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의 승리다. 책을 펼치면 항상 왼쪽엔 지도, 오른쪽엔 역사가 나온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한반도 일대에서 펼쳐진 우리민족의 역사를 한국사로 규정하고 시작한다. 페이지 구성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내용 구성도 깔끔하다.

부여,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의 5국이 무려 500 여년 동안 공존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가야가 성립한 서기 42년부터 부여가 멸망한 서기 494년까지...). 나라별 연도만 익혀서는 알 수 없는 직관이었다. 그리고 가야가 500 여년간 존재했으며 신라보다 강성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가야는 철의 나라였다. 생산하는 철의 품질이 좋아서 수출도 많이 했다고 한다. 현재에도 세계제일의 제철소가 우리나라에 있다. 피내림이다.

강성한 황제의 나라였던 고구려는 건국 초기에 많은 좌절을 겪었다. 주변 나라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시련을 많이 당했다. 중요한것은 시련에 대처하는 고구려인들의 기개였다.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시련을 극복했으며 마침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강성한 나라를 만들어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여자에게 남자와 동등한 지위를 보장해왔다. 여자들이 억압당한 역사는 반만년 역사중 3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여자들이 억압당한 것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건사해내지 못한 양반 계층이 반란을 막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윤리,도덕을 앞세워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부터였다. 항상 경직된 엄숙주의가 문제다.

권할만한 좋은 한국사 책이다.

지도로 보는 한국사
김용만, 김준수 지음
수막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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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만들어진 시기는 1790년대 후반이다. 미국 건국 즈음의 정황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건국의 주역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프랑스 대사로 프랑스에 머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철학자 볼테르를 만난다. 프리메이슨인 모짜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를 초연한 것은 1791년이었다. 1790년대 조선은 정조 임금 시대였다. 정조 임금은 1800년 승하한다. 이후 조선에서는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가 시작된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730만명 정도였고, 미국의 인구는 390만명 정도였다. 미국은 변방의 초라한 식민지였으나 당시의 최강국인 영국과 벌인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고 어엿한 독립 국가가 된다. 왕이 없는 나라, 미국의 독립은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혁명의 불씨가 된다. 영국과의 오랜 원한(?)으로 인해 미국의 독립을 지원했던 프랑스 왕은 혁명으로 인해 목이 잘렸다. 처형 당시 프랑스 왕은 무척 복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독립 전쟁으로 인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친자본, 친재벌적 정책을 집행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록펠러와 JP모건 같은 거대 자본가가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자본주의 국가로 성장한다. 미국은 유럽에서 박해받던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다. 진화론을 부정하고 금주법을 실행하는 종교적 정서가 처음부터 나라를 지배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1929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시작한 대공황, 메카시라는 상원의원이 깃발을 들고 대중이 동조한 반 공산주의 선풍, 국가정보 기구의 비합리적인 대외 공작과 이로인해 촉발된 9.11 참사 등 많은 사건들이 지나간다.

미국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읽는 내내 우리 나라 역사가 같은 맥락에서 겹쳐 보였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번역도 훌륭했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케네스 데이비스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펴냄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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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재밌어 한다.
하지만  역사 자체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다. 이책은 제목 그대로 역사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 책은 저자 E.H. 카가 1961년 모교인 캠브리지 대학에서 3달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역사>가 <역사가>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밝힌다. 과거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어떤 사건을 <역사적 사건>으로 선택할지는 역사가의 몫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가치관에 비추어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역사적 사건>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모아 역사를 기술한다. 역사적 사건을 선택하는 역사가의 가치관은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 종합하면 역사란 현재의 필요에 의해 현재의 관점에서 서술된 과거의 기록이다.

저자는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리를 전개한다.
그가 속한 영어권 사회에 대해 '이제 서방의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1960년대의 저술임을 생각하면 무척 파격적인 주장이다. 동시에 저자가 안타까와 하는 것은 서방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사회가 그런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 냉정이 평가하면서, 동시에 자기 사회에 필요한 문제의 핵심을 냉철히 지적하고 있다.

