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철학과 불교

 

권오민 지음

민족사 펴냄

 

2015.10.18.
인도철학은 <자아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탐구한다. 개인의 한계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자아, 즉 <아트만>을 탐구한다. 반면 불교는 <자아란 허구임>을 주장한다. 오류투성이의 인식이 지어낸 <자아>가 허구인 것을 모르고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욕심과 악(惡)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한 불교 안내서다.

 

초기 불교의 과감하고 용감한 문제 설정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초기 불교는 실용적이지 않고 현학적인 모든 질문들을 잘라냈다. 독화살을 맞아 죽어가는 사람에게 그것을 쏜 자가 누구인지,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쓸모 없는 호기심에 불과하다고 정리한다. 그런 앎에는 어떤 실제적 이익도 없다고 잘라낸다. 용감한 주장이다. 반드시 죽게될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살 것인가?>뿐 아니겠는가?

 

한국인 저자의 한국어 저술이다. 난해한 사상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

 

2019.8.31.

베다 (BC 1500년 기록으로 추정)로 상징되는 인도철학의 '자아'에 대한 성찰과 초기불교 (BC 600년)의 '무아(無我)'에 대한 성찰을 요약해볼 수 있어 좋았다. '바가바드 기타'를 보던 중 다시 보고 싶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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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성비판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칸트의 생애
1770년(46세) 쾨니히스베르크 대학 철학교수 됨
1781년(57세) 순수이성비판 출간
1788년(64세) 실천이성비판 출간
1790년(66세) 판단력비판 출간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중 하나만 읽을 수 있다면 실천이성비판을 추천하겠다. 하지만, 순수이성비판을 읽지 않고는 실천이성비판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실천이성비판이 순수이성비판에서 논의했던 개념들을 많이 인용하기 때문이다. 준수한 그리고 존경할만한 번역이었지만 순수이성비판 때보다 다소 거친 느낌이었다 (번역 별 3.5 ★★★☆).

사람이 사는 이유를 고민하게 됐다. 책에 의하면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산다. 사람은 선한 행위를 의무로 삼아야 한다. 사람은 이성을 통해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선함을 선택하지 않는다. 선함을 선택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다. 선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함을 가져다 주더라도 그것이 선하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선함을 실천하는 사람이 인격자다. 그런 사람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칸트와 논어가 서로 통한다고 느꼈다. 논어를 처음 읽었을 때는 착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반복해 읽을수록 착하게 (도리에 맞게) 살기 위해서 지혜를 갈고 닦아야 함을 느꼈다. 반면 칸트를 처음 읽었을 때는 똑똑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을 읽으면서 이성을 부여받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착하게 사는 것이 도리임을 느꼈다.

또 하나의 인생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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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지음
시대의창 펴냄

위정자들의 패권경쟁과 그에 따른 전쟁이 극심했던 중국의 전국시대, 강력한 규율과 이론으로 무장한 천민 출신의 정치 결사체가 있었다. 스승 묵자를 따르는 묵가 무리였다. 이들은 공격 당하는 작은 나라에 들어가 방어 전쟁을 지휘하기도 하고, 작은 나라를 공격하려는 큰 나라에 들어가 전쟁을 막기 위해 제후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묵자는 공자의 학문을 계승하여 보다 현실성 있는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묵가도 유가처럼 인의(仁義)를 주장했다. 유가와 달랐던 점은 인의(仁義)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했다는 점이다. 묵가는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이유가 인간 상호간의 이익(交利)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묵가는 유가와 달리 학문의 성과가 개인의 인격 수양에만 머물지 말고, 사회의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인 상호간의 이익(交利)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조절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회 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신분에 상관 없이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보장 받는 것이 하늘의 뜻(天志)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하늘의 뜻(天志)을 잘 받드는 사람을 천자(天子)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생에 따른 신분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기원전 400년경의 주장임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논어를 읽으며 공자님을 존경하게 됐다. 하지만 공자님의 이야기를 되씹을 때마다 해결되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이번 묵자 독서를 통해 그 허전함의 정체를 알게 됐다. 공자님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과 파격, 그리고 한계와 대안을 알게 됐다. 공자님과 논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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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스님 지음
수오서재 펴냄

매년 겪는 일이지만 작년보다 한살 더 먹었다. 삶의 무게와 권태가 더 심해졌다. 무언가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잔다. 평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내가 이 책을 만난 이유일 것이다.

