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태의 역사 오디세이 3부작

종횡무진 동양사

 

남경태 지음
그린비 펴냄

 

저자 임의로 고른 아시아 3개국(중국, 인도, 일본)의 역사를 설명한다. 역사가 시작된 시기(고대), 독자 문명으로 발전한 시기(중세), 세계사에 편입된 시기(근대) 별로 3국의 역사를 번갈아 소개한다.

 

인도의 역사는 신선했고 중국과 일본의 역사는 재밌었다. 중일 전쟁을 중국의 관점으로 한 번, 일본의 관점으로 또 한 번 설명한 것이 특히 좋았다. 문체가 대화하듯 가벼워서 답답하지 않고 편안했다.

 

역사는 내 나라 응원하는 마음을 접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봐야 더 재밌는 것 같다. 그러나 다음 문장이 통쾌했던 걸 보면, 나는 아직 충분히 담담해지지 못한 것 같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이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멋진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좋겠다.

 

1945년 8월 드디어 미국은 유럽 전선에서 독일이 항복한 이후에도 3개월이나 버티고 있는 일본에 극약 처방을 하기로 결정했다. ... 당시까지 만들어진 '모든' 원자폭탄이 사흘 간격으로 일본에 투하된 것이다. 같은 날 소련이 참전을 선언하고 극동 전선에 적군(赤軍)을 투입했다. 결국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천황의 대국민 방송을 통해 항복을 선언했으며, 다음 달 2일에는 미국 전함 미주리 호의 함상에서 항복 문서에 정식으로 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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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중 100년

I. 일본 제국주의와 냉전 (1870-1970)
II. 냉전 해체와 중국의 부상 (1870-2023)

 

최종현학술원 지음
일조각 펴냄

 

근대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00년 역사를 한국·미국·일본·중국의 관점에서 개괄한다. 재밌는 기획이었다.

 

책 말미에서 현재의 한국·중국·일본을 '불완전 주권국가'라고 표현한다. 한국과 중국은 분단된 국가이고, 일본은 전쟁을 금지당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완전한 그들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강대국들이다. 우리가 속한 동북아는 상당히 독특한 지역이다.

 

그간의 분투 덕분에 우리는 중국·일본과 대등한 높이에서 겨룰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구한말 역사를 읽어도 그닥 한스럽지 않았다. 앞으로도 현명한 선택을 이어가서 칼 끝처럼 좁게 주어진 '기회의 창'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 구한말과 비교하여 우리 경제력이 세계 10위권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10위권의 경제력에 걸맞은 전략적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 크게 우려됩니다.
(II권 p333 마지막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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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역사

Work: A History of How We Spend Our Time

 

제임스 수즈먼 지음
김병화 옮김
RHK 펴냄

 

인류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일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했는지 설명한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역사란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다. 어떻게 보면, 역사에는 의도된 기획도 줄거리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하는 일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 독서하던 호흡보다 긴 시간 동안 회사 사람들과 함께 읽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일이 아닌 주제(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고른 주제가 '일')를 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다.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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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빚은 유럽 맥주 이야기!

그때, 맥주가 있었다

 

미카 리싸넨, 유하 타흐바나이넨 지음
이상원, 장혜경 옮김
니케북스 펴냄

 

이제 편의점에서 캔맥주 집어 올 때 아는 이름 발견하는 재미가 생길 것 같다.

1. 맥주와 교회의 동맹
생 푀이엥 트리플
국적: 벨기에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8.5%

2. 오줌싸개 동상이 내뿜는 것은?
칸티용 괴즈
국적: 벨기에
유형: 램빅
알코올 함량: 5.0%

3. 홉, 종교 개혁에 이바지하다
아인베커 우어 보크 둔켈
국적: 독일
유형: 보크
알코올 함량: 6.5%

4. 농부와 술집을 그린 화가들
린데만스 파로
국적: 벨기에
유형: 램빅
알코올 함량: 4.5%

5. 30년 전쟁의 승리를 이끈 우어 크로스티처
우어 크로스티처 파인헤르베스 필스너
국적: 독일
유형: 필스너
알코올 함량: 4.9%

6.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갈증
발티카 No.6 포터
국적: 러시아
유형: 포터
알코올 함량: 7.0%

7. 맥주, 과부와 고아들을 구제하다
르꼬끄 포터
국적: 에스토니아
유형: 포터
알코올 함량: 6.5%

8. 미식가 장교
올비 산델스
국적: 핀란드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7%

9. 철로를 달린 맥주 두 통
레데러 프리미엄 필스
국적: 독일
유형: 필스너
알코올 함량: 5.1%

10. 루이 파스퇴르의 맥주 연구
위크브레드 베스트 비터
국적: 영국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3.3%

11. 코펜하겐의 메디치 가문
칼스버그
국적: 덴마크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5%

12. 맥주의 힘을 빌려 북극으로
링그네스 임페리얼 폴라리스
국적: 노르웨이
유형: 보크
알코올 함량: 10.0%

13. 발사 중지! 맥주를 가져 왔다
그랭 도르주 뀌베 1898
국적: 프랑스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8.5%

