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익히고 두고두고 들춰보는

주역 입문 강의

한 권으로 읽는 『주역』의 모든 것

 

고은주 지음
우응순 감수
북튜브 펴냄

 

정성스럽게 지은 좋은 책이다. 이론편과 실전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론편은 주역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고, 실전편은 64괘의 괘사와 효사를 빠짐없이 싣고 있다. 책 제목처럼 두고두고 자주 들춰보게 된다.

올해 2월 휴가 때 저자가 직접 강의하는 하루 세미나를 들었다. 정말 열정적으로 쉽고 자세하게 끌어주셨다. 네이버 카페 "인문학당 상우"에 가끔 뜨는 세미나 공고를 보고 참여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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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다시, 책으로

Reader, Come Home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어크로스 펴냄

 

"친애하는 독자께"로 시작하는 존댓말 서간체의 느낌이 좋았다. 상냥한 9통의 편지를 읽고 나면 책이 끝난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로 인해 깊이 읽기 경험을 상실하고 있는 인류에게 진심을 담아 호소한다. "독서가들이여, 다시 책으로 돌아 오세요."

 

한 사회의 좋은 독자들은 구성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카나리아이자 인간성의 수호자입니다. ... 읽는 삶은 정보를 지식으로, 지식을 지혜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 우리가 지닌 최고의 지적 능력과 공감 능력을, 덕성을 위한 능력과 결합하는 것 ... 이런 능력들이 위험에 처하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집니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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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

Reductionism in Art and Brain Science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읽는 중이다.
『판단력 비판』은 미학, 그러니까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다. 칸트는 아름다움이라는 판단이 보편성을 갖는지 묻는다. "누군가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 판단은 필연일까?", 다시 말해 "그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도 요구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을 통해 칸트의 질문을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제목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에서 언급되는 환원주의는 전체를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방식이다. 과학에서 성공한 방식이다.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더 이상 사물의 구체적인 묘사로는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 미술가들은 이 환원주의를 받아들여 추상화 분야를 개척한다. 추상 미술가들은 전체 이미지를 해체한 뒤 극도로 단순화시킨 핵심만 전달하려 했다. 작가가 해체한 이미지를 접한 감상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동원해서 해석을 창조한다.

추상화의 감상자가 스스로 해석을 창조한다는 의견은 뇌과학적으로 볼 때 타당하다.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인식할 때 뇌에서는 2가지 처리가 일어난다. 하나는 시신경을 통해 지각된 대상과 배경을 인식하는 상향처리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를 동원해서 그 맥락을 이해하는 하향처리이다. 추상화의 해체된 이미지를 접한 감상자는 상향처리로는 아무런 인식도 얻을 수 없다. 하향처리를 통해 해석할 뿐이다. 그리고 감상자는 해석을 창조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된다.

이 책 덕분에 지금껏 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추상화를 즐겨볼 생각을 하게 됐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생각과 형상을 단순화함으로써 우리는 흡족한 마음의 평화를 향해 더 다가간다. 기쁨을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 앙리 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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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

리만 가설

 

존 더비셔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펴냄

 

수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소수(Prime Number)에 대한 연구는 정수론에 해당한다. 리만(1826~1866)은 여기에 해석학(미분,적분을 연구하는 분야)을 도입했다. 그 결과 해석적 정수론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다.

리만은 직관적인 수학자였다. 그의 수학 강의는 인기가 없었는데, 그에게는 중간 단계 증명들이 자명해 보여서 설명 없이 넘어가곤 했기 때문이다. 리만은 1859년 젊은 나이에 베를린 학술원의 회원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누린다. 이때 '주어진 수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에 관한 연구 On the Number of Prime Numbers Less Than a Given Quantity' 논문을 제출한다.

이 한 편의 논문은 수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소수(Prime Number)는 양자역학과 관련있다. 양자역학은 물질과 에너지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얘기한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와 소수는 닮았다. 소수는 소숫점으로 쪼개지지 않고,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숫자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에서 어떤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우연히 만났을 때, 그들은 리만 가설의 공식이 서로의 공통 관심사였음을 발견한다.

1972년 봄, 정수론을 공부하던 박사 과정 학생과 한 물리학자가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젊은 학생은... 휴 몽고메리였고 물리학자는... 프리먼 다이슨이었다... 그날까지 다이슨과 나(몽고메리)는 단 한 차례의 대화와 한 장의 메모지를 주고받았을 뿐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주고받은 정보는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잘 만든 수학책이다. 자잘한 내용은 '그냥 나를 믿어달라'며 감추고 놓치면 안 되는 내용은 그림과 함께 설명하여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취된 수학적 발견 사이에 줄거리를 부여하여 그 맥락을 이해하게 한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몇 번이고 더 읽을 생각이다. 승산의 책은 믿을 수 있다.

 

번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훌륭했다 (번역 별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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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21. 12. 30. 14:21

2021년에는 42권의 책을 읽었다. 계획했던 모든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었다. 내년에는 칸트 3부작의 마지막 『판단력 비판』을 읽을 참이다. 시간이 많이 들 것이라 올해처럼 다양하게 읽지 못할 것이다. 벌써부터 아쉽다. 하지만 설렌다. 

 

철학 분야

주역, 인간의 법칙

기쁘게도 주역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수학 분야

수의 황홀한 역사

수數 개념의 본질은 대응(짝짓기)과 배열(순서짓기).

 

과학 분야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자연과 인간의 격렬한 대화.

 

사회/경제 분야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뜻밖의 곳에서 만난 소득주도성장의 가능성.

 

문학 분야

우주로부터의 귀환

삶을 결정짓는 건 우주비행사라는 직업이 아니라 태도.

 

역사 분야

추사 김정희

귀한 글씨와 그림과 인생을 만났다.

 

심리/인지과학 분야

사랑의 기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정말로.

 

실용 분야

요점만 말하는 책

그동안 용케 요점도 없이 살았구나.

 

모두 좋은 책이었지만 굳이 한 권을 꼽자면 『요점만 말하는 책』이 좋았다. 만만해 보이는 얇은 실용서지만 크게 배웠다.

리스트에 없지만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났다.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조국의 시간』, 『배움의 발견』 등,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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