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창비 펴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저자의 유럽 미술 작품 순례기다. 식민지 피지배 민족의 일원이었던 저자가 지배민족의 땅에서 순탄하게 자랐을리가 없다. 이런저런 아픔이 절정에 다달은 저자는 30대에 이르러 부모님을 모두 여윈 직후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만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과 슬픔에 관한 글이 많다. 아픈 글도 좋은 경우가 있다. 내겐 이 책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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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규모의 연구가 있었다. 명문 하버드대생 그룹, 비범한 지능의 여성 그룹, 그리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남성 그룹, 이렇게 3 그룹의 일생을 면담한 연구였다. 연구를 수행했던 사람도 연구의 대상이 됐던 사람도 이미 많은 수가 고인이 됐다. 가능성 많던 젊은 시절부터 늙고 약해진 노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주기로 면담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고찰하는 연구였다.
알콜 중독자중에 행복한 삶을 누린 사람은 없었다. 저자는 불행한 삶 때문에 술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술에 의지하기 때문에 삶이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타인과의 교류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경우도 드물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회에 대한 참여가 있어야 행복을 넓힐 수 있었다. 행복해지려면 아이에게서도 배워야 했다. 사랑과 관용의 시선으로 후손을 대하고 사랑의 속성이 내리사랑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상적인 연구였지만 책 자체는 평범했다. 번역도 평범했다.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 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프런티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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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워킹푸어
NHK스페셜<워킹푸어> 취재팀 지음
김규태 옮김
열음사 펴냄

일 할 의지는 넘치지만 정말 일할 곳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노숙하는 젊은이들, 거품경제 붕괴의 여파를 도시보다 더 처절하게 겪고 있는 시골, 그리고 그런 시골에서 생활보장 대상자보다 못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 나이 들어서도 생계를 위해 끊임 없이 폐지나 빈깡통을 모아야 하는 노인들, 세계화 이후 물밀듯이 밀려오는 값싼 외국 제품 때문에 오랫동안 긍지를 갖고 해왔던 일거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중소기업인들, 가난한 현재의 삶때문에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가난을 대물림 받는 아이들... 이 책이 소개하는 풍경은 일본의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해져버린 풍경 아닌가?
책에서 소개된 "도대체 누가 행복한거죠?"라는 어느 소시민의 질문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성실한 노동이 댓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된 사회라는 책의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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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토시오 지음
레진 옮김
파란미디어 펴냄
 
일본의 오다쿠 왕이 짓고, 한국의 블로그 왕이 번역하고, 한국의 엽기 만화 왕이 삽화를 넣은 책이다. 악의 제왕이 되어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엽기발랄한 생각을 통해 꽤 건전한 결론을 내놓는다. 번역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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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EBS다큐

독후감 2010. 4. 18. 22:00

동양과 서양의 이런저런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다.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묶은 책이다. 책이 얇고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지 않아 쉽게 읽힌다. TV 다큐멘터리를 옮긴 책 답게 그림도 많다. 금방 읽을 수 있다.

동양의 언어는 '동사' 중심이고, 서양의 언어는 '명사' 중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양 언어에는 명사의 수(단수/복수, 가산/비가산)와 성(남성/여성/중성) 개념이 발달했다고 한다. 요즘 필요에 의해 영어를 공부하는데 단수/복수/가산/비가산을 가리는 것 때문에 무척 성가시다. 책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또, 서양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본다면 동양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본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부지런한 수행과 실천을 통해 경지에 이르도록 가르쳤고, 서양에서는 정확한 인식과 사유를 통해 경지에 이르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이밖에도 재미있는 실험과 설명들을 여럿 소개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기획 동기가 되었다는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생각의 지도'도 읽고 싶어졌다.

 

예담 펴냄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EBS <동과 서> 제작팀, 김명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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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오랫 동안 고민한 내용을 서술한 책이다. 힘 있는 주장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비교적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고 말았다. 읽는 내내 답답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한국사회의 부패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느꼈다. 책의 마지막 부근에 있던 "부패와 비리는 곰팡이와 같아서 햇볕 아래 드러나는 순간 사라진다"라는 문장에 희망을 걸어본다. 사회가 깨끗해져야 나같이 힘 없는 사람이 편히 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변호사 김용철 씀
(주)사회평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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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런 정치인 없었고 없을 것이라는 그리움... 뭐 그런게 파도친다. 남들은 봉화 몇번씩 찾아가 얼굴이라도 봤다던데, 난 아이 데리고 한번 가보리라 벼르기만 하다 말았다. 소시민 주제에 대통령을 어떻게 지켜준단 말인가? 다만, 신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꼬투리로 그를 험담할 때, 난 상대하기 귀찮은 마음에 방관했다. 그게 죄스럽다. 조리있게 말 한마디라도 던졌으면 그에 대한 악다구니가 좀 수그러졌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국민을 왕으로 생각했다.
본문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충성이 깊었기에, 선거구 조정과 연정을 제안했지만, 그것은 왕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기에, 왕에 대한 불충이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성하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왕은 국민을 이른다. 가진 것이라고는 알량한 선거권 밖에 없는 무지렁이 국민들을 왕이라 인정해주는 정치인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왜 우리는 그런 그를 그토록 모질게 대했을까?