14. 비어할레의 선동가
레벤브로이 오리지널
국적: 독일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2%

15. 맥주에서 나온 외교력
베를리너 킨들 바이세
국적: 독일
유형: 밀맥주
알코올 함량: 3%

16. 투르 드 프랑스와 맥주
크로넨버그 1664
국적: 프랑스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5%

17. 옥스퍼드 펌의 단골 문인들
그래비타스
국적: 영국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4.8%

18. 맥주, 전투기를 타고 해협을 건너다
스핏파이어 프리미엄 켄티시 에일
국적: 영국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4.2%

19. 이탈리아의 아메리칸 드림
페로니 나스트라즈로
국적: 이탈리아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1%

20. 양조장 일꾼, 대통령이 되다
크라코노시 스베틀리 레작
국적: 체코 공화국
유형: 필스너
알코올 함량: 5.1%

21. 폴란드의 맥주 애호가 정당
지비에츠
국적: 폴란드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6%

22. 사라예보의 생명수
사라예브스코 피보
국적: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9%

23. 켈트 호랑이의 비상착륙
기네스 드래프트
국적: 아일랜드
유형: 스타우트
알코올 함량: 4.2%

24. FC 하이네켄 vs AB 인베브 유나이티드
하이네켄
국적: 네덜란드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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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콘다

 

존 브룩스 지음
이동진 옮김
그린비 펴냄

 

2009. 3.3.

지금 미국의 경제 상황은 상당히 파국적인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골콘다는 1930년대 대공황기의 월스트리트를 다루는 책이다. 경제서나 역사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딱딱하지 않고 소설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전설적인 은행가 JP 모건, 뉴딜 정책의 루스벨트 대통령,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세프 케네디 등 매혹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을 읽고 당분간 그러니까 한 3~4년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끊기로 했다. 대공황기에도 주식 시장은 오르락내리락 했다. 문제는 오르는 구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짧은 오르막에 주식을 산 사람들은 처참할 정도로 깊은 내리막을 경험해야 했다.

이 책은 탐욕과 탐욕을 조장하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다. 에리히 프롬은 탐욕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본성이라고 했다. 지금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이 서로 나누며 상대를 배려하는 사회 시스템을 모색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펴낸 '그린비'는 믿을만한 출판사다. 번역도 훌륭했다.

 

2021. 11.21.

1929년 10월 미국 주식 시장이 붕괴했다. 그 여파로 미국은 1930년대 내내 대공황을 겪었다. 이 책은 그 시기 월스트리트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1907년에도 대공황이 있었다는 것, JP 모건이라는 은행가가 1907년 대공황을 수습하며 영웅으로 등장했다는 것,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많은 시행착오와 큰 저항을 겪으며 실행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옛날에 쓴 독후감을 통해 과거의 나를 만났다. 10년 전 나는 고작 책 한 권 읽고 무언가 예측하려 했다. 지금의 말과 행동이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희망한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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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본을 찾아서 2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 강인황, 허형주, 이정 옮김
이산 펴냄

 

1880년대 메이지 유신 때부터 2000년까지의 일본 역사를 설명한다. 서양의 힘에 굴복해 강제로 개항했던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절치부심 힘을 기른다. 그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승리하면서 세계열강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권력 구조는 급조되어 미숙했다. 군부를 통제하지 못했다. 당시 일본 군부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했다. 결국 군부가 국가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을 잇달아 벌인 탓에 일본은 패망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

일본 역사는 우리 역사와 많이 얽혀있다. 일본 역사를 보는 것은 우리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일본 군부가 극성이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국민에겐 정치권력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일본 국민의 정치적 무기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국민에겐 정권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면 좋겠다.

1955년... 보수적인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해서 자유민주당(자민당)을 결성했다. 이후 자민당은 40년 동안이나 정권을 유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치구조를 흔히 '1955년 체제'라고 부른다.

 

저자는 네덜란드계 미국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유작이다. 저자는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새는 죽음 직전의 울음이 구슬프고, 사람은 죽음 직전의 말이 선하다고 한다. 이 책의 글도 선하다. 인류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일본의 역사를 치우침 없이 서술한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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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요시미 슌야 지음
서의동 옮김
AK 펴냄

 

세상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불구경은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헤이세이平成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일본이 쓰던 연호다 (지금은 레이와令和를 쓴다). 이 시기 일본은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경제가 망했고, 정치가 망했고, 사회가 망했다. 그런데 일본이 겪은 실패의 목록이 낯설지 않다.

헤이세이 30년간... 위기는 심화했다... 비정규고용 확대와 고용불안, 고학력층의 취직난, 워킹푸어 등의 문제가 분출했고...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 저출산... 세대 간 이해대립이 격화됐다.

비정규직, 고용불안, 청년취업, 워킹푸어, 저출산, 세대갈등... 바로 우리 문제다. 1989년 일본에는 "1.57 쇼크"라는 말이 회자됐다. 출산율이 1.57까지 떨어져 미래에 일본이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쇼크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어쩌면 우리는 일본보다 더 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980년대의 일본은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을 앞질렀던 압도적인 경제 대국이었다. 그랬던 일본이 30년째 제자리인 이유는 1980년대의 압도적인 성공에 취해 위기를 바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날아오는 펀치를 피할 수 없다. 맞더라도 두 눈 뜨고 맞아야 한다. 성공하고 있을 때, 자신감이 넘칠 때 조심해야 한다.

