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Der Zauberberg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벗어나 요양 중인 환자들의 시간관념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그들에게 1주 내지 3주 정도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라 할 것도 없는 시간이다. 그들은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시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거기 머문다.
이야기 속에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대개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인물에 대한 묘사가 깊이 있어서 그들이 죽어 사라질 때마다 마음 아팠다. 특히 주인공의 사촌 요하임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젊은 군인이었던 그는 병사하기보다 전사하기를 바랐으나, 결국 병마와 싸우다 죽는다.
사실, 현실 속의 우리도 매순간 죽음을 직면하고 산다. 잊고 살 뿐이다. 우리는 연약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못되게 굴어선 안 된다. 상냥한 하루를, 더 나아가 상냥한 인생을 다짐해본다.
올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독서하고 있다. 직전 독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얼핏 언급되어 읽게 됐다. 만족한다. 번역은 평범했다 (번역 별 3 ★★★).
(『죽음의 수용소에서』 52% 위치)
이와 관련해서는 예리한 심리학적 관찰이 돋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토마스 만은 서로 비슷한 심리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 즉 폐결핵에 걸려 요양소에서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르는 환자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영적인 발달단계를 얘기하고 있다. 그들도 똑같은 상태, 미래도 없고 삶의 목표도 없는 생존의 상태를 경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