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론

독후감 2011. 12. 16. 23:58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설명한다. 그런데 깊이가 있다. 내 이익을 위해 상대를 조정하는 얄팍한 처세술을 말하지 않는다.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서 좋은 관계를 맺으라 한다. 그래서 상대와 나의 상호 이익을 도모하라 한다. 1930년대에 지어진 책이다. 상대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한다. 옛 성현의 경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번역은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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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고전총서 019, 순수이성비판

임마뉴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을 논증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힌다. 그리고 칸트는 인간의 사변적 이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논증한다. 하지만 칸트는 사변적 이성보다 실천적 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혐오스럽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윤리적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월적 신과 불멸적 영혼, 그리고 자유로운 판단을 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가 답을 구하려했던 문제는 '순수이성의 종합적 판단이 가능한가?' 였다. 다시 말해,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이 경험을 배제한 순수한 사고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형이상학 그 자체는 아니지만 형이상학이 가능한 것인지, 다시 말해 인간이 추구해도 좋은 학문인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년 내내 읽었지만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내년에도 계속 읽어야겠다.
좋은 번역서 1권이 좋은 해설서 10권보다 낫다. 이런 번역서가 존재하는 것은 축복이다. 역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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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상징/ 칼G융

독후감 2011. 10. 30. 00:35
카를 G. 융 외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펴냄

칼 G 융과 그의 동료들이 공동 저작한 책이다.
융은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있는 조화를 추구했다. 융은 이 책을 통해 무의식, 특히 집단 무의식의 정체와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종교적 상징, 예술적 상징에는 인간의 무의식이 녹아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징 (신화, 기호, 그림, 건축 등)에 공감한다. 이는 모든 인간이 무엇인가 공통된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 개인의 무의식 속에는 인류가 진화를 통해 누적해온 모든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상상하자면 한 개인의 무의식 속에는 인간이 무생물, 원시 생물, 원시 포유류를 지나 마침내 지금의 인간으로 변화해 오기까지의 모든 역사가 담겨있다. 한 개인은 다른 인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과, 그리고 나아가 모든 무생물들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다. 길가의 돌맹이 하나도 나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무의식의 심연을 너머 나와 연결되어 있는 나의 일부분이다.
인간은 무의식을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주어진 삶의 의미를 깨닫고,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종교? 아니다. 정신분석학이다. 과학이다.

도전하기가 두려울만큼 두께가 두껍고, 주제가 가볍지 않은 책이다. 두꺼운 책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두렵다. 중간쯤 읽다가 포기하기 쉽상이다. 이책도 무척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기가 더 어려울만큼 재미 있었다. 삽화가 많고 번역이 좋아 읽기 편했다. 이윤기님의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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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론은 1900년초부터 약 30년 동안 정립된 이론이다. 인류 역사상 이만큼 짧은 시간에 이만큼 집중적으로 정립된 이론은 없었다. 양자론은 아인슈타인이 격렬하게 저항했던 이론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 원리를 통해 증명한 '확실히 알 수 없는 영역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자론은 '확실한'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양자론이 설명하는 세상은 '확률적인' 세상일 뿐이다. 하지만 양자론은 지금까지 다른 어떤 이론보다 정확하게 현실을 설명하고 예측하면서 자신을 증명해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슈뢰딩거가 양자론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기 위해 도입한 사고실험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슈뢰딩거는 양자론의 정립과 발전에 참여한 과학자였다. 양자론의 급진적 성격 때문에 양자론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양자론에 저항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 책은 슈뢰딩거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 책은 양자론의 전체적인 역사와 이론을 개괄한다. 두께가 얇고 읽기에 부담 없는 책이다. 번역은 나쁘지 않았다. 무리스러운 곳 없이 평이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브리기테 뢰틀라인 지음
이상희 옮김
자음과 모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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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라파르그는 마르크스의 사위다. 그리고 빨갱이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자다. 공산주의자로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변혁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파한다.

