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런 정치인 없었고 없을 것이라는 그리움... 뭐 그런게 파도친다. 남들은 봉화 몇번씩 찾아가 얼굴이라도 봤다던데, 난 아이 데리고 한번 가보리라 벼르기만 하다 말았다. 소시민 주제에 대통령을 어떻게 지켜준단 말인가? 다만, 신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꼬투리로 그를 험담할 때, 난 상대하기 귀찮은 마음에 방관했다. 그게 죄스럽다. 조리있게 말 한마디라도 던졌으면 그에 대한 악다구니가 좀 수그러졌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국민을 왕으로 생각했다.
본문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충성이 깊었기에, 선거구 조정과 연정을 제안했지만, 그것은 왕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기에, 왕에 대한 불충이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성하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왕은 국민을 이른다. 가진 것이라고는 알량한 선거권 밖에 없는 무지렁이 국민들을 왕이라 인정해주는 정치인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왜 우리는 그런 그를 그토록 모질게 대했을까?

책의 전반부는 미완의 회고록이다. 목차만 세워놓고 대부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목차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갖게한다. 그가 살아 책을 완성해주었다면 우리 사회에 큰 도움 됐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임기말을 앞두고 가진 몇차례 인터뷰에 대한 기록이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 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학고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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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재밌어 한다.
하지만  역사 자체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다. 이책은 제목 그대로 역사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 책은 저자 E.H. 카가 1961년 모교인 캠브리지 대학에서 3달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역사>가 <역사가>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밝힌다. 과거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어떤 사건을 <역사적 사건>으로 선택할지는 역사가의 몫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가치관에 비추어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역사적 사건>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모아 역사를 기술한다. 역사적 사건을 선택하는 역사가의 가치관은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 종합하면 역사란 현재의 필요에 의해 현재의 관점에서 서술된 과거의 기록이다.

저자는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리를 전개한다.
그가 속한 영어권 사회에 대해 '이제 서방의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1960년대의 저술임을 생각하면 무척 파격적인 주장이다. 동시에 저자가 안타까와 하는 것은 서방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사회가 그런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 냉정이 평가하면서, 동시에 자기 사회에 필요한 문제의 핵심을 냉철히 지적하고 있다.

러셀의 책을 읽으며 말빨이 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책도 러셀의 문체와 비슷한데,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약간 시니컬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자기 주장을 한다. 영국 지성인들의 공통된 문체인가 보다. 두께도 얇고 번역도 깔끔하다.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홍신 문화사의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시리즈는 책표지가 깔끔하고 무게도 가볍고 본문에 여백도 많아 들고 다니며 메모하며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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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힘들어서 책을 들었다.
김혜남의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라고 한다. 느낌이 좋았던 구절들을 발췌한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사랑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코 나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이 축복받는 사랑이 될지,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에게 그걸 선택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외로움이란 상대방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심리분석가 '헬레네 도이치')

현대인은 뭔가 결핍된 나르시시스트들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사랑은,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투영된 자신의 이상형을 사랑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공감하고 사랑하는 능력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서 실망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곧 극심하게 분노한다.

정신분석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에게 으레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배우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 적어도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준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원래부터 한국어로 저술된 책이 잘 읽힌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러웠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막연했던 답답함이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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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은 천재다.
천재답게 그는 진리에 몰두한다. 처음엔 물리학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으나, 운명은 그를 수학으로 인도한다.

수학자들 사이에는 두가지 상이한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수학 너머에 수학적 실체(불변의 진리)가 존재하며 인간은 선험적 이성을 통해 이 실체에 다가선다는 입장이다. 수학자들은 보통 어떤 원리나 증명을 생각해낼 때 이를 "만들었다"라고 말하지 않고 "발견했다"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런 입장에서 나온 표현이다.

다른 하나는 수학은 숫자와 기호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게임이며 어떤 불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수학 너머에는 '진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학은 진리에 대해 서술할만한 '꺼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입장의 대표자로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걸쳐 힐베르트가 이끈 형식주의(formalism) 그룹이 있다. 형식주의자들은 수학적 증명의 토대가 되는 공리계를 단순하고 엄밀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공리계란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하는 수학적 명제들의 집합이다. 공리계에서 인간의 직관을 걷어내면 수학에 관계된 모든 추측과 원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형식체계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형식주의자들은 수학을 단지 기계적인 논리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즉, 모든 수학적 증명은 공리계에 대한 정교한 기호적 변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다음과 같다.
제 1정리. 모든 형식체계에는 증명 불능의 식, 즉 그 자체는 물론 그 부정도 증명할 수 없는 식이 존재한다.
제 2정리. (따라서) 어떤 형식체계의 무모순성은 그 체계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다.

