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염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설명한다. 그런데 깊이가 있다. 내 이익을 위해 상대를 조정하는 얄팍한 처세술을 말하지 않는다.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서 좋은 관계를 맺으라 한다. 그래서 상대와 나의 상호 이익을 도모하라 한다. 1930년대에 지어진 책이다. 상대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한다. 옛 성현의 경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번역은 무난했다.
대우고전총서 019, 순수이성비판
임마뉴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을 논증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힌다. 그리고 칸트는 인간의 사변적 이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논증한다. 하지만 칸트는 사변적 이성보다 실천적 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혐오스럽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윤리적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 그리고 자유로운 판단을 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가 답을 구하려했던 문제는 '순수이성의 종합적 판단이 가능한가?' 였다. 다시 말해,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이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사고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형이상학 그 자체는 아니지만 형이상학이 가능한 것인지, 다시 말해 인간이 추구해도 좋은 학문인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년 내내 읽었지만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내년에도 계속 읽어야겠다.
좋은 번역서 1권이 좋은 해설서 10권보다 낫다. 이런 번역서가 존재하는 것은 축복이다. 역자에게 감사한다.
-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 1조 원 이익보다 1만 명 고용이 더 중요하다
- 남들보다 먼저 승진하면서도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 나의 오늘이 젊은이 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김종철,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얇은 책이다. 얇지만 주제는 무겁다.
이 책은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현실적'인 생각이라며 당연하다 생각하는 '경제성장은 좋은 것이다'라는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으로 인해 파이가 커지면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상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에 의하면 '가난함'이나 '부유함' 같은 개념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인 개념이다. 즉, 정의로운 분배는 경제가 성장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정치적인 문제인 것이다. 탁견이다.
인류가 이땅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경제성장'을 추구한 역사는 불과 100년 남짓이다. 세상을 선진국과 후진국으로구분하고 후진국에게 '경제성장'을 적극 권장한 것은 불과 50년 남짓이다. 그것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1949년 1월 10일 취임연설에서 미개발국가에 대한 기술적,경제적 원조를 미국의 '정책'으로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그 50년동안 인간 외부의 풍요롭던 자연환경과 인간 내부의 다양했던 지역문화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경제성장의 기반은 자연환경이다. 유한한 자연환경 속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는 20세기에 물건너 갔다고 진단한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불완전한 조화일 뿐이다. 그나마도 우리가 무한성장의 환상을 깨고 각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우리의 각성이 너무 늦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