러셀의 책을 읽으며 말빨이 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책도 러셀의 문체와 비슷한데,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약간 시니컬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자기 주장을 한다. 영국 지성인들의 공통된 문체인가 보다. 두께도 얇고 번역도 깔끔하다.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홍신 문화사의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시리즈는 책표지가 깔끔하고 무게도 가볍고 본문에 여백도 많아 들고 다니며 메모하며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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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역사

독후감 2009. 9. 28. 22:54

까치글방 펴냄
버나드 루이스 지음
이희수 옮김

중동은 어릴적 TV만화로 재밌게 본 '신밧드의 모험'이 펼쳐진 무대다. 그리고 내 큰아버지께서 젊어서 일하신 곳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중동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그게 전부였다. 다소 야만적이고 호전적일 것이라는 느낌. 종교적으로 엄숙하고, 마초적인 정서가 지배적일 것이라는 선입견만 있었을 뿐이다.

중동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 위치한 지역이다. 그 어느 지역보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지금의 이라크 지역엔 바빌론이 있었고, 지금의 이란 지역에는 페르시아가 있었다. 그리고 두말할 필요 없는 이집트가 지금도 거기 있다. 중동은 모래사막뿐인 황량한 지역이 아니라 인류의 고대 문명을 간직한 풍요로운 지역이다. 중동에 대해 알고 싶었다. '중동의 역사'를 고른 이유다. '중동의 역사'는 중동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왕조의 역사 뿐 아니라 문명의 역사, 문화의 역사도 함께 다룬다. 한 사람의 저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고 풍부하게 설명한다.

중동은 이슬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슬람은 정복 전쟁을 통해 지금의 중동 지역뿐 아니라 동유럽, 북아프리카, 스페인에 이르는 방대한 제국을 세웠다. 당시, 피정복민들은 이슬람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슬람은 관용의 종교였다. 다른 종교의 존재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으로 개종할 경우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노예출신 황제와 노예출신 군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세금도 적었다. 당시 서민들로서는 이슬람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중동의 역사를 '중간의 역사'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대에서 펼쳐진 역사이고, 시기적으로 중세 시대에 최전성기를 누린 역사라는 의미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7세기 후반까지 강력한 세력을 자랑했던 이슬람은 근대에 이르러 몰락했다. 이책은 근대 이후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그들이 어떤 고난을 겪어 왔는지 설명한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며 이슬람 지역의 주요 국가인 터키를 형제의 나라로 인식하게 됐다. 터키도 이슬람의 일원으로서 아픔 많은 근대사를 겪었다. 여러모로 공유할 꺼리가 많은 나라다.

번역이 훌륭했다. 책 중간의 사진들도 만족스러웠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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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좋은 책 1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원제: Man's Worldly Goods)

지은이: 리오 휴버먼
옮긴이: 장상환
펴낸곳: 도서출판 책벌레
초판1쇄: 2000년 4월 15일
초판14쇄: 2008년 11월 20일


2009년 1월, 대한민국 검찰은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보통 시민 미네르바를 구속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 나라에서 넘치도록 보장됐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경제위기 상황이다.
불과 1달전에, 이제는 위기 상황이 끝났다며 위기극복을 선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절체 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며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총력을 다해 국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쇼를 하고 있다. 이렇게 오락가락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대통령이 했던 두 말 중 하나는 분명히 거짓일텐데, 일관되게 위기를 경고했던 보통 시민 미네르바는 구속됐지만, 오락가락 말을 바꿔온 대통령 이명박은 건재하다.
 
이책은 구속된 미네르바가 추천한 도서로 이름 높다.
중세이래로 자본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설명하고, 어떤 미래로 나갈 것인지 추론한다. 자본이 무엇인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경제적 개념뿐 아니라 상당히 고급스러운 역사적 개념도 얻을 수 있다. 설명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듯,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중세부터 1920년대 후반까지 경제와 관련된 역사를 서술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와 그 이후의 역사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요즘, 개인적으로 대공황기에 대한 정보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번역서의 제목이 원서의 제목보다 뛰어나다. 표지 디자인과 활자체의 느낌은 약간 고리타분한데, 문체가 무척 시원스럽고 흡인력 있다. 번역을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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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아메리카

독후감 2008. 12. 22. 06:52
1920년대(1921~1930)는 미국의 황금기였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세계 최강의 나라로 인정 받기 시작한 시기였으며, 포드 자동차 회사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시기였고, 재즈 음악이 유행한 시기였다. 금주법이 아무런 저항 없이 의회를 통과해서 국가적으로 음주를 금지했던 희한한 시기였다. 또 금주법 틈바구니 속에서 알카포네라는 전설적인 마피아가 밀주 거래로 힘을 키운 시기였다.

