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런 정치인 없었고 없을 것이라는 그리움... 뭐 그런게 파도친다. 남들은 봉화 몇번씩 찾아가 얼굴이라도 봤다던데, 난 아이 데리고 한번 가보리라 벼르기만 하다 말았다. 소시민 주제에 대통령을 어떻게 지켜준단 말인가? 다만, 신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꼬투리로 그를 험담할 때, 난 상대하기 귀찮은 마음에 방관했다. 그게 죄스럽다. 조리있게 말 한마디라도 던졌으면 그에 대한 악다구니가 좀 수그러졌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국민을 왕으로 생각했다.
본문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충성이 깊었기에, 선거구 조정과 연정을 제안했지만, 그것은 왕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기에, 왕에 대한 불충이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성하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왕은 국민을 이른다. 가진 것이라고는 알량한 선거권 밖에 없는 무지렁이 국민들을 왕이라 인정해주는 정치인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왜 우리는 그런 그를 그토록 모질게 대했을까?

책의 전반부는 미완의 회고록이다. 목차만 세워놓고 대부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목차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갖게한다. 그가 살아 책을 완성해주었다면 우리 사회에 큰 도움 됐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임기말을 앞두고 가진 몇차례 인터뷰에 대한 기록이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 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학고재 펴냄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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