세계사가 대전환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이다.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에서 플라자 합의에 이르는 과정... 일본은 1970년, 80년대를 '풍족한 소비사회' 시대로 구가했기 때문에 동시대에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던 변화에 둔감했다.
결국, 헤이세이 일본 사회가 향한 것은 비정규고용의 청년과 여성, 외국인 노동자를 사회 전체가 착취하는 체제의 고착화였다. 이를 정당화한 것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이고, 여기에 동원된 것이 '구조개혁'이라는 캐치플레이즈였다.

 

일본의 지난 30년은 우리가 참고할 아주 좋은 선례다. 우리가 눈앞에 닥친 위기를 일본보다는 덜 아프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나쁘지 않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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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저자 유홍준 선생님이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인생을 들려준다. 어눌한 듯 할 말 다하는 저자 특유의 구수한 문장이 좋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추사를 연구해 왔고 이미 한차례 추사 연구서도 저술한 바 있는 추사 전문가다.

추사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다. 글과 그림을 보는 안목이 없고 한자 까막눈인 내가 봐도 뭔가 멋졌다. 작품마다 어떤 점을 눈여겨 봐야 하는지 설명이 달려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편집도 좋고 종이도 좋아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저자의 안내로 추사를 따라 태어나서 살고 죽은 느낌이다. 추사는 명문가에서 부족함 없이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노년에 2차례 긴 귀양살이를 하며 고초를 겪었다. 그의 빛나는 작품은 그런 고단한 노년에 무르익었다. 누구나 삶을 살지만, 그 속에서 인격을 완성시켜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예술이다. 추사는 글,그림의 예술가가 아니라 삶의 예술가였다. 존경스럽다.

 

내 글씨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칠십 평생에 나는 벼루 열 개를 밑창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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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망각

뉴스타파 김용진, 박중석, 심인보 지음
다람 펴냄

 

친일청산은 친일파 후손을 처단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럴수도 없다. 안타깝게도 친일파 후손들은 조상의 재력과 권력을 기반으로 이 사회에서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힘 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을 처단하자면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1950년 이전 일제 강점기에... 유학 비율은 전체 인구의 0.1~0.2% 수준... 반면 친일 후손 가운데 유학을 다녀온 비율은 27%...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나라 특정 학계의 1세대 학자로서 해당 학문의 기초를 닦고 틀을 세우는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
학계뿐만이 아니다. 친일 후손들 가운데는 법조계와 의료계, 예술계에도 이런 유학 경험을 경쟁력으로 삼은 1세대 '정초자'들이 적지 않다.
독립운동가 후손은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친일 후손들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대조적인 인생행로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지점,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바로 학력의 차이다. 독립운동가 후손 가운데 학력이 중졸 이하인 사람이 40%나 됐다.

 

그리고 친일파 '후손'을 처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물을 수는 없다. 민족 배신자 처단은 해방 직후에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했어야 했다. 하지만 해방 직후 우리에겐 힘과 지혜가 모자랐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바람직한 미래를 합의하는 일이다. 친일파 후손들도 '조상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사람다운 삶은 선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거기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친일 후손 한 명은 조상의 친일행적을 사과하며 말했다.)
그는 "개인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할 것이고, 이것 역시 내 업보"라고 말하며 증조부의 친일행적을 공개 사죄했다. 조상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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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유설 정선

이수광 지음
정해렴 옮김
현대실학사 펴냄

 

지은이 이수광은 광해군 시절의 실학자다. 지봉유설은 당시 이수광이 접한 모든 지식을 메모한 백과사전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도 없고 지식 분류 체계도 자의적이다. 하지만 언뜻언뜻 임진왜란 직후의 사회 분위기를 어림할 수 있는 점이 재밌었다. 특히 용맹한 의병들의 일화가 좋았다. 시간 속에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기억들을 기록으로 보존하는 것이 책의 역할임을 느꼈다.

 

비기에 서로 전해 오기를 "황려산에는 반드시 성인을 장사지내게 될 것이다."라 했는데, 곧 영릉(세종대왕의 능)인 것이다. 수천년 전에 이미 그것을 아는 자가 있었으니, 아아! 또한 이상한 일이다.
이순신은 무인 속에 있어서 이름이 드러나지 않더니, 신묘년(1591) 서애 유성룡이 정승이 되어서 그를 쓸 만한 인재라고 하고 정읍현감에서 차례를 뛰어넘어 전라좌수사를 제수했다.
곽재우는... 임진왜란 때 자기 집 종과 향병들을 모아서 의리를 떨쳐 왜적을 쳤다... 왜적들은 두려워하여 그를 홍의장군이라고 불렀다. 왜적이 물러간 뒤에... 방술을 배워 산으로 들어가 곡식을 끊고 거의 1년이 지나도록 먹지 않았다... 이는 대체로 연기의 법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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