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찾은 경제 위기 돌파 전략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데이비드 앳킨슨 지음
임해성 옮김
더난 펴냄

 

2020년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17세부터 30여년간 일본에 정착해서 생활한 영국인이다. 그가 해외 경제학자들 118명의 논문을 분석해서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경제 성장의 구성요소는 인구 증가와 생산성 향상이다. 인구가 증가하거나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가 성장한다.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선진국은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선진국들도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그들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고령화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국가가 늘어나는 노년층을 보살필 수 없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일본이 경제 성장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저자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제안한다.

노동자들의 급여가 올라가지 않으면 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일본 노동자의 질은 매우 우수하지만 (세계 4위), 일본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세계 28위). 생산성이 낮은 책임은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자에게 있다. "생산성이 낮다"는 평가의 이유가 낮은 임금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영자들은 잃어버린 30년 동안 인건비 절감에만 주력했다. 우수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쉬운 전략 (원가절감 박리다매 전략)을 선택했다.

경영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비정규직과 여성의 비율을 늘려 인건비에 따른 비용을 줄였다... 경영자에게는 가장 편한 전략일지 모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국익에 반한다.

 

최저임금은 국가 주도로 꾸준히 높여가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국가가 경영자들에게 생산성 향상을 강제하는 방법이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의 사례 연구에 의하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소득격차를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가 개선됐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세계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문제다. 상식을 깨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상위층의 소득은 급증해도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반면 최하위층의 소득 감소는 경제에 바로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등의 정책보다는 저소득 계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다. 임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을 참고하자는 역자의 말에 공감한다.

지구상에서 '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경제 모델'에 대한 경험을 하는 나라가 일본 밖에 없다... 일본은 우리에게 있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시간 여행 이론의 일인자가 말하는

시간 여행과 상대성 이론

 

편집부 지음
강금희 옮김
뉴턴코리아 펴냄

 

글보다 그림이 좋은 책이다.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재미 삼아 잡지를 뒤적거리는 느낌으로 독서했다. 편집부에서 만든 책답게 넓고 얕게 다룬다. 장점이다.

뉴턴의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 아인슈타인의 상대적 시공간, 루프 양자 중력 이론 (loop quantum gravity theory)의 시공간 개념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물리학은 아직 시간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시간은 일상 생활에서나 과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과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그 답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직전 독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와 '양자 중력 이론'이 언급될 때마다 반가웠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터미네이터는 정말 1984년으로 갈 수 있을까?

 

김필영 지음
들녘 펴냄

 

유튜브에서 '5분 뚝딱 철학'이라는 채널을 좋게 봤다. 철학을 짤막하게 요약해주는 채널이다. 그 채널의 주인장이 이 책의 저자다. 머릿말에서 저자가 자기 소개를 한다. 저자는 50이 넘은 샐러리맨이라고 한다. 일하면서 짬짬이 철학을 공부했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한 이유는 그냥 재밌어서였다고 한다. 같은 샐러리맨으로서 현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존경스럽다.

책을 고른 이유는 목차에 직전 독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얼핏 봤던 '현재주의'와 '영원주의'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였다. 현재주의, 영원주의, 블록우주 (Block Universe) 개념을 알게 돼서 만족스럽다.

현재주의(Presentism).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이론.
영원주의(Eternalism). 과거와 미래도 현재와 같이 존재한다는 이론.
영원주의의 이미지는 과거/현재/미래가 벽돌을 쌓아놓은 모양이다. 그래서 영원주의를 블록우주(Block Universe) 이론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내가 듣고 싶던 얘기와 저자가 하고 싶던 얘기가 달랐다. 나는 시간의 본질에 대한 과학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저자는 논리학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시간에 관한 저자 나름의 사고실험을 길게 펼치는데 따라가기 힘들었다.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만약 기회가 있어 솔직한 느낌을 얘기한다면 저자는 빙긋 웃으며 대꾸할 것이다.

그럴 수 있죠.

그럴 수도 있다. 어긋나는 만남도 있을 수 있는 거다.

 

 

Posted by ingee
,

The Order of Time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저자는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다. 중력장을 연구한다. 저자의 연구는 아직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유력한 이론이라고 한다. 시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는데, 기존 상식을 버려야 따라갈 수 있다. 사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도 친숙한 상식을 버려야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아닌가.

시공간이 중력장이고, 중력장이 시공간이다. ...
시간의 양자적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을 '양자중력'이라 부르는데, 내 연구 분야다.

 

양자역학 덕분에 과학에 관찰자의 관점, 다시 말해 '주관'이 도입된 것 같다. 책은 텅빈 시간과 공간이라는 무대 안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또는 사물과 사물, 정확히는 사건과 사건)이 서로 얽혀 시공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묘하고 낯설었다.

시간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니라, 관계들의 느슨한 망이 된다.

 

이번 독서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 엔트로피의 뜻을 알게 됐다. 항상 헛갈렸던 "엔트로피가 낮다, 높다"는 말의 뜻을 반복학습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됐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뜻한다. 그래서 엔트로피가 낮다는 말은 질서정연하다는 뜻이고, 엔트로피가 높다는 말은 무질서하다는 뜻이다).

아주 먼 과거 세상의 엔트로피는 우리에게 매우 낮게 나타난다.

 

저자의 정체성은 물리학보다 문학 쪽에 있는 것 같다. "세상을 규정하는 물리법칙" 같은 표현 대신 "세상을 읽는 문법"이라는 표현을 쓴다. 챕터마다 인용하는 문구들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식견이 엿보인다. 게다가 서양인임에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다. 양자 사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는 설명에서 얼핏 작은 꽃들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화엄세상을 만든다는 불교 교리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책의 말미에서 작정하고 불교 경전을 인용한다.

기원후 1세기에 제작된 팔리어 불교 경서인 《밀린다왕문경》에서 나가세나는 밀린다 왕의 질문에 답할 때 실체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

 

작고 예쁜 하드커버 양장본이다. 그림이 많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

현대일본을 찾아서 2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 강인황, 허형주, 이정 옮김
이산 펴냄

 

1880년대 메이지 유신 때부터 2000년까지의 일본 역사를 설명한다. 서양의 힘에 굴복해 강제로 개항했던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절치부심 힘을 기른다. 그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승리하면서 세계열강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권력 구조는 급조되어 미숙했다. 군부를 통제하지 못했다. 당시 일본 군부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했다. 결국 군부가 국가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을 잇달아 벌인 탓에 일본은 패망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

일본 역사는 우리 역사와 많이 얽혀있다. 일본 역사를 보는 것은 우리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일본 군부가 극성이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국민에겐 정치권력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일본 국민의 정치적 무기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국민에겐 정권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면 좋겠다.

1955년... 보수적인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해서 자유민주당(자민당)을 결성했다. 이후 자민당은 40년 동안이나 정권을 유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치구조를 흔히 '1955년 체제'라고 부른다.

 

저자는 네덜란드계 미국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유작이다. 저자는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새는 죽음 직전의 울음이 구슬프고, 사람은 죽음 직전의 말이 선하다고 한다. 이 책의 글도 선하다. 인류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일본의 역사를 치우침 없이 서술한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4 ★★★★).

 

 

Posted by ing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