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징비록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서해문집 펴냄


임진왜란 당시 피난에만 급급했던 임금을 대신해서 조선의 행정을 책임졌던 유성룡이 남긴 기록이다. 참혹한 전쟁을 기록으로 남긴 건 후세에게 교훈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군대가 강을 건너기 위해 급하게 다리를 만들었던 소소한 경험도 <후에 갑자기 도움이 될까 보아서> 기록으로 남겼다.


전쟁 초반 왜의 침공 기세는 글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왜는 1592년 4월 13일 침공해서 20일도 되지 않아 한양을 함락했고, 2달도 되지 않아 평양을 함락했다. 국토는 쑥밭이 되었고, 백성은 열에 아홉이 죽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기록이 비중있게 다뤄진다. 평양에서 왜가 주춤했던 것도 이순신 장군이 바다에서 크게 한번 이긴 때문이었고, 임진왜란이 종결된 것도 이순신 장군이 치른 마지막 전투와 함께였다. 이순신 장군의 영구행렬 길가에서 백성들이 울부짖던 모습도 기록되어 있다.


서해문집의 책은 정갈하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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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13년 1월부터 12월까지 유럽 문화계 인사들의 생활을 점묘하듯 나열한다.


당시 화가지망생이었던 히틀러는 그림을 그려 생활을 영위한다. 스탈린은 러시아에서 쫓겨나 도피 중이다. 카프카는 1년 내내 청혼 여부를 고민한다. 프로이트와 융은 극심한 의견 대립을 겪는다. 몇 년 전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던 모나리자가 1913년의 마지막 달에 마침내 발견된다. 세계 경제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 1913년 제기된다. 하지만 다음해인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흠 잡을 데 없는 번역이었다 (변역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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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시경

 

김학주 편역

명문당 펴냄

 

삼천년 전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을까?

시경은 삼천년 전 사람들의 연애시와 서사시를 담고 있다.

 

삼천년 전의 연애 감정은 지금과도 통했다. 충분히 애절했고 충분히 감미로왔다.

 

삼천년 전의 서사시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노래했다. 국력이 융성할 때가 있으면 쇠망할 때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래 속의 지도자들이었다. 삼천년전 서사시 속의 지도자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자세를 보였다. 어찌 보면 염치를 모르는 지금의 지도자들 보다 나았다.

 

번역의 경우, 시의 맥락은 충분히 전달했지만 시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그래도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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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본을 찾아서 1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 강인황, 허형주, 이정 옮김

이산 펴냄

 

1권과 2권으로 구성된 일본 역사서다.

그중 1권을 읽었는데, 1권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메이지 유신(1868년)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네덜란드계 미국인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은 조선과 상당히 다른 역사를 걷는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친명사대의 완고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다 2번의 호란을 더 겪지만, 일본은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내란이 완전 종식되는 평화시기를 맞는다.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부터 약탈해온 선진 유학 서적을 탐구하고, 18세기부터 네덜란드로부터 도입하는 서양 문명을 '난학'이란 이름으로 탐구하면서 문화적 르네상스를 이룬다. 문자가 널리 보급되고 출판이 대중화되면서 지식인 세력이 성장한다. 일본은 막부 시대까지는 지방 국가들의 느슨한 연합체였지만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중앙집권화된 국민 국가가 된다.

 

일본의 역사를 통해 조선 후기의 역사를 새롭게 조감해볼 수 있었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라 읽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언젠가 2권도 마저 보리라 결심했다. 일본의 역사가 우리나라 역사를 이해하는데 무척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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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고대사

민족과 국가의 경계 너머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


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역사가의 주관이 배제된 역사책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고대사를 빌어 이명박 시대(현재)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경도되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책의 관점과 사료적 사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나 원래부터 '책'을 만들려고 기획된 것이 아니라 신문 컬럼 등에 연재된 내용을 묶어서 펴낸 것 같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로 집약되는 집중력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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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이주한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조선시대부터 이땅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는데, 이책에는 사료적 내용이 없다. 저자와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으나 이덕일이란 사람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전부다. 역사서를 기대하고 책을 골랐으나 내용 없는 말싸움 뿐이었다. 가치 없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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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테이블에서도 나의 품격을 높여주는

미식가의 도서관


강지영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 적당한 화제를 찾지 못해 어색한 적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어볼만하다. 식사하면서 화제로 꺼내기에 적당한 여러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커피와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커피에 대해 했다는 "큰 위기가 올 때마다 우리 심장이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한 잔의 커피인 것 같다"는 이야기와 맥주 전문가 마이클잭슨이 했다는 "맥주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여부가 의심스럽기는 한데, 뭐 사실이 아니어도 재미있으면 그만인 경우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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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 (1)

지식의 의지


미셸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나남 펴냄


기대 많이 하고 시작한 책인데, 번역에 절망하고 읽기를 포기한다.

최악의 번역이었다. 번역자 자신도 자기가 무슨 글을 썼는지 이해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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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1, 규수

빛은 한반도로부터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일본의 고대 문화는 한반도 도래인이 이룩한 문화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의 고대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도 한국의 고대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반도를 경유해 중국문화가 전래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도 일본도 역사에 대해 객관적이고 여유있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고대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게 엮여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책은 일본 최남단 규수 지역의 문화유산 답사기이다.

고대 한반도 도래인의 흔적과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흔적을 주로 이야기한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일본의 도자기 문화가 세계적으로 그렇게 유명했는지 몰랐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이룩한 일본의 도자기 문화는 근대 대항해시대 때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에 수출되면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문화를 꽃피우는 주체는 제작자의 몫보다 문화를 향유하고 평가하는 소비자의 몫이 더 크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다.


저자는 일본 역사가 전공이 아님을, 그래서 이야기에 깊이가 없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역사에 대해 철저하게 무식한 나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인자한 할아버지로부터 편안하게 이야기 듣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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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펴냄


재치 넘치는 유쾌한 문장으로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설명한다. 양자역학에서 부터 진화학까지 서로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주제들을 일관된 문체로 설명하는 저자의 솜씨가 감동스러웠다. 번역도 무난했다 (번역 별4 ★★★★).


인간이 멸종시킨 생명들을 소개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인간이 존재해야할 당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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