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로그 스케일에 대한 교양이 필요했다. 로그(log)에 관한 계산을 하자면 못할 것은 없는데, 이게 왜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개념이 궁금했다. '자음과 모음'의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시리즈 중에서 책을 골랐다. 딱 중학교 수준의 수학적 기반만 있으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표지도 어설프고 편집도 세련되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내용이 만족할만 했다. 좋은 시리즈다.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40번째
뉴턴이 들려주는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이야기
이지현 지음
(주)자음과 모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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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은 천재다.
천재답게 그는 진리에 몰두한다. 처음엔 물리학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으나, 운명은 그를 수학으로 인도한다.

수학자들 사이에는 두가지 상이한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수학 너머에 수학적 실체(불변의 진리)가 존재하며 인간은 선험적 이성을 통해 이 실체에 다가선다는 입장이다. 수학자들은 보통 어떤 원리나 증명을 생각해낼 때 이를 "만들었다"라고 말하지 않고 "발견했다"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런 입장에서 나온 표현이다.

다른 하나는 수학은 숫자와 기호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게임이며 어떤 불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수학 너머에는 '진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학은 진리에 대해 서술할만한 '꺼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입장의 대표자로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걸쳐 힐베르트가 이끈 형식주의(formalism) 그룹이 있다. 형식주의자들은 수학적 증명의 토대가 되는 공리계를 단순하고 엄밀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공리계란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하는 수학적 명제들의 집합이다. 공리계에서 인간의 직관을 걷어내면 수학에 관계된 모든 추측과 원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형식체계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형식주의자들은 수학을 단지 기계적인 논리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즉, 모든 수학적 증명은 공리계에 대한 정교한 기호적 변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다음과 같다.
제 1정리. 모든 형식체계에는 증명 불능의 식, 즉 그 자체는 물론 그 부정도 증명할 수 없는 식이 존재한다.
제 2정리. (따라서) 어떤 형식체계의 무모순성은 그 체계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다.

1930년 초반, 괴델은 이상의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발표했다. 이로 인해 모순 없는 객관적 형식체계를 만들려했던 힐베르트의 실험은 파산했다. 괴델은 완전하면서 모순 없는 기계적인 체계가 불가능함을 '증명 불능의 식'이 존재함을 증명함으로써 밝혀낸 것이다.

수학자들의 이야기에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책은 '불완전성 정리' 자체보다 괴델의 고독했던 삶을 매력적으로 서술한다. 이 책을 통해 괴델의 증명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저자의 잘못도 역자의 잘못도 아닌 나의 한계였던 것 같다. 증명에 관한 짧은 챕터를 건너 뛰고 평가하자면, 깔끔하게 잘 번역했다.

레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고종숙 옮김
도서출판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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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가스사 마사히토 지음
이수경 옮김
살림Math 출판

100년전 푸앵카레가 제시한 수수께끼와 그에 대한 수학자들의 도전을 그렸다.
일본 방송작가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책이다. 수학이 생소한 방송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 수학자의 어려운 설명을 조리 있게 잘 전달한다. 삽화와 컴퓨터 그래픽 같은 시각적인 설명들이 볼만하다. 재밌는 다큐멘터리 한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골몰하던 문제의 해법이 열리는 순간, 수학자가 느끼는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묘사했다. 더불어 평생 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하다 결국 풀지 못하는 수학자의 좌절도 처절하게 묘사했다.

최근 언어능력처럼 수학능력도 인간의 DNA에 새겨진 선천적인 능력일 것이라는 주장을 읽었다. 수학적 난제에 도전하는 이유도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 때문일지 모르겠다. 내가 그런 수학에 대한 독서를 열망하는 이유도 본능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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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주사위

독후감 2008. 4. 21. 09:49

일반인에게 통계학이란 학문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쓰여진, 수식이 전혀 없는 수학책이다.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통계학의 발달 과정을 인물 중심으로 소개한다.

책은 통계학 이전의 세계관과 통계학 이후의 세계관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통계학 이전의 세계관은 기계론적 세계관이다. 계측도구가 발달하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오차 없이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과학 공식이 발달하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오차 없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통계학 이후의 세계관은 확률론적 세계관이다. 계측도구가 아무리 발달해도 오차 없는 실험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됐고, 과학 공식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확률적인 분포일뿐 절대적인 예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수학이란 학문이 과학과 철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책에 등장하는 통계학의 영웅들은 순수하게 숫자만을 다루지 않았다. 그들은 과학분야에 수학적 이론을 적용하려 시도했던 과학자들이었다. 서문에서 과학자들이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이유에 대한 짤막한 언급이 나온다. 그 이유는 그 분야가 재미있어서라고 한다 (단지 재미 있어서일 뿐이라고 한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번득이는 두뇌를 가진 그들이, 단지 재미 때문에 한분야에 몰두하기로 결심하는 가치관과, 또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사회구조가, 지금 선진국들이 갖추고 있는 과학 문명의 뒷배경일 것이다. 오버일지 모르겠지만, 밥벌이를 기준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그리고 그래야 하는 우리나라 젊은 두뇌들의 현실이 안타까왔다.

이책은 짧은 챕터로 나뉘어 있고 각 챕터마다 한 인물의 생애와 통계학적 업적을 소개한다. 어지간한 소설보다 재미있다. 번역자 스스로 통계학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저자의 의도를 잘 전달해준다. 이정도의 번역서를 만난다는건 드문 행운이다.

데이비드 살스버그 지음
최정규 옮김
도서출판 뿌리와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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