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장대하게 조감한다.
이 책의 주제는 '왜 유럽인이 현재를 지배하게 됐나?'이다. 아프리카인도, 아시아인도, 아메리카인도 아닌 유럽인이 근대 역사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책 제목대로 '총(무기체계), 균(감염체계), 쇠(철기문명)'의 차이에 대해 논리를 전개한다.
총, 균, 쇠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배경은 농사였다.
농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농작물들은 엄청난 품종 개량의 결과물들이다. 야생 딸기는 지금 딸기처럼 크지 않았다. 야생 옥수수도 지금 옥수수보다 월등하게 작았다. 인류는 품종개량을 통해 자랑할 만한 성취를 이룩했다. 그런데, 인류가 품종 개량을 위해 시도한 노력이란 게 무척 간단한 것이었다. 단지, 그해 수확한 열매 중에서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큰) 열매를 다시 심은 것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 단순한 시도를 몇 년간 반복함으로써 조그만 야생 딸기와 조그만 야생 옥수수를 커다랗게 만들 수 있었다.
우리도 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선거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을 가려 뽑아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도 없으면 차악을 뽑아야 한다. 그런 조그만 시도가 쌓여야 우리 사회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다. 서민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재량이란 게 알량하다. 정말 알량하게 선거권 하나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의 아들들, 딸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기권으로 또는 무효표로 더러운 정치권을 심판하겠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순진하고 우매한 오기다. (정치권이 겁을 먹겠는가? 그들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선거 참여율이 낮아야 돈으로 동원하는 조직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냉정하게 미래를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일이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출퇴근 길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무겁다. 역사와 인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완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번역도 매끄럽고 만족할 만하다.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