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조국 지음
다산북스 펴냄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본분을 공부라고 말한다. 그는 법을 공부하는 학자다. 그가 윤석열 정부의 법치는 법을 이용한 폭력이라고 말한다.

나는 내 자신의 가장 큰 존재 가치를 공부하는 사람, 학인學人에 둔다.
(p005. 길 없는 길)
세상의 모든 문제를 압수·수색과 체포·구속으로 해결하려는 '형벌과잉'의 시대가 열렸다.
(p009. 길 없는 길)
나는 디케가 형벌권으로 굴종과 복종을 요구하는 신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신이라고 믿는다.
(p013. 길 없는 길)
윤석열 정부는 자신이 내세우는 '법치'가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라고 공문서에 명기했다. ...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 '법치'가 '법을 이용한 지배'가 될 때 법은 법의 외피를 쓴 폭력이 된다.
(p124. 정의/ 법은 지배계급의 도구?)

 

이 책은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국가 요직을 장악한 검사들의 면면을 나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사료적 가치가 있다.

국가안보실의 실세로 '신냉전'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검사 출신이 아니지만, 그의 부친은 대검 중수부장·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김경회 씨다. 윤 대통령이 총애하는 '특수부 라인'의 대선배인 것이다.
(p068. 신검부/ 권력 그 자체가 된 시녀)
윤 대통령은 금융감독원장(차관급)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를 임명했다. 그는 '윤석열라인'의 막내...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임명'은 '관치 금융'을 넘어 '검치 금융'이 전개된다는 신호다.
(p070. 신검부/ 권력 그 자체가 된 시녀)

 

이제 검사독재를 끝장내는 것이 우리 민주시민의 당면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군사독재와 IMF 경제 환난을 버텨내고 끝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이번 과제도 충분히 감당해낼 것이다.

현재 정치권력의 핵심은 검사 카르텔에, 경제권력의 핵심은 재벌 카르텔에 있다. 이 두 카르텔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과 재벌이라는 두 카르텔에 의한 과두제를 해결하는 것이 21세기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p027. 검찰권/ 법이 총칼이 되는 시대가 열리다)
국민의 정치참여만이 '대한검국'을 '대한민국'으로 되돌릴 수 있다.
(p095. 퇴행/ 이명박근혜 정권의 난폭한 부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그리 쉬울 리 없지 않은가.
(p135. 정의/ 법은 지배계급의 도구?)

 

조국 전 장관은 책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의 집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윤석열 집권의 빌미가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그와 그의 가족분들께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조국 전 장관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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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지음
메디치 펴냄

 

글을 잘 쓴다. 정돈된 생각을 유머 있게 표현한다.

책 12%, 카산드라와 아틀라스 2012.4.9.
1년마다 명단이 갈리는 검사 블랙리스트에서, 저는 밤하늘에 고정된 북극성처럼 찬란하게 계속 빛났다고 하더군요.
책 41%, 복귀 인사 2016.1.30.
아마... 검사게시판 글이 주된 이유일 겁니다. ... 스폰서나 혼외자가 없고 별장 성 접대를 받지 않았으니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임은정 검사는 검사의 본분을 고민하는 검사다. 고민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그런 행동이 주변으로부터 박수보다 비난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는 더욱 쉽지 않다.

책 16%, 민청학련 관련 사건 공판 소회 2012.9.6.
저는 권력이 아니라 법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책 43%, '과거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검사 직권 재심 청구' 보도를 접하며 2017.9.17.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에 대한 감찰 요구와 공익 신고, 고발, 국가배상 소송 제기 등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각오이고, 하고 있습니다. 칼럼 기고와 SNS, 책 발간도 제 발버둥의 일환입니다. 검찰이 바로 서려면, 안과 밖에서 함께 검찰을 바로 세워야 하지요.
책 75%, 우리를 믿지 마세요 2019.9.30.
권력은 상하기 쉬운 음식과 같습니다. 계속 끓여주고 갈아주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그때 그 검사들이 여전히 건재한 검찰을, 검사들의 잘못이 드러나도 조직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스스로 부여하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믿지 마세요.
책 95%, 길모퉁이에서 2020.9.21.
물러설 수 없으니 가서 부딪칠 수밖에. 천 번의 헛된 시도에 천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에서 진실함을 느꼈다. 검찰에 남아 분투하는 임은정 검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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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보고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교양인 펴냄