1930년 초반, 괴델은 이상의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발표했다. 이로 인해 모순 없는 객관적 형식체계를 만들려했던 힐베르트의 실험은 파산했다. 괴델은 완전하면서 모순 없는 기계적인 체계가 불가능함을 '증명 불능의 식'이 존재함을 증명함으로써 밝혀낸 것이다.

수학자들의 이야기에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책은 '불완전성 정리' 자체보다 괴델의 고독했던 삶을 매력적으로 서술한다. 이 책을 통해 괴델의 증명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저자의 잘못도 역자의 잘못도 아닌 나의 한계였던 것 같다. 증명에 관한 짧은 챕터를 건너 뛰고 평가하자면, 깔끔하게 잘 번역했다.

레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고종숙 옮김
도서출판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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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도섀퍼

독후감 2009. 11. 30. 15:39

독일인 저자가 지은 철학이 있는 재테크 서적이다.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것이 특이했다. 강렬한 질문을 통해 독자를 이해시킨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7년후 당신은 어느정도 재산을 모으리라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생활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7년전부터 지금까지 모아온 재산만큼 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한다. 무언가 바꾸지 않으면 지금보다 나은 형편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 성장 정체기의 독일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상황은 틀림없이 내가 겪은 상황과 다를 것이다." 라는 전제를 바닥에 깔고 설명하는 신중함이 좋아 보였다. 깔끔하게 번역했다.

지은이: 보도 섀퍼 (Bodo Schafer)
옮긴이: 이병서
출판사: 북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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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독후감 2009. 11. 12. 23:12

니코마코스 윤리학

Ethica Nicomachea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이창우, 김재홍, 강상진 옮김
이제이북스 (EJB)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를 위해 지은 책이다.
"어떻게 살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인간의 선함과 행복 등에 대해 고찰한다. 선함을 행하는 사람이 선한 사람이고 정의를 행하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선하고 정의로운 행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성과 품성을 갈고 닦자고 주장한다. 

주제별로 충분한 정도까지,
그리고 그정도까지만, 논의를 진행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도가 신선했다.
이미 존재하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펴고, 주장하는 바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의문에 답을 내린다. 항상 '왜?'라고 묻고 다른이의 '왜?'에 대해 답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논어는 훌륭한 성인(공자님)의 말씀을 반론 없이 긍정하고 그 가르침을 전하는데 주력한다. 진리를 대하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중용을 중요한 미덕으로 강조한다. 
모자람과 지나침 모두를 악덕으로 경계한다. 모자람과 대치되는 것은 지나침이 아니라 중용이다. 마찬가지로 지나침과 대치되는 것 역시 모자람이 아니라 중용이다. 논어에 나오는 '過猶不及(과유불급, 모자람과 지나침 모두 나쁜 것이다)'과 맥이 통하는 가르침이다. 동양과 서양의 가르침이 놀랍도록 똑같다.

엄밀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해야겠다. 
단어를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해 풍부하게 주석을 달아 놓았다. 주석을 통해 번역자의 의도를 어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계적인 번역이라 아쉬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고자 한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말로 풀어낸 번역이 아니라 원서의 단어와 문법 구조에 천착해서 글자를 글자로 옮긴 번역이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번역 스타일이다. 그리고 번역 수준이 챕터별로 일정하지 않다. 번역만 놓고 보면 추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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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가스사 마사히토 지음
이수경 옮김
살림Math 출판

100년전 푸앵카레가 제시한 수수께끼와 그에 대한 수학자들의 도전을 그렸다.
일본 방송작가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책이다. 수학이 생소한 방송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 수학자의 어려운 설명을 조리 있게 잘 전달한다. 삽화와 컴퓨터 그래픽 같은 시각적인 설명들이 볼만하다. 재밌는 다큐멘터리 한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골몰하던 문제의 해법이 열리는 순간, 수학자가 느끼는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묘사했다. 더불어 평생 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하다 결국 풀지 못하는 수학자의 좌절도 처절하게 묘사했다.