1920년대는 풍요롭고 극적인 시기였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뒤이어 주식 투자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무엇보다 극적인 것은 그 시기의 마지막이었다. 그것은 1929년 10월의 주식 대폭락이었고, 그에 뒤이은 10년동안의 대공황이었다. 극적이게도... 요즘, 대공황기 전후의 역사에 관심이 많이 간다. 그런 맥락에서 찾아 보게된 책이다.

이책의 놀라운 점은
이책이 1930년대 초반에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의 역사를 놀랍도록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재미 있다. 영화를 보듯 한시기의 역사를 다양한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 매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그 시기의 사진들도 재미를 더해준다. 번역의 질도 우수하다.

원더풀 아메리카
미 역사상 가장 특별했던 시대에 대한 비공식 기록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 지음/ 박진빈 옮김
도서출판 앨피
2006년 3월 25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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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장대하게 조감한다.
이 책의 주제는 '왜 유럽인이 현재를 지배하게 됐나?'이다. 아프리카인도, 아시아인도, 아메리카인도 아닌 유럽인이 근대 역사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책 제목대로 '총(무기체계), 균(감염체계), 쇠(철기문명)'의 차이에 대해 논리를 전개한다.

총, 균, 쇠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배경은 농사였다.
농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농작물들은 엄청난 품종 개량의 결과물들이다. 야생 딸기는 지금 딸기처럼 크지 않았다. 야생 옥수수도 지금 옥수수보다 월등하게 작았다. 인류는 품종개량을 통해 자랑할 만한 성취를 이룩했다. 그런데, 인류가 품종 개량을 위해 시도한 노력이란 게 무척 간단한 것이었다. 단지, 그해 수확한 열매 중에서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큰) 열매를 다시 심은 것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 단순한 시도를 몇 년간 반복함으로써 조그만 야생 딸기와 조그만 야생 옥수수를 커다랗게 만들 수 있었다.

우리도 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선거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을 가려 뽑아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도 없으면 차악을 뽑아야 한다. 그런 조그만 시도가 쌓여야 우리 사회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다. 서민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재량이란 게 알량하다. 정말 알량하게 선거권 하나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의 아들들, 딸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기권으로 또는 무효표로 더러운 정치권을 심판하겠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순진하고 우매한 오기다. (정치권이 겁을 먹겠는가? 그들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선거 참여율이 낮아야 돈으로 동원하는 조직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냉정하게 미래를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일이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출퇴근 길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무겁다. 역사와 인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완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번역도 매끄럽고 만족할 만하다.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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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한국사

독후감 2008. 7. 18. 05:59

질문하는 한국사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능동적 역사 읽기

내일을 여는 역사 재단 역음
서해문집 펴냄


고려는 왜 원의 부마국이 되었을까? 세종은 왜 한글을 만들었을까? 주민등록증은 왜 만들어졌을까? 친일파, 민족반역자 처단은 왜 좌절됐을까? ...

평소에 궁금해하던 질문에 답을 주는 역사책이다.
우리 역사는 한이 많은 역사다. 신나게 읽을 수 없고 무던하게 참고 읽어야 하는 역사다. 파란만장하게, 알롤달록하게 수천년 이어온 피곤한 역사다. 언제나 지배층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고, 민초들은 피곤한 삶을 뒹굴었다. 지금이나 수천, 수백년전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나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그닥 변한 것 같지 않다. 이 책도 한스러운 마음을 삭혀가며 천천히 읽어야했다. 특히 친일파 매국노들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열렬한 반공주의자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을 이어나간 역사는, 무척 힘들었지만, 또박또박 참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흥미진진한 질문을 흥미진진한 설명으로 풀었다. 재밌는 역사책이다. 이제 서해문집에서 내는 책에는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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