 

어느 정신의학자가 있었다. 그는 살인율과 자살률 데이터를 조사하던 중 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살인율과 자살률이 예외 없이 증가했고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예외 없이 감소했던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그 이유를 탐구한다.

 

투표로 집권하는 정부는 자신의 지지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공화당 정부의 지지기반은 고용주들이다. 그래서 고용주들을 대변하는 공화당 대통령은 실업률을 높이는 정책을 선택한다.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 고용주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살인율과 자살률이 높아진다. 실업으로 인해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 그리고 실업으로 인해 자긍심을 잃은 사람들은 자살하기 쉽다.

 

선거는 장난으로 할 일이 아니다. 비열한 언론이 부추기는 '벼락거지'라는 말에, '여가부폐지'라는 말에 휘둘려 분풀이하듯 2번 후보를 찍을 일이 아니다. 합법적인 정치 수단으로 가진 거라곤 투표권 하나밖에 없는 99%의 대한민국 국민은 신중하게 자신의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선거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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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비판

Kritik der Urteilskraft

 

임마누엘 칸트(1724~1804)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19개월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을까?'였다. 이 책을 읽은 보람도 그 질문이었다. 이제 철학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철학은 가치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리 없지만, 이 책을 읽은 시간은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판단력비판』은 1790년, 칸트 나이 66세에 출판됐다. 아카넷 백종현 번역은 역자의 '판단력비판 해제' 100쪽, 판단력비판 2판의 번역 450쪽, 판단력비판 1판의 '서론' 덧붙임 70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2판 번역이 끝나는 지점에 1판의 서론이 덧붙여져 있는데, 독서를 마무리하면서 내용을 되돌아보는 데 도움 됐다. 역자의 배려라고 느꼈다.

 

칸트의 생각에 영향을 준 그 시대 인물들을 연표로 그려 보았다.

칸트는 뉴턴 역학이 제시하는 물리법칙의 확실함에 매료됐던 듯 하다. 그리고 수학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를 보이는데 이는 오일러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책 곳곳에서 동시대의 철학자였던 흄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반론을 펼친다.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천재성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책 어딘가에 천재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챕터가 있었다.

 

책을 사서 쟁여둔 지 10년 만에 칸트의 비판 시리즈를 완독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인간의 지성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인식할 수 있는지 비판한다.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의욕 해야 하는지 비판한다. 『판단력비판』에서는 인간의 판단력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비판한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의욕 해서 현실화시키는 존재다. 우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존재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다.

p559 §91
우리는 도덕법칙이 우리에게 궁극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에, 그러니까 우리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에 맞게 우리가 처신하는 한에서만, 우리 자신을 그러한 궁극목적으로 간주할 수 있다.

 

10년 전 이 책을 살 때는 '절판되기 전에 쟁여두자'는 생각으로 샀다. 하지만 이 책은 쇄를 거듭하면서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 이런 좋은 번역서가 만들어지고 또 잘 팔린다는 사실에서 칸트 철학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200년 넘는 시간을 넘어 칸트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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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역사

Work: A History of How We Spend Our Time

 

제임스 수즈먼 지음
김병화 옮김
RHK 펴냄

 

인류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일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했는지 설명한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역사란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다. 어떻게 보면, 역사에는 의도된 기획도 줄거리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하는 일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 독서하던 호흡보다 긴 시간 동안 회사 사람들과 함께 읽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일이 아닌 주제(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고른 주제가 '일')를 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다.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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