최근 언어능력처럼 수학능력도 인간의 DNA에 새겨진 선천적인 능력일 것이라는 주장을 읽었다. 수학적 난제에 도전하는 이유도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 때문일지 모르겠다. 내가 그런 수학에 대한 독서를 열망하는 이유도 본능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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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출판
조숙환 지음

김영사가 기획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31번째 책이다. 스키너와 촘스키를 주인공으로 세워서 인간의 인식체계에 대한, 대립되는 두개의 주장을 제시하고 설명한다. 저자의 자상한 설명도 좋았고 참신한 체계가 주는 재미도 좋았다. 시리즈를 섭렵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스키너는 인간의 언어능력이 학습에 의해 습득되는 후천적인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촘스키는 인간의 언어능력이 유전자에 새겨진 타고난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판결나지 않았지만, 현재 과학계의 주류 의견은 언어 능력의 생득설이라고 한다.

번역서가 아니라 한국인 저자가 직접 지은 책이다. 그래서 한글로 제시하는 예시가 어색하지 않고 생생하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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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역사

독후감 2009. 9. 28. 22:54

까치글방 펴냄
버나드 루이스 지음
이희수 옮김

중동은 어릴적 TV만화로 재밌게 본 '신밧드의 모험'이 펼쳐진 무대다. 그리고 내 큰아버지께서 젊어서 일하신 곳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중동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그게 전부였다. 다소 야만적이고 호전적일 것이라는 느낌. 종교적으로 엄숙하고, 마초적인 정서가 지배적일 것이라는 선입견만 있었을 뿐이다.

중동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 위치한 지역이다. 그 어느 지역보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지금의 이라크 지역엔 바빌론이 있었고, 지금의 이란 지역에는 페르시아가 있었다. 그리고 두말할 필요 없는 이집트가 지금도 거기 있다. 중동은 모래사막뿐인 황량한 지역이 아니라 인류의 고대 문명을 간직한 풍요로운 지역이다. 중동에 대해 알고 싶었다. '중동의 역사'를 고른 이유다. '중동의 역사'는 중동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왕조의 역사 뿐 아니라 문명의 역사, 문화의 역사도 함께 다룬다. 한 사람의 저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고 풍부하게 설명한다.

중동은 이슬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슬람은 정복 전쟁을 통해 지금의 중동 지역뿐 아니라 동유럽, 북아프리카, 스페인에 이르는 방대한 제국을 세웠다. 당시, 피정복민들은 이슬람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슬람은 관용의 종교였다. 다른 종교의 존재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으로 개종할 경우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노예출신 황제와 노예출신 군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세금도 적었다. 당시 서민들로서는 이슬람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중동의 역사를 '중간의 역사'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대에서 펼쳐진 역사이고, 시기적으로 중세 시대에 최전성기를 누린 역사라는 의미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7세기 후반까지 강력한 세력을 자랑했던 이슬람은 근대에 이르러 몰락했다. 이책은 근대 이후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그들이 어떤 고난을 겪어 왔는지 설명한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며 이슬람 지역의 주요 국가인 터키를 형제의 나라로 인식하게 됐다. 터키도 이슬람의 일원으로서 아픔 많은 근대사를 겪었다. 여러모로 공유할 꺼리가 많은 나라다.

번역이 훌륭했다. 책 중간의 사진들도 만족스러웠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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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자서전

독후감 2009. 7. 27. 08:42
융은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닦은 중요한 인물이다. 정신적 문제의 모든 원인을 오로지 性(성)으로만 풀이하는 프로이트보다는 문제 원인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융이 더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집단 무의식'의 정체가 궁금했다. 지식이 얕기에 비전공자로서 쉽게 접할 수 있어 보이는 그의 자서전을 골랐다. 하지만 자서전으로 그의 학문적 성취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였다. 다만 그의 정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무의식이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였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더 찾아 보아야 할 것 같다.
번역은 나쁘지 않았으나 좋지도 않았다. 문장이 매끄럽기는 한데 알맹이를 빼먹은 느낌이다. 역자의 잘못이 아니라 원서가 원래 그런지도 모르겠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책이다.

카를구스타프 융 구술
A.야페 편집
조성기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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