좋았던 이야기 하나.
당신은 무엇을 잘하거나 어디에 유용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다.

좋았던 이야기 둘.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거든 조속한 해결을 재촉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동안 함께 버텨주어야 한다. '함께 버틴다'는 표현이 좋았다.

좋았던 이야기 셋.
깨달음은 시작일 뿐이다. 깨달은 후에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격을 닦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훌륭한 요약과 함께 책을 권해준 청년이 고마왔다. 젊은 사람에게서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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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펴냄


열하일기 해설서다. 김혈조 번역의 열하일기 1,2,3을 읽고서 고미숙 작가의 이 책을 읽었다.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었는지, 읽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미숙 작가는 연암이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연암의 삶과 사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해설한다. 연암과 다산을 비교한 짤막한 글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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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돌베개 펴냄


연암 박지원(1737~1805)은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에 다녀온다. 연행 당시 연암의 나이는 44세였다. 그 때의 기록이 열하일기다. 매일매일의 날짜, 날씨, 행적을 기록한 글이 반절이고 (그래서 열하 '일기'), 특별한 만남이나 감상을 따로 기록한 글이 반절이다.

청나라는 만주족이 한족을 정복하고 세운 나라다. 여행길에서 연암은 만주족과 한족 이외에도 몽고, 일본, 유구(오키나와), 서번(티벳), 섬라(태국)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열하일기 속의 청나라 황제는 조선 사신을 각별히 배려한다. 조선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컸다. 고구려가 수나라를 격파한 사실이 중국에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지나는 지역, 만나는 인물을 순서대로 나열한 기행문이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문장의 논리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애 쓸 필요가 없는 것이 편안했다. 무엇보다 연암 스스로가 소탈하고 유머 넘치는 인물이어서 그가 만드는 사건과 나누는 대화가 모두 재밌었다. 책 중간중간 사진이 많았는데 전자책 단말기로는 느낌이 안 살았다. 읽는 내내 종이책으로 볼 걸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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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18. 12. 31. 11:06

2018년에는 30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는 독서 패턴을 조금 바꿔봤다. 한 달 정도 같은 주제를 유지하면서 관련된 책들을 연달아 읽었다. 주어진 주제를 더 깊이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의 맥락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내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분야별로 좋았던 책들을 꼽아본다.

철학 분야
바가바드 기타
살다보면 사는 이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수학 분야
틀리지 않는 법
올바르게 이해해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

과학 분야
이기적 유전자
게임이론과 진화학의 만남

실용 분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현명해지려면 현명하게 독서 하라

문학 분야
당신 인생의 이야기
황당한 생각이 개연성 있게 납득되는 마법

사회 분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유쾌한 인생 이야기 (살고 죽는 이야기)

역사 분야
갈리아 전쟁기
무적 카이사르의 무용담

심리/인지과학 분야
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
우리는 선악을 구분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

올해 읽었던 과학 분야 책들은 모두 좋았다. 최고로 꼽은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이고, '과학혁명의 구조'와 '시간의 역사'도 읽을 수 있어 영광일 정도로 좋았다.
'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는 키케로의 '의무론'과 같은 맥락에서 읽은 책이다. '윤리학' 관점에서 삶을 고민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굳이 올해 최고의 책을 한 권만 꼽자면,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이다.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현명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엔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읽을 참이다. 작년에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독서하는 힘이 크게 늘어난 것을 느꼈다. '실천이성비판'은 '순수이성비판'보다 더 많이 추천 받는 책이다.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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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1712~1778) 지음
김중현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시대상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1755년 출간됐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1781년)'이 출간되기 30여년 전이고, 다윈의 '종의기원 (1859년)'이 출간되기 100여년 전이다.

