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1958~)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펴냄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와 그 인근에 있는 고아원 '환광원'의 인물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아름다운 기적의 주인공이 된다. 독서를 마칠 때 코끝이 찡해졌다. 좋다, 이런 착한 이야기.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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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1967~)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펴냄


"테드 창"의 SF 단편 8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지은이 "테드 창"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매뉴얼을 쓰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엔지니어의 글 다운 치밀함이 있다. 모든 이야기가 일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작가가 부여하는 논리적 개연성 때문에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만약 주어진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미리 알게 된다면 그래도 우리는 그 인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갈까? 지은이는 전혀 다른 인식 체계를 가진 외계인과의 조우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이야기는 충분한 설득력을 담고 있어서 글을 읽고나면 예정된 이별을 아는 사랑도 담담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된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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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1978~) 지음
민음사 펴냄


남자인 나로서는 알기 힘든 세상 다른 반쪽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더딜지라도 대한민국 사회는 결국 옳은 방향으로 변해가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에 사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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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1959~) 지음
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펴냄


긴 글을 읽기 어렵다고 느낀 적 있는가? 인터넷을 확인하려는 욕구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 있는가? 이 책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리의 뇌는 경험에 따라 그 구조가 변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는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 그런데 인터넷은 산만함을 훈련시키는 도구다. 우리는 인터넷을 서핑할 때 끊임 없이 표시되는 알람과 하이퍼링크에 반응하다 결국 원래의 목적을 잊고 방황하곤 한다.
우리의 뇌는 인터넷을 쓸수록 산만해진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편의성 때문에, 장차 우리가 인터넷을 포기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 그리고 그 속의 인공지능 때문에 잃게 되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시간을 들여 집중하고 기억하고 숙고할 때 깊은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집중과 기억과 숙고의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위임하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일관된 주장을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책이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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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의 의무론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키케로(BC106~BC43) 지음
허승일 옮김
서광사 펴냄


키케로는 기원전 50년경의 로마 정치인이다. 그는 황제가 되려는 카이사르에 맞서 공화정을 수호하려했다. 그러다 결국 카이사르의 후예들에게 죽음을 당했다. 이 책은 키케로가 죽기 얼마 전에 그리스에서 유학하고 있던 아들에게 전한 편지다. 그는 편지를 통해 윤리학에 대해, 즉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친다.

윤리학에 대한 고민('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왜 살아야 하는가?')과 맞닿아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 독서모임을 통한 토론 덕분이었다. 개인적인 독서에서 그쳤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라틴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다고 하는데, 그닥 좋지 않았다. 읽을만은 했다 (번역 별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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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


프란츠 부케티츠(1955~2018) 지음
염정용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011.6.13.
저자는 인간의 도덕관념이 신의 하사품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인간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당위적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지적한다. 도덕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일 때에만 지켜질 수 있으며 가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다. 매끄러운 문장은 아니었으나 정확한 번역이었다.

2018.6.16.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이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한다. 인간이 윤리학을 갖게 된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고찰한다.

독서하면서 내게 선악을 구별할 능력이 있는지, 만약 구별할 수 있다면 굳이 선을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독서모임 토론에서 귀한 조언을 들었다. 지금 갖게 된 생각을 메모해둔다.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선악 기준 따윈 없다. 각자가 가진 기준을 모아 보편적인 기준을 지칭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선악 기준이 먼저 존재하고 개인들이 그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각자의 선악 기준이 먼저 존재하고 이를 종합해서 보편적 기준을 지칭하는 것이다.
개인은 미미할지라도 분명 보편적 기준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살아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아집을 버리고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기준을 좀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다. 선과 악이 있을 때 선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라고 생각한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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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1956~)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1.1.15.
당연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나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음을 잊곤한다. 지금 사는 내 주위의 모두가, 모든 사람과 생명이, 다소 늦거나 빠르기는 하겠지만 언젠가 함께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주변의 모두에게 악하게 굴 수 없다. 조금 비약하자면 모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공유하는 전우다.

이 책은 사람이 태어나서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쳐 죽을 때까지의 변화를 저자와 저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풀어낸다. 그리고 각 시기를 바라보는 유명인들의 통찰이 담긴 한마디를 빼곡하게 소개한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유쾌한 글이다. 책을 읽으면, 인생을 한번 살고 죽은 느낌이 든다.

2018.5.27.
위로가 된 구절을 발췌한다.

아버지는 으쓱하더니 말했다.
죽는 건 쉽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그건 하잖니. 사는 게 재주지.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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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BC100~BC44)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 펴냄


카이사르가 직접 쓴 8년간의 갈리아 전쟁 기록이다 (BC 58 ~ BC 50).
전쟁의 결과로 카이사르는 많은 부족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갈리아 지역을 완전히 정복했다. 이 책은 당시 로마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BC 50년경).

카이사르의 로마군은 시종일관 월등한 전투력을 보였다.

첫째로 로마군은 세밀한 전투체계를 갖췄다.
행군의 경우에도 보통행군, 강행군, 최강행군을 구분했다. 보통행군은 5시간에 25킬로미터를 행군하는 것이었고, 강행군은 7시간에 30킬로미터를, 최강행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의 거리를 행군하는 것이었다. 또 척후병 체계와 보고 체계도 잘 갖추고 있었다. 혼란한 전투 중에도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수집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둘째로 뛰어난 공병기술과 무기기술을 갖췄다.
로마군의 전투는 진지구축 공사로 시작했다. 유리한 위치에 탄탄한 진지를 구축하고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로마군의 방식이었다. 로마의 적들은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다리를 짓고 허무는 로마군의 능력에 경악했다. 로마군의 투석기, 토루, 엄호차 같은 무기도 당시의 첨단 병기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셋째로 카이사르는 군대와 소통했다.
카이사르는 작전을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작전을 설명했다. 자신의 예측과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전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왜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아는 그의 군대는 무적이었다.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는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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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세계사


이영숙(1967~) 지음
창비 펴냄


엄마가 작중 화자다. "엄마가 옷장을 열어보니 청바지가 있네? 청바지를 처음 입던 미국 개척시대의 역사를 들어볼래?" 하는 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에 맞춰서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흔하지 않은 이야기여서 일반 성인이 읽어도 재밌다. 200쪽 약간 못미치는 부담 없는 두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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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S. 쿤(1922~1996) 지음
김명자, 홍성욱 옮김
까치 펴냄


쿤은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과학 사학자다. 그는 과학사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패러다임은 과학자 집단이 공유하는 지식과 관점의 체계를 말한다. 같은 자연 현상도 과학자가 속해 있는 패러다임이 다르면 다르게 해석된다.

과학자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종교적 개종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한 사람은 예외 없이 젊든가 그 분야를 아주 새롭게 접한 사람들이었다. 또 그래서 패러다임 전환은, 다시 말해 과학의 발전은, 항상 혁명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주의할 점은 패러다임에는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전 패러다임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패러다임일 뿐, 어떤 목적지에 더 가까이 다가간, 더 '올바른' 패러다임이 아니다. 이는 진화에 목적지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진화 역시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다른' 종을 만들어내는 과정일뿐, 어떤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올바른' 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인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패러다임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개념의 기원과 뜻을 알 수 있었다. 패러다임 전환은 과학의 역사 뿐 아니라 다른 세상사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 같았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잘 이해됐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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