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박성관 지음
그린비 펴냄

다윈은 누구보다 많이 별난 동식물을 관찰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종'을 분류하는 일이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것임을 알았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시도한다. 기존에는 어떤 섭리에 의해 '종'이라는 청사진이 설계되고 이에 따라 개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은 이것을 뒤집어 생각했다. 즉, 서로 다르게 생긴 개체들이 먼저 존재하는 것이고 '종'은 단지 이들을 분류하기 위해 만든 편의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윈은 인간만이 신에 의해 존귀하게 설계된 특별한 존재라는 당시의 보편적 생각을 거부하게 됐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동등한 존재인 것이다.

종의 기원은 잘짜여진 학술 논문이자 철학서다. 다윈은 자연의 본질이 다양성임을 간파했다. 단지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만으로 종의 기원을 설명한다. 얼마전,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도 넘은 지금, 공산주의 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들 40여명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잡혀 갔다. 모든 국민이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된 세상을 순결하고 아름답다 느끼는 MB각하 일당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각하 일당에게 다윈이 주장하는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일초라도 묵상해볼 것을 진지하게 권한다.

저자 박성관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종횡무진 누비며 다윈의 진의와 다윈 주의자들의 오류를 짚어낸다. 본문 중에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내용에는 만족할 수 있었다. 이책, 무척 두껍다. 숨한번 크게 쉬고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손에 들면 내려 놓기 힘들 정도로 재밌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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