한국사회는 빨갱이라는 색칠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다. 어떤 논리든, 어떤 인물이든 일단 빨갱이라는 색을 씌우고나면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이래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이런 색칠 씌우기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면 자기 머리로 자기 생각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얇지만 영양가 있고 재밌는 책이다. 저자는 재치있는 필체로 자기 논리를 펼친다. 번역도 훌륭하다. 달 밝은 한가위,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기에 좋은 책이었다.

게으를 권리, 폴 라파르그 글모음
폴 라파르그 지음
차영준 옮김
필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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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시간을 들여 읽었다는 것은 이 책으로부터 무언가 기대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에 비해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STX 사무실에서 홍보책자로 제공한다면 모를까, 굳이 서점에서 자기 돈 주고 살 필요는 없다. 책 한 권을 읽고 내가 건진 문장들을 나열해본다. 이게 전부였다.

-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 1조 원 이익보다 1만 명 고용이 더 중요하다
- 남들보다 먼저 승진하면서도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 나의 오늘이 젊은이 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샐러리맨 신화, STX 강덕수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이인광 지음
글로세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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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베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나이듦에 대해 알고 싶었다. 편안한 수필을 기대하며 책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이듦에 대한 책이 아니다. 기억에 관한 심리학/인지과학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책이다. 다양한 연구 성과 17편을 소개한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는 그중 한편의 제목이다. 꽤 진지하고 학술적인 글이다. 기대와 달랐다. 낚였다.

사람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다. 무의식 속에서 더해지고 변형된 편집물이다. 기억이 잠재의식에 의해 조작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기억속에 자기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사실 그대로의 기억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억에 관한 고찰은 개인의 존재에 관한 고찰과 맥이 닿는다. 기억이란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무엇이다. 존재에 관한 고찰은 언제나 흥미롭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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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조준현

독후감 2011. 7. 18. 14:37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본주의
조준현 지음
카르페디엠 펴냄
 
자본주의의 역사를 개괄하고 신자유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 등장했을 때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진보적인 사상이었다. 자본주의의 철학적 근간이었던 자유주의는 당시 사회의 기득권 세력인 봉건영주들이 신흥 자본가 세력을 규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상이었다.
반면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불황 때문에 대두된 신자유주의는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린 독점자본 세력이 자신을 규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상이다.

모르는 단어로 세상을 재단할때가 가장 위험하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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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김종철,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얇은 책이다. 얇지만 주제는 무겁다.
이 책은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현실적'인 생각이라며 당연하다 생각하는 '경제성장은 좋은 것이다'라는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으로 인해 파이가 커지면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상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에 의하면 '가난함'이나 '부유함' 같은 개념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인 개념이다. 즉, 정의로운 분배는 경제가 성장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정치적인 문제인 것이다. 탁견이다.

인류가 이땅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경제성장'을 추구한 역사는 불과 100년 남짓이다. 세상을 선진국과 후진국으로구분하고 후진국에게 '경제성장'을 적극 권장한 것은 불과 50년 남짓이다. 그것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1949년 1월 10일 취임연설에서 미개발국가에 대한 기술적,경제적 원조를 미국의 '정책'으로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그 50년동안 인간 외부의 풍요롭던 자연환경과 인간 내부의 다양했던 지역문화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경제성장의 기반은 자연환경이다. 유한한 자연환경 속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는 20세기에 물건너 갔다고 진단한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불완전한 조화일 뿐이다. 그나마도 우리가 무한성장의 환상을 깨고 각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우리의 각성이 너무 늦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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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계사 강의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
부키 펴냄

주역은 매력적인 책이다. 평생 두고 읽을 책이다. 주역은 변화를 말한다. 끊임 없는 변화가 세상의 본질임을 설명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변화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진화론의 관점과도 닿아 있다.

길한 일이 있으면 흉한 일이 있다. 지금 괴롭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더라도 끝내 좋은 시절이 오고야 만다. 절대적으로 길한 일도 없으며 절대적으로 흉한 일도 없다. 때를 살펴 매사에 조심스럽게 임할 일이다.

남회근 선생은 존경할만한 저자다. <논어 강의>에 이어 또하나의 좋은 강의를 만났다. 번역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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