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

Reductionism in Art and Brain Science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읽는 중이다.
『판단력 비판』은 미학, 그러니까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다. 칸트는 아름다움이라는 판단이 보편성을 갖는지 묻는다. "누군가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 판단은 필연일까?", 다시 말해 "그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도 요구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을 통해 칸트의 질문을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제목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에서 언급되는 환원주의는 전체를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방식이다. 과학에서 성공한 방식이다.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더 이상 사물의 구체적인 묘사로는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 미술가들은 이 환원주의를 받아들여 추상화 분야를 개척한다. 추상 미술가들은 전체 이미지를 해체한 뒤 극도로 단순화시킨 핵심만 전달하려 했다. 작가가 해체한 이미지를 접한 감상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동원해서 해석을 창조한다.

추상화의 감상자가 스스로 해석을 창조한다는 의견은 뇌과학적으로 볼 때 타당하다.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인식할 때 뇌에서는 2가지 처리가 일어난다. 하나는 시신경을 통해 지각된 대상과 배경을 인식하는 상향처리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를 동원해서 그 맥락을 이해하는 하향처리이다. 추상화의 해체된 이미지를 접한 감상자는 상향처리로는 아무런 인식도 얻을 수 없다. 하향처리를 통해 해석할 뿐이다. 그리고 감상자는 해석을 창조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된다.

이 책 덕분에 지금껏 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추상화를 즐겨볼 생각을 하게 됐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3.5 ★★★☆).

 

생각과 형상을 단순화함으로써 우리는 흡족한 마음의 평화를 향해 더 다가간다. 기쁨을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 앙리 마티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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