책의 전반부는 미완의 회고록이다. 목차만 세워놓고 대부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목차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갖게한다. 그가 살아 책을 완성해주었다면 우리 사회에 큰 도움 됐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임기말을 앞두고 가진 몇차례 인터뷰에 대한 기록이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 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학고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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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장대하게 조감한다.
이 책의 주제는 '왜 유럽인이 현재를 지배하게 됐나?'이다. 아프리카인도, 아시아인도, 아메리카인도 아닌 유럽인이 근대 역사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책 제목대로 '총(무기체계), 균(감염체계), 쇠(철기문명)'의 차이에 대해 논리를 전개한다.

총, 균, 쇠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배경은 농사였다.
농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농작물들은 엄청난 품종 개량의 결과물들이다. 야생 딸기는 지금 딸기처럼 크지 않았다. 야생 옥수수도 지금 옥수수보다 월등하게 작았다. 인류는 품종개량을 통해 자랑할 만한 성취를 이룩했다. 그런데, 인류가 품종 개량을 위해 시도한 노력이란 게 무척 간단한 것이었다. 단지, 그해 수확한 열매 중에서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큰) 열매를 다시 심은 것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 단순한 시도를 몇 년간 반복함으로써 조그만 야생 딸기와 조그만 야생 옥수수를 커다랗게 만들 수 있었다.

우리도 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선거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을 가려 뽑아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도 없으면 차악을 뽑아야 한다. 그런 조그만 시도가 쌓여야 우리 사회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다. 서민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재량이란 게 알량하다. 정말 알량하게 선거권 하나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의 아들들, 딸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기권으로 또는 무효표로 더러운 정치권을 심판하겠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순진하고 우매한 오기다. (정치권이 겁을 먹겠는가? 그들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선거 참여율이 낮아야 돈으로 동원하는 조직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냉정하게 미래를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일이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출퇴근 길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무겁다. 역사와 인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완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번역도 매끄럽고 만족할 만하다.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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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부시 후보가 당선됐다.
가진 것 없는 미국 서민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세우는 민주당 후보를 버리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제시하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데자뷰가 느껴지지 않는가?

2007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가진 것 없는 한국 서민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세우는 다른 후보들을 버리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제시하는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왜 그랬을까?

이책의 저자는 이런 부조리를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한다. 저자는 공화당에 표를 던진 미국 서민들이, 결코 무식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정의로왔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정체성에 따라 양심껏 행동한 것이다. 다만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보수세력들이, 서민들이 보수적인 가치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하게 인지하게끔, 정교하게 화두를 다듬어 제시한 것뿐이다 (프레임 제시).

예를 들어 '세금구제'란 구호가 있었다. 미국의 보수세력은 대다수의 미국 서민들이 부자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끔 유도했다. 그들은 정당한 노력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살아있는 증거다. 그런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은 그들을 핍박하는 것이다. 정의로운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들을 구제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정의로운 서민들은 '세금구제'를 내세우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미국의 진보세력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면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세금을 줄이면 가난한 서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재정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들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설명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라는 사실을 장황한 데이터와 함께 설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소한(?) '이익'보다는 정의로운(?) '정체성'에 따라 표를 행사했다.
여기서도 데자뷰가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에겐 '세금폭탄'이란 화두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실시한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는 선명한 문구로 다듬어 선동했다. 세금폭탄이 대한민국 국민의 2%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며 98%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실은 아무 상관 없었다. 세금폭탄이 다른 OECD 선진국들의 부동산보유세에 비하면 딱총화약 정도의 위력밖에 안된다는 사실도 상관 없었다. 단지 노무현 정부가 '세금폭탄'이라는 폭정을 행사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노무현 정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후보가 누구든 상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용감하고도 단호하게 한나라당의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책은 윤리책도 아니고 철학책도 아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책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정치적인 의도를 효과적으로 설파할 수 있는 기법에 대해 고찰하는 책이다. 나는 지난 대선, 총선,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책을 읽었다. 세상을 보는 폭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2006년 4월 초판 1쇄 발행
도서출판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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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독후감 2008. 1. 25. 14:16

88만원 세대
우석훈 저, 박권일 공저

 

 

촌스런 표지, 촌스런 제목의 책이다. 베스트셀러다. 오랜 고민을 통해 축적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이해,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문제 인식의 틀, 구체적이면서도 공감가는 대안... 이책이 베스트셀러라는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써 자랑스럽다.

내용에는 대한민국 경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인 20대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다. 특히나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증가 이유, 그리고 사교육비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많이 와닿았다.

내 아이에게는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은데, 거대 시스템에 파묻힌 힘없는 개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게 안타깝다. 꽤 우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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