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 Uncertainty (양자물리학 혁명의 연대기 그리고 과학의 영혼을 찾아서)
데이비드 린들리 지음
박배식 옮김
시스테마 펴냄

꼭 보고 싶었던 주제의 책이었다.
양자물리학은 1800년대말에 싹이 터서 1900년대 초중반에 무르익은 과학이다. 양자물리학에 기여한 과학자들로는 마리퀴리,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이 있다. 양자물리학은 물질의 근본 입자를 다루는 학문이다. 원자와 전자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원자와 전자를 과학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상상의 모델을 세우고 이 모델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현상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방식을 쓴다. 그런데, 현상을 잘 설명하도록 원자와 전자의 모델을 세우면서 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양자 역학의 수치모델에 확률이 도입되고만 것이다.

뉴턴 역학은 결정론적인 모델이었다. 뉴턴 역학은 공식에 따른 확실한 결과를 제공했다. 우리는 뉴턴 역학을 써서 별의 확실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었고, 포탄과 로케트의 확실한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자 역학은 원자와 전자의 확실한 궤적을 (위치와 속도를) 제공하지 못했다. 위치를 정확히 계산하려 할 수록 속도가 부정확해졌고, 속도를 정확히 계산하려 할 수록 위치가 부정확해졌다. 입자가 존재한다 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할 수 없었고 대략적인 확률만 말할 수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것이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한계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의 이런 확률적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물리학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빛나는 지성들이 100 여년 동안 양자물리학을 공격했지만, 모든 논쟁에서 승리한 것은 양자물리학이었다.

되돌아보면 인간이 이룩한 지성의 역사는 겸손을 깨우쳐가는 역사였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계 변방에 속한 조그만 행성일 뿐이었다. 인간은 신이 창조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진화의 우연한 결과물일 뿐이었다. 인간이 탐구하여 알아낼 수 있는 지식은 확실한 진리가 아니라 확률적인 사실일 뿐이었다. 겸손해야 한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 같다. 좋은 번역이었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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