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론은 1900년초부터 약 30년 동안 정립된 이론이다. 인류 역사상 이만큼 짧은 시간에 이만큼 집중적으로 정립된 이론은 없었다. 양자론은 아인슈타인이 격렬하게 저항했던 이론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 원리를 통해 증명한 '확실히 알 수 없는 영역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자론은 '확실한'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양자론이 설명하는 세상은 '확률적인' 세상일 뿐이다. 하지만 양자론은 지금까지 다른 어떤 이론보다 정확하게 현실을 설명하고 예측하면서 자신을 증명해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슈뢰딩거가 양자론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기 위해 도입한 사고실험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슈뢰딩거는 양자론의 정립과 발전에 참여한 과학자였다. 양자론의 급진적 성격 때문에 양자론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양자론에 저항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 책은 슈뢰딩거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 책은 양자론의 전체적인 역사와 이론을 개괄한다. 두께가 얇고 읽기에 부담 없는 책이다. 번역은 나쁘지 않았다. 무리스러운 곳 없이 평이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브리기테 뢰틀라인 지음
이상희 옮김
자음과 모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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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박성관 지음
그린비 펴냄

다윈은 누구보다 많이 별난 동식물을 관찰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종'을 분류하는 일이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것임을 알았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시도한다. 기존에는 어떤 섭리에 의해 '종'이라는 청사진이 설계되고 이에 따라 개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은 이것을 뒤집어 생각했다. 즉, 서로 다르게 생긴 개체들이 먼저 존재하는 것이고 '종'은 단지 이들을 분류하기 위해 만든 편의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윈은 인간만이 신에 의해 존귀하게 설계된 특별한 존재라는 당시의 보편적 생각을 거부하게 됐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동등한 존재인 것이다.

종의 기원은 잘짜여진 학술 논문이자 철학서다. 다윈은 자연의 본질이 다양성임을 간파했다. 단지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만으로 종의 기원을 설명한다. 얼마전,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도 넘은 지금, 공산주의 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들 40여명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잡혀 갔다. 모든 국민이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된 세상을 순결하고 아름답다 느끼는 MB각하 일당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각하 일당에게 다윈이 주장하는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일초라도 묵상해볼 것을 진지하게 권한다.

저자 박성관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종횡무진 누비며 다윈의 진의와 다윈 주의자들의 오류를 짚어낸다. 본문 중에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내용에는 만족할 수 있었다. 이책, 무척 두껍다. 숨한번 크게 쉬고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손에 들면 내려 놓기 힘들 정도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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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 Uncertainty (양자물리학 혁명의 연대기 그리고 과학의 영혼을 찾아서)
데이비드 린들리 지음
박배식 옮김
시스테마 펴냄

꼭 보고 싶었던 주제의 책이었다.
양자물리학은 1800년대말에 싹이 터서 1900년대 초중반에 무르익은 과학이다. 양자물리학에 기여한 과학자들로는 마리퀴리,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이 있다. 양자물리학은 물질의 근본 입자를 다루는 학문이다. 원자와 전자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원자와 전자를 과학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상상의 모델을 세우고 이 모델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현상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방식을 쓴다. 그런데, 현상을 잘 설명하도록 원자와 전자의 모델을 세우면서 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양자 역학의 수치모델에 확률이 도입되고만 것이다.

뉴턴 역학은 결정론적인 모델이었다. 뉴턴 역학은 공식에 따른 확실한 결과를 제공했다. 우리는 뉴턴 역학을 써서 별의 확실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었고, 포탄과 로케트의 확실한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자 역학은 원자와 전자의 확실한 궤적을 (위치와 속도를) 제공하지 못했다. 위치를 정확히 계산하려 할 수록 속도가 부정확해졌고, 속도를 정확히 계산하려 할 수록 위치가 부정확해졌다. 입자가 존재한다 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할 수 없었고 대략적인 확률만 말할 수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것이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한계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의 이런 확률적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물리학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빛나는 지성들이 100 여년 동안 양자물리학을 공격했지만, 모든 논쟁에서 승리한 것은 양자물리학이었다.

