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입문

고지마 히로유키 지음
박주영 옮김
지상사 펴냄

정규분포와 통계추정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한다. 통계학이 다루는 세계는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일부로부터 그 이면의 전체를 어림하는 '귀납법'의 세계임을 짚어준다. 확고한 진실로부터 연역을 거듭하는 고전 수학 또는 고전 과학의 세계 ('연역법'의 세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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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워킹푸어
NHK스페셜<워킹푸어> 취재팀 지음
김규태 옮김
열음사 펴냄

일 할 의지는 넘치지만 정말 일할 곳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노숙하는 젊은이들, 거품경제 붕괴의 여파를 도시보다 더 처절하게 겪고 있는 시골, 그리고 그런 시골에서 생활보장 대상자보다 못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 나이 들어서도 생계를 위해 끊임 없이 폐지나 빈깡통을 모아야 하는 노인들, 세계화 이후 물밀듯이 밀려오는 값싼 외국 제품 때문에 오랫동안 긍지를 갖고 해왔던 일거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중소기업인들, 가난한 현재의 삶때문에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가난을 대물림 받는 아이들... 이 책이 소개하는 풍경은 일본의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해져버린 풍경 아닌가?
책에서 소개된 "도대체 누가 행복한거죠?"라는 어느 소시민의 질문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성실한 노동이 댓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된 사회라는 책의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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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토시오 지음
레진 옮김
파란미디어 펴냄
 
일본의 오다쿠 왕이 짓고, 한국의 블로그 왕이 번역하고, 한국의 엽기 만화 왕이 삽화를 넣은 책이다. 악의 제왕이 되어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엽기발랄한 생각을 통해 꽤 건전한 결론을 내놓는다. 번역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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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박성관 지음
그린비 펴냄

다윈은 누구보다 많이 별난 동식물을 관찰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종'을 분류하는 일이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것임을 알았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시도한다. 기존에는 어떤 섭리에 의해 '종'이라는 청사진이 설계되고 이에 따라 개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은 이것을 뒤집어 생각했다. 즉, 서로 다르게 생긴 개체들이 먼저 존재하는 것이고 '종'은 단지 이들을 분류하기 위해 만든 편의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윈은 인간만이 신에 의해 존귀하게 설계된 특별한 존재라는 당시의 보편적 생각을 거부하게 됐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동등한 존재인 것이다.

종의 기원은 잘짜여진 학술 논문이자 철학서다. 다윈은 자연의 본질이 다양성임을 간파했다. 단지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만으로 종의 기원을 설명한다. 얼마전,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도 넘은 지금, 공산주의 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들 40여명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잡혀 갔다. 모든 국민이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된 세상을 순결하고 아름답다 느끼는 MB각하 일당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각하 일당에게 다윈이 주장하는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일초라도 묵상해볼 것을 진지하게 권한다.

저자 박성관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종횡무진 누비며 다윈의 진의와 다윈 주의자들의 오류를 짚어낸다. 본문 중에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내용에는 만족할 수 있었다. 이책, 무척 두껍다. 숨한번 크게 쉬고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손에 들면 내려 놓기 힘들 정도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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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쉬운 터키 역사서다. 중학생 수준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너무 자상하게 서술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우리와는 고구려 시대부터 끈이 이어지는 튀르크 민족의 국가 터키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후예, 다종교 다민족 사회을 자비롭게 통치했던 이슬람의 나라... 터키를 보면 객지에서 성공한 친척을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 읽는 터키사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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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에 출판된 책이다. 반세기 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현재성을 잃지 않고 있다. 시대적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경영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욕구와 수많은 목표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마치 공자의 '時中之道(시중지도)'나 '中庸(중용)'을 듣는 듯하다. 처세나 실용에 치우친 책이 아니라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라 느껴졌다.

번역은 평이했다.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해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영의 실제 (The Practice of Management)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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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 Uncertainty (양자물리학 혁명의 연대기 그리고 과학의 영혼을 찾아서)
데이비드 린들리 지음
박배식 옮김
시스테마 펴냄

꼭 보고 싶었던 주제의 책이었다.
양자물리학은 1800년대말에 싹이 터서 1900년대 초중반에 무르익은 과학이다. 양자물리학에 기여한 과학자들로는 마리퀴리,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이 있다. 양자물리학은 물질의 근본 입자를 다루는 학문이다. 원자와 전자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원자와 전자를 과학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상상의 모델을 세우고 이 모델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현상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방식을 쓴다. 그런데, 현상을 잘 설명하도록 원자와 전자의 모델을 세우면서 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양자 역학의 수치모델에 확률이 도입되고만 것이다.

