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지은 집

House of Debt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29년 대공황이 있었다. 그리고 2008년 이에 버금가는 경제적 재난이 있었다. 이 책이 "대침체"라고 지칭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이 책은 치밀한 데이터와 논리로 대침체의 본질을 설명한다. 대침체의 본질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이었다. 얼핏 지금(2025년) 우리나라가 생각난다면, 정확하다. 나도 그것 때문에 집중하며 숨 가쁘게 읽었다. 이 책의 빛나는 점은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사실 설명에 그치지 않고 "책임분담 모기지 제도"라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혜를 모으고 행동한다면 붐-버스트를 반복하는 지금의 부조리한 경제 체제를 바꿀 수 있다.

아주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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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의 역사 1

지식의 의지

 

미셸 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나남 펴냄

 

2014.6.21.

기대 많이 하고 시작한 책인데, 번역에 절망하고 읽기를 포기한다.
최악의 번역이었다. 번역자 자신도 자기가 무슨 글을 썼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2025.3.1.

악몽 같은 번역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럼에도 '미셸 푸코가 뭔가 할 말이 있었을텐데...' 하는 미련 때문에, 책의 부제처럼 '지식의 의지'를 다잡고 다시 재도전했다.

이 책에서 푸코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은 단지 권력을 탐구하는 계기일 뿐이다. 성을 매개로 권력의 본질, 권력의 변천사, 권력의 작동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기억보다는 읽을만 했지만 나쁜 번역이다. 더 좋은 번역이 나오면 좋겠다 (번역 별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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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태의 역사 오디세이 3부작

종횡무진 동양사

 

남경태 지음
그린비 펴냄

 

저자 임의로 고른 아시아 3개국(중국, 인도, 일본)의 역사를 설명한다. 역사가 시작된 시기(고대), 독자 문명으로 발전한 시기(중세), 세계사에 편입된 시기(근대) 별로 3국의 역사를 번갈아 소개한다.

 

인도의 역사는 신선했고 중국과 일본의 역사는 재밌었다. 중일 전쟁을 중국의 관점으로 한 번, 일본의 관점으로 또 한 번 설명한 것이 특히 좋았다. 문체가 대화하듯 가벼워서 답답하지 않고 편안했다.

 

역사는 내 나라 응원하는 마음을 접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봐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음 문장이 통쾌했던 걸 보면, 나는 아직 충분히 담담해지지 못했나 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멋진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좋겠다.

 

1945년 8월 드디어 미국은 유럽 전선에서 독일이 항복한 이후에도 3개월이나 버티고 있는 일본에 극약 처방을 하기로 결정했다. ... 당시까지 만들어진 '모든' 원자폭탄이 사흘 간격으로 일본에 투하된 것이다. 같은 날 소련이 참전을 선언하고 극동 전선에 적군(赤軍)을 투입했다. 결국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천황의 대국민 방송을 통해 항복을 선언했으며, 다음 달 2일에는 미국 전함 미주리 호의 함상에서 항복 문서에 정식으로 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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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25. 1. 1. 04:15

2024년에는 17권의 책을 읽었다.
연초에 푸리에 변환과 라플라스 변환을 공부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공부는 시험 걱정 없이 하는 공부가 최고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냥 읽는 것을 즐겼다. 흡족함을 느낄 때까지 천천히 읽었다. 분야별로 좋았던 책을 꼽아 본다.

 

사회 분야 : 미스터 프레지던트

탁현민 작가의 글은 그가 기획하는 행사만큼 재밌다. 처참한 윤석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위안을 얻었다.

 

문학 분야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나는 나이 든 현역 시인이 좋다. 박노해 시인은 살아서는 결코 은퇴하지 않을 것 같다. 든든하다.

 

수학 분야 :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두 번 세 번 읽은 책. 읽을 때마다 감동한다.

 

심리/ 인지과학 분야 : 나라는 착각

회사 사람들과 읽은 책. 나는 참 좋았건만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쓰레기를 읽으면 쓰레기가 된다"는 말이 강렬했다.

 

2024년 베스트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였다. 시를 읽고 외우는 시간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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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중 100년

I. 일본 제국주의와 냉전 (1870-1970)
II. 냉전 해체와 중국의 부상 (1870-2023)

 

최종현학술원 지음
일조각 펴냄

 

근대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00년 역사를 한국·미국·일본·중국의 관점에서 개괄한다. 재밌는 기획이었다.

 

책 말미에서 현재의 한국·중국·일본을 '불완전 주권국가'라고 표현한다. 한국과 중국은 분단된 국가이고, 일본은 전쟁을 금지당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완전한 그들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강대국들이다. 우리가 속한 동북아는 상당히 독특한 지역이다.

 

그간의 분투 덕분에 우리는 중국·일본과 대등한 높이에서 겨룰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구한말 역사를 읽어도 그닥 한스럽지 않았다. 앞으로도 현명한 선택을 이어가서 칼 끝처럼 좁게 주어진 '기회의 창'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 구한말과 비교하여 우리 경제력이 세계 10위권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10위권의 경제력에 걸맞은 전략적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 크게 우려됩니다.
(II권 p333 마지막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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