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배신

화이트칼라의 꿈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이 책의 원제는 "Bait and Switch (유인상술)"이다. 원제가 책의 내용을 좀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르포 기자인 저자가 화이트칼라 실직자 입장이 되어 취업 컨설팅 전문가,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 취업 알선 모임, 취업 박람회 등을 통해 구직활동을 펼치면서 느낀점을 기록한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중산층의 표본이던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과 문제의 원인을 이야기한다.

미국 기업의 CEO는 구조조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제거했는가로 얼마나 훌륭한 CEO인지를 평가 받는다. 이런 상황임에도 미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하에 기업에 대한 세금과 규제를 완화하며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사회보장을 축소하고 있다. 모순이다.

근면하게 규율대로 일했음에도 원치 않게 실직 당한 미국의 화이트칼라들은 불행의 원인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미국 사회의 시스템에 있다. 이제 미국의 화이트칼라들은 (특히 화이트칼라 실직자들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의료보험 확대 같은 이슈를 용기 있게 주장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낱말만 제거하면 정확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다. 미국과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닮아 있다.


"노동의 배신", "긍정의 배신" 같은 일련의 배신 시리즈의 강렬한 제목과 좋은 서평 때문에 무척 기대했던 책인데 기대보다 미흡했다. 작가의 위트 있는 표현이 재밌었지만 작가 주변의 이야기만 좁게 서술됐다. 번역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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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대가

독후감 2013. 12. 2. 17:44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이 심화된 미국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미국은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나라였다. 누구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2013년)의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레이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를 거치면서 미국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감세하고,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취약층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였다. 그렇게 부유층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는 동안 1980년대 재정흑자를 고민하던 강건한 나라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는 병약한 나라가 되었다.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지금의 미국 젊은이들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학교를 졸업하지만 학자금 대출로 인해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다. 운 좋게 일자리를 얻더라도 충분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젊은이들과 함께 사는 미국의 50대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안정적이 않을 뿐아니라 국가로부터도 자녀로부터도 노후를 보장 받지 못하리라는 우울한 사실 때문에 절망한다.


저자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려면 1%의 부유층을 지원할 게 아니라 99%의 취약층을 지원해서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처방한다. 사회의 불평등을 타개하고 공정성과 기회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던졌다. 그 결과 미국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우리도 똑같이 겪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정성을 회복하고 기회의 평등을 회복하라는 미국사회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우리 사회에도 적절한 처방이 될 것 같다.


본문만 46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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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국사

독후감 2013. 10. 20. 10:53

조선왕조 실록에서 챙기지 못한

뜻밖의 한국사


김경훈 지음

오늘의책 펴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펼쳐진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태로 소개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건너온 고구마가 300년동안의 노력 끝에 1900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경작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통일신라 시대 경주가 약 18만호 세대가 거주하며 금으로 장식한 집이 즐비할만큼 부유했다는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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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의미론

자기란 무엇인가


타다 토미오 지음

황상익 옮김

한울과학문고 펴냄


외부로부터 침입한 병균(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치료하는 체계를 면역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해서 '비자기'를 없애는 것이 면역이다. 그런데 '자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자기'와 '비자기'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규명하는 것이 현대 면역학의 난제라고 한다.

요즘 부쩍 나의 정체성('자기'에 대한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과학이라는 의외의 분야에서 나의 고민과 맞닿는 질문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독서를 통해 멋진 질문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그 답을 얻지 못해도 그렇다.

작고 얇은 책이다. 의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 같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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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술관 산책


전원경 지음

시공사 펴냄


런던에 소재한 여러 미술관과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저자가 추천하는 <코톨드 갤러리>에 가보고 싶어졌다. 한적하지만 고호, 고갱, 드가, 르누아르, 마네,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보석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좋았던 그림들을 책에 소개된 순서대로 나열해본다.


<마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드가, 무대 위의 두 바레리나>


<로세티, 수태고지>


<사전트 -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휘슬러 - 회색과 녹색의 조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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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우리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가? 거래의 자유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하려면 근거가 정당해야 한다. 저자는 돈을 매개로 한 거래가 정당하려면 2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거래가 진실로 공정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생존 때문에 자신의 장기를 내다 팔아야 한다면 그것은 절대 자유 의지에 의한 거래가 아니다. 공정을 가장했을 뿐 강요에 의한 불공정한 거래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거래로 인해 거래 대상의 가치가 부패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이다.

뇌물이 불미스러운 이유는 뇌물이 유리한 판결이나 정치적 영향력 등 거래돼서는 안되는 대상을 거래하기 때문이다. 섹스, 출산, 육아, 교육, 판결 등은 거래의 대상이 되는 순간 본질적 가치가 부패한다.


오늘 내가 사는 사회는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사회다.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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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독후감 2013. 8. 10. 08:53

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근대는 규제 사회였다. 현대는 성과 사회다.

근대의 정신 질환은 부정적 규제(하지말라는 규제)에 의해 억압된 무의식에서 기인했다. 반면 현대의 정신 질환은 긍정의 과잉(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 속에서 멋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개인의 우울에서 기인한다.

현대 사회는 단절된 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피로에 매몰된 사회라는 저자의 진단에 공감한다.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모자랐다. 하지만 날카로운 문제 제기만으로도 가치 있었다.

저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철학자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인 저자를 두었음에도 독어를 번역한 번역서다. 번역은 평범한 수준이었으나 이해를 방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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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독후감 2013. 8. 10. 08:53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사계절 펴냄


<진지함>, <고민>, <청춘>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는 취지의 수필 모음이다. 짧은 글들이 여럿 모여 있다. 글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은 적다. 고민의 가치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으나 고민을 해소하는 답을 얻기에는 분량이 너무 작았다. 책의 제목을 보고 기대한 바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번역은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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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서론>까지의 독후감...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 백종현 번역본은 필요한 경우 <순수이성비판>의 1판(A판)과 2판(B판)을 모두 표시해서 판본에 따른 변화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머릿말>과 <서론>이 그런 경우인데, A판과 B판이 모두 실려 있어 칸트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 내용을 비교하며 독서할 수 있다.

 

칸트는 <서론>을 통해 <순수이성비판>의 체계를 조감하고 <순수이성비판>이 필요한 이유을 제시한다. 인간의 이성은 경험의 세계를 벗어나 <영혼>, <우주>, <신>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칸트는 이성을 사용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하기 전에, 이성에게 그럴만한 능력(자격)이 있는지 비판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이성을 <순수이성>이라고 정의한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통해서 추구하려 한 것은 <순수이성>에게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순수이성의 종합이 가능한지), 그래서 <형이상학>이라는 학문 체계가 가능한 것인지를 비판하는 것이다.

 

서론에서 칸트는 <인과관계>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순수이성의 종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한다.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은 종합적 인식이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인식의 확장(종합 판단) 없이는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과관계>는 선험적 인식(경험이 배제된 순수한 인식)이다. 우리는 <인과관계>를 필연적인 것이라고 느끼는데, 필연성과 보편성은 선험적 인식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서론>을 읽었다. 진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읽고 있다. 역자의 충실한 번역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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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출판사 펴냄


저자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책이라는 느낌보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수필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지식인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의 5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각 키워드마다 하나의 챕터를 할당해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부담 없는 역사 이야기였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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