아니라, 많은 헛점을 끌어안은 채 살아 성장하는 무엇이다.

책은 수학적 사실과 실재적 사실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며 마무리된다. 마지막 문장이 무척 철학적이었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4.0 ★★★★).

 

몇 년이 지나면 우리 몸의 세포는 모두 바뀐다. 우리의 생각, 판단력, 감정, 열망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는다. 그렇다면 '나'라고 지칭되며 항구성을 부여받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기억이라는 줄에 순간이라는 구슬을 엮어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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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는 미적분 수업

 

데이비드 애치슨 지음
김의석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풀지 못한 미적분은 무용하고 이해하지 못한 미적분은 공허하다

미적분을 공부하고 싶어 책을 고르던 중, 칸트의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를 패러디한 표지글이 재밌어서 골랐다.

 

기초 개념부터 고급 주제까지 미적분의 거의 모든 내용을 설명한다. 기초적인 내용은 엄밀하게 설명하고, 고급 주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의 이야기로 슬쩍 넘어간다. 그래서 고등학교 수준의 미적분을 이해할 수 있었고, 더 공부할 키워드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학 때 공업수학을 빵구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참 재밌는 것 같다. 나름 스토리가 있고, 알아가는 맛이 있다.

 

학생도 아니면서 뒤늦게 수학을 공부하니 장점이 있다. 시험 볼 필요가 없다. 재밌으면 그만이다. 내가 흡족한 만큼만 하면 된다. 기초적인 수준이나마 미적분을 이해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미분, 적분, 무한급수, 사인, 코사인, 로그, e의 의미를 알았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음엔 파동, 퓨리에 변환, 라플라스 변환, 변분법, 라그랑주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이해에 방해 되지 않는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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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미적분 7일 만에 끝내기

 

이시야마 타이라, 오오가미 타케히코 지음
정세환 옮김
살림Math 펴냄

 

내게 이렇게 좋은 책이 있었나? 

 

확실히 어떤 책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못하고는 내가 준비가 되어있고 아니고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고교 수준의 미적분을 제대로 복습할 수 있었다. 미적분을 왜 공부하는지 (공부해서 어디다 써먹을 것인지) 자주 환기시켜주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를 증명하면서, 왜 증명하는지 (이 대단한 충격을 독자들이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를 강조하는 것이 좋았다. 이유를 알고 싸워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 

 

번역을 거쳤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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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러가 사랑한 수 e

e: The Story of a Number


엘리 마오 지음

허민 옮김

경문사 펴냄 (경문수학산책 16번째)


2014.10.19.

로그에 대해, 미분과 적분에 대해, 지수함수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 맥락 속에서 숫자 e가 가진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책은 수학 이야기 책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만 다루지 않고 수학적 의미도 충실하게 설명한다. "수학"과 "이야기"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독서가 즐거웠다.


주석을 책 맨 뒤에 몰아서 편집하지 않고 각 장 끝에 정리해서 붙여놨다. 상당히 편리한 편집이었다. 번역도 훌륭했다 (번역 별 4.0 ★★★★). 앞으로 경문사의 책을 더 찾아보게 될 것 같다.


2019.10.26.

큰 목차 작은 목차 내용
1장 - 존 네이피어, 1614 존 네이피어, 로그표를 이용한 계산 방법을 제안함
2장 - 승인
- 로그 계산
브리그스, 네이피어에게 로그표의 개선안(상용로그)을 제안함
3장 - 금융 문제 복리이자 계산 문제에서 e 값을 발견함 (e의 탄생 일자와 발견자는 불명)
4장 - 극한까지, 존재한다면
- e와 관련된 특이한 수
e는 (1 + 1/n)^n 의 극한값
5장 - 미적분학의 선구자들 무한과 극한 개념의 태동
6장 - 해결의 전조
- 불가분량의 방법
무한급수 개념의 발전 (불가분량을 이용하면 면적을 계산할 수 있다)
7장 - 쌍곡선의 구적

쌍곡선 구적 계산의 역사 (자연로그 ln 과 그 밑수 e 가 제안됨)