되돌아보면 인간이 이룩한 지성의 역사는 겸손을 깨우쳐가는 역사였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계 변방에 속한 조그만 행성일 뿐이었다. 인간은 신이 창조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진화의 우연한 결과물일 뿐이었다. 인간이 탐구하여 알아낼 수 있는 지식은 확실한 진리가 아니라 확률적인 사실일 뿐이었다. 겸손해야 한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 같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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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하이라이트는 내가 반한 시리즈다.
글자보다 그림이 많고, 내용을 설명하는 그림 한장한장이 모두 예술이다.

가끔 과학책에서 문학책보다 더한 감동과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 영과 무한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는 이책에서도 그런 경험을 했다. 스티븐호킹 박사와 영국의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면 블랙홀에는 부피가 영(0)이고 따라서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입자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사실 사람뿐 아니라 만물은) 소립자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소립자의 정의는 부피가 영(0)인 입자이다. 부피 영(0)이라는 말은 밀도가 무한대라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사람은 거대한 우주와 마찬가지로 블랙홀을 품고 있는 존재다. 멋지지 않은가?


발행처: (주)뉴턴코리아
번역: 허만중

집필자 및 협력자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 마에다 게이이치 (일본 와세다 대학 교수), 사토 후미타카 (일본 고난 대학 교수), 아다치 노리오 (일본 와세다 대학 교수), 알렉산더 빌렌킨 (미국 터프츠 대학 교수), 오쿠다 유이치 (일본 도쿄 공업대학 교수), 와다 스미오 (일본 도쿄 대학 교수), 하야시 다카오 (일본 도시샤 대학 교수), 후타마세 도시후미 (일본 도호쿠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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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문자로 기록을 남긴게 기껏해야 5천년 안팎이다.
진화론은 몇십억년 스케일의 시간을 다룬다. 언제나 진화론이 궁금했다. 뉴턴하이라이트 '다윈 진화론'을 집었다.

뉴턴하이라이트는 글보다 그림이 많다. 중요한 사실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공들여 만든 시리즈다. 저번에 읽었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이 너무 좋았는데, 이번 '다윈 진화론'도 그만큼 좋았다. 시리즈에 대한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

진화론이 아직 해답을 주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진화론 자체도 완결성을 갖기 위해 진화하는 중이라 한다. 무엇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지 150 여년이 지났지만 '종'의 개념 자체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왔다.

 

다윈 진화론
발행처: (주)뉴턴코리아
번역: 강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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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규정하는 3가지 이론이 있다고 한다.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정리,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그것이다. 3가지 이론에 대해 개념 정도는 이해하고 싶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제목에 끌려 책을 선택했다. 글보다 그림이 많고 책의 구성이 짜임새 있어서 나 같이 무지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말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를 자주 사 모으게 될 것 같다.

상대성 이론에는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등속으로 운동하는 관성계에만 적용되는 이론이고, 이를 보다 일반적으로 확대한 이론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을 요약하자면 "시간과 공간은 세상을 보는 관찰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틀림없이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이 아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찰자에 따라 공간 크기가 변하기도 하고 휘어지기도 한다. 상대성 이론은 이를 이론적으로 예언했고 대부분의 예언들이 관측을 통해 증명됐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모든사람에게 절대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전통적 개념을 부숴 버렸다. 사람은 저마다의 시간과 저마다의 공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상대성 이론과 불화한다는 양자론에 대해서도 독서해보고 싶어졌다.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읽고 싶은 책들은 점점 늘어간다. 이것도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는 문제일까?

Newton HIGHLIGHT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
감수 사토 가쓰히코 일본 도쿄 대학 이학부 교수 
발행처: (주)뉴턴코리아
번역: 강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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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자기 딸과 함께 쓴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다. 우주, 특히 블랙홀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한다. 우주에 대해 무지한 필자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학습을 했다. 내 아들에게 읽으라고 선물해준 책인데, 내가 읽게 됐다. 책을 읽고, 아이가 잠들기 전에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빨리 읽어내라는 독촉을 받았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동화이지만, 학습을 제외한 스토리 자체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책 중간중간에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우주에 관한 고해상도 컬러 사진들이 실려 있다. 달의 뒷면 사진을 보고 한참 동안 신비한 느낌에 잠겼다. 우주 사진은 우주만큼 커다란 자극을 준다. 8세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 아주 쉬운 영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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