뉴턴 역학은 결정론적인 모델이었다. 뉴턴 역학은 공식에 따른 확실한 결과를 제공했다. 우리는 뉴턴 역학을 써서 별의 확실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었고, 포탄과 로케트의 확실한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자 역학은 원자와 전자의 확실한 궤적을 (위치와 속도를) 제공하지 못했다. 위치를 정확히 계산하려 할 수록 속도가 부정확해졌고, 속도를 정확히 계산하려 할 수록 위치가 부정확해졌다. 입자가 존재한다 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할 수 없었고 대략적인 확률만 말할 수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것이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한계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의 이런 확률적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물리학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빛나는 지성들이 100 여년 동안 양자물리학을 공격했지만, 모든 논쟁에서 승리한 것은 양자물리학이었다.

되돌아보면 인간이 이룩한 지성의 역사는 겸손을 깨우쳐가는 역사였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계 변방에 속한 조그만 행성일 뿐이었다. 인간은 신이 창조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진화의 우연한 결과물일 뿐이었다. 인간이 탐구하여 알아낼 수 있는 지식은 확실한 진리가 아니라 확률적인 사실일 뿐이었다. 겸손해야 한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 같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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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다룬 역사책이다.

내가 가진 근대에 대한 기억은 유럽이 압도적인 무력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를 정복했던 시기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책은 압도적인 유럽이라는 이미지가 유럽이 승리했기 때문에 남겨진 결과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메리카에서 압도적이었던 것은 전염병이었다. 유럽이 상륙한 시기에 만연한 전염병 때문에 아메리카의 선주민들은 이미 궤멸 상태에 놓여 있었다. 더구나 살아남은 아메리카 선주민들조차 전염병을 몰고온 유럽인들을 공포스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유럽이 거둔 승리는 박빙의 승리였다. 아프리카의 경우 유럽인들의 전쟁관과 아프리카인들의 전쟁관이 서로 달랐다. 유럽의 전쟁은 땅을 뺐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프리카의 전쟁은 사람을 얻기 위해 (노예로 쓰기 위해)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아프리카인들은 전쟁에 이기기 위해 사람을 무참히 살육하는 유럽인들의 잔인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시아가 정복된 것은 아시아 국가들 내부의 갈등이 주 원인이었다. 유럽은 적은 수의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아시아 현지인들을 고용하여 무력을 행사했다. 백성이 사랑하지 않는 아시아의 구 정권이 외세를 버텨낼 수는 없었다.

압도적인 책 두께 때문에 걱정했는데 무게와 내용이 의외로 가벼웠다. 이야기가 재밌어서 술술 잘넘어갔다.

대항해시대,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
주경철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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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많은 지적 성취를 이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상도 못한 뜻밖의 사건으로 재앙을 겪곤한다. 대부분의 전쟁이 그토록 소모적이고 예상보다 큰 피해를 남기고 끝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날고 기는 석학들이 계획과 전망을 세우는 경제 분야에서 그토록 자주 공황에 가까운 금융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자기가 모르는 영역.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 그것이 바로 블랙 스완이다.
번역도 좋았고 표지도 좋았다.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동녘 사이언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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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잘난 삶을 살지 못한 나에겐 과거의 기억들이 무척 불만스럽다. 때론 과거의 기억 한토막을 곱씹으며 분노나 후회에 휩싸이곤한다. 아직 이룬게 없는 나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미래에 이뤄야만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일분 일초를 어떻게 써야할까 초조해하곤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다. 과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내주지 말라고 한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금 더 알게 됐다. 내 안에는 끊임 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생각과 감정은 다른 것이다. 때로는 정체만 알아도, 이름만 붙여도 흐릿한 상황이 정돈된다. 이 책은 생각과 감정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주지 말고 한발짝 물러서서 어떤 생각이 흘러가는지 어떤 감정이 솟구치는지 관찰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찰하고 있는 진정한 자신을 느끼라고 한다. 흠잡을 데 없는 번역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노혜숙, 유영일 옮김
양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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