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배신
화이트칼라의 꿈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이 책의 원제는 "Bait and Switch (유인상술)"이다. 원제가 책의 내용을 좀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르포 기자인 저자가 화이트칼라 실직자 입장이 되어 취업 컨설팅 전문가,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 취업 알선 모임, 취업 박람회 등을 통해 구직활동을 펼치면서 느낀점을 기록한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중산층의 표본이던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과 문제의 원인을 이야기한다.
미국 기업의 CEO는 구조조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제거했는가로 얼마나 훌륭한 CEO인지를 평가 받는다. 이런 상황임에도 미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하에 기업에 대한 세금과 규제를 완화하며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사회보장을 축소하고 있다. 모순이다.
근면하게 규율대로 일했음에도 원치 않게 실직 당한 미국의 화이트칼라들은 불행의 원인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미국 사회의 시스템에 있다. 이제 미국의 화이트칼라들은 (특히 화이트칼라 실직자들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의료보험 확대 같은 이슈를 용기 있게 주장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낱말만 제거하면 정확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다. 미국과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닮아 있다.
"노동의 배신", "긍정의 배신" 같은 일련의 배신 시리즈의 강렬한 제목과 좋은 서평 때문에 무척 기대했던 책인데 기대보다 미흡했다. 작가의 위트 있는 표현이 재밌었지만 작가 주변의 이야기만 좁게 서술됐다. 번역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