8장 - 새로운 과학의 탄생 뉴턴, 미적분학을 개척함
9장 - 격렬한 논쟁
- 표기법의 발전
라이프니츠, 뉴턴과 상관 없이 독자적으로 미적분학을 개척함
라이프니츠의 표기법이 뉴턴의 표기법보다 우아함 (형식적 의미를 직관적으로 표현함)
10장 - e^x : 자신의 도함수와 같은 함수
- 낙하산
- 감각을 측정할 수 있을까?
지수함수의 도함수는 지수함수 (자기 자신과 같다)
음악과 수학의 관계 (주파수와 옥타브)
11장 - e^θ : 경이로운 소용돌이선
- 바흐와 베르누이의 역사적 만남
- 미술과 자연에서 찾은 로그 소용돌이선
음악의 바흐 가문과 수학의 베르누이 가문
12장 - (e^x + e^-x) / 2 : 매달린 사슬
- 놀랍도록 유사한 성질
- e와 관련된 흥미로운 공식
원 함수(즉, 삼각 함수)와 쌍곡선 함수의 유사성
13장 - e^ix : 가장 유명한 공식
- e의 역사에 나타난 흥미로운 사건
오일러, 지수함수에 허수를 도입
14장 - e^(x + iy) : 상상이 현실로
- 대단히 놀라운 발견
복소 함수론은 19세기 수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
15장 - 도대체 e는 어떤 수인가?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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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철학, 종교의 만남

무한의 신비


애머 악첼 지음
신현용, 승영조 옮김
승산 펴냄



2016.4.17.

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가무한(potential infinity) 개념을 사용해왔다. 바로 '극한'이다. 예를 들어 케플러(1571~1630)는 타원의 넓이를 아주 많은 '무한소'의 삼각형으로 나누어 넓이를 계산했다. 삼각형의 수를 무한으로 증가시킬 때 전체 넓이의 극한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계산해서 타원의 넓이를 알아냈다.

칸토어(1845~1918) 이전까지, 실무한(actual infinity)은 수학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었다.
칸토어는 용감하게도 실무한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연구했다. 그는 무한에도 등급 차이가 있음을 인지했다. 그는 무한집합의 농도 차이를 다루는 '연속체 가설'을 증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훗날 괴델(1906~1978)이 칸토어의 노력은 증명 불가능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었음을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증명한다. 칸토어가 정립한 무한론과 집합론은 수학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책에서 설명하는 '연속체 가설'은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다르게 무한의 농도가 불연속적임을 가정한다. 무언가 물리학 분야의 양자론이 연상되는 대목이 있어서 흥미로왔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2018.9.1.

나는 파이값(3.141592...) 같은 수에서 무한히 계속되는 "...(쩜쩜쩜)"을 볼 때마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무엇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번 독서에서 "...(쩜쩜쩜)"은 수직선 상에 "고정된" 좌표임을 새롭게 인식했다.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외계인의 인식체계가 그런 것 아니었을까?

"칸토어가 들려주는 무한 이야기", 그리고 "로지코믹스"와 함께 보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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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칸토어가 들려주는 무한 이야기


안수진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중학생 수준의 수학 개념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얇은 수학책이다. 얇지만 칸토어(1845~1918)의 집합론과 무한론을 제대로 설명한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승산에서 펴낸 "무한의 신비"가 진지하고 문학적인 글이라면 이 책 "칸토어가 들려주는 무한 이야기"는 유쾌하고 실용적인 참고서다. 중간중간 내용을 요약하며 등장하는 만화도 좋았다.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 글로 지은 책이라 읽기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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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지 않는 법

How not to be wrong, 수학적 사고의 힘


조던 엘렌버그(1971~)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



틀리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불확실한 추정만 가능한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면 우선 이 책을 보는 게 좋겠다. 이 책은 "수학책"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전투기들에 남은 총탄 자국 통계치를 근거로 전투기에 덧댈 보호 강판의 위치를 선택해야 하는 통계학자가 있었다. 통계학자는 총탄의 흔적이 가장 많은 곳이 아니라 전혀 없는 곳에 보호 강판을 덧대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곳을 타격 당한 전투기는 한 대도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통계를 해석했기 때문이다.


책은 "통계의 이면을 보라"는 주장을 밀도있게 펼친다. 현대 과학계는 연구 성과의 판단을 위해 "통계적 유의성 검정"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 검정"은 "모순"을 통해 분명하게 증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낮은 가능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일"은 현실세계에서 생각보다 자주 "확실하게" 일어난다. 다시 말해 현대 과학은 생각보다 확고하지 않다. 우리는 과학조차도 맹신해선 안된다.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생각하는 능력을 갈고 닦고 싶은 사람이라면 수학책을 읽어야 한다. 수학책에는 문학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깊이가 있다. 이 책은 가치가 선형적이지 않음을 그래프로 설명하는데, "중용"과 "과유불급"을 이보다 간결하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수학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가 "실천"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수학 영재)의 적극적인 자세가 신선했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상당히 많은 분량의 글을 훌륭하게 번역했으나 수학적 엄밀함에 어긋나는 문장이 2곳 정도 있는게 아쉬웠다. 그것만 빼면 역자의 노력에 감사하고 싶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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