책의 주제
1753년 루소는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서 디종 아카데미가 내건 다음과 같은 논문 현상공모를 접한다.

인간들 사이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

자연법은 자연의 본성이 규정하는 법이다. 즉, 이 공모는 인간 불평등이 자연본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소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미개인
루소는 자연 속의 미개인과 사회 속의 문명인을 비교한다. 루소가 추정한 미개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은 자유인이다. 미개인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한다. 삶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욕심을 모른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비굴해질 일이 없다. 자연 속의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모두 자유롭다.

문명의 발달과 인류의 타락
문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저주였다. 인간은 문명의 힘으로 생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잉여를 만들어 냈다. 잉여와 더불어 탐욕이 생겨났다. 탐욕을 채우는 과정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겨났고 복잡한 사회구조가 발전했다. 불평등의 기원은 문명이었다. 문명을 발전시킬수록 불평등이 심화됐다.
1750년대의 루소는 사회 발전의 최종 귀착지가 전제군주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제군주제 아래서 인간은 다른 의미로 평등해진다. 전제군주에게 복종해야 하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되 모두 예속적이다.

희망이 있다면
루소가 희망을 가진 것은 동정심이었다. 동정심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성이다. 동정심은 이기심을 극복하는 힘이며, 법(법은 문명의 결과다) 없이도 살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전제군주는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분열시키려 시도한다. 이런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문명의 저주를 되돌릴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일 것이다.

얇은 책이었지만 번역된 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쉬운 번역이었다 (번역 별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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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1941~) 지음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이 책은 <이기적>이라는 선명한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 <이기적>이라 함은 내가 남보다 잘되려 하는 (더 잘 생존하고, 더 잘 증식하려 하는) 성향을 말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던 것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도 아니다. 이 책은 과학책이다. 윤리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보편성에 주목해야 한다.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와 남의 기준을 이해하면 <이기적> 유전자가 그렇게까지 이기적이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범위는 개체를 초월한다. 이 책에 따르면 유전자는 자기의 복사본 모두를 <자기>라고 생각한다. 내 부모의 몸 속에 있어도, 내 후손의 몸 속에 있어도, 다른 동물의 몸 속에 있어도 같은 복사본을 모두 <자기>로 여긴다. 사람과 침팬치는 99%의 유전자를, 사람과 고양이는 95%의 유전자를, 사람과 바나나는 6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유전자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정말로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생각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이해함에 있어 <이기적>이라는 특성보다 <유전자>의 연대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을 오독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의 증식 본능 하나로 생명체의 진화를 간단히 설명하는 점, 이를 ESS (Evolutionary Stable Strategy, 진화적으로 안정된 생존전략) 개념으로 발전시킨 점이 이 책의 성취다. 특히 게임이론을 진화학 분야에 적용한 ESS 개념을 알게 되어 기뻤다. 제목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독서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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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1942~2018) 지음
김동광 옮김
까치 펴냄

'그림으로 보는' 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요약본이나 발췌본이 아니다. '시간의 역사' 원본에 일러스트를 추가한 책이다.
재밌다. 호킹은 뛰어난 과학자이면서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재치 있게 글을 썼다.

호킹은 블랙홀과 빅뱅 전문가다. 이 책에서 호킹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면 빅뱅이 우주 시공의 단절(특이점)을 의미하지 않게 된다는 이론을 소개한다 (창조되고 소멸되는 우주가 아니라 확장과 축소가 반복되는 우주).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의 생각은 바뀌어서, 지금은 다른 물리학자들에게 실제로는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특이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우주는 완전히 자기-충족적이고 우주 밖의 그 무엇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우주는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있을(BE)' 따름이다.

기존 빅뱅 이론이 (과학이 아니라) 천지창조를 말하는 신화 같고, 영원한 시간을 가정하는 진화론과 모순되는 것 같아 불편했던 내게 반가운 이론이었다.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긴 게 아쉽다. 특히 수학의 '허수'에 해당하는 시간의 '허시간' 개념을 이해 못했다. 다음에 다시 시도할 것이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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