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철학, 종교의 만남

무한의 신비


애머 악첼 지음
신현용, 승영조 옮김
승산 펴냄



2016.4.17.

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가무한(potential infinity) 개념을 사용해왔다. 바로 '극한'이다. 예를 들어 케플러(1571~1630)는 타원의 넓이를 아주 많은 '무한소'의 삼각형으로 나누어 넓이를 계산했다. 삼각형의 수를 무한으로 증가시킬 때 전체 넓이의 극한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계산해서 타원의 넓이를 알아냈다.

칸토어(1845~1918) 이전까지, 실무한(actual infinity)은 수학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었다.
칸토어는 용감하게도 실무한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연구했다. 그는 무한에도 등급 차이가 있음을 인지했다. 그는 무한집합의 농도 차이를 다루는 '연속체 가설'을 증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훗날 괴델(1906~1978)이 칸토어의 노력은 증명 불가능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었음을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증명한다. 칸토어가 정립한 무한론과 집합론은 수학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책에서 설명하는 '연속체 가설'은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다르게 무한의 농도가 불연속적임을 가정한다. 무언가 물리학 분야의 양자론이 연상되는 대목이 있어서 흥미로왔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2018.9.1.

나는 파이값(3.141592...) 같은 수에서 무한히 계속되는 "...(쩜쩜쩜)"을 볼 때마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무엇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번 독서에서 "...(쩜쩜쩜)"은 수직선 상에 "고정된" 좌표임을 새롭게 인식했다.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외계인의 인식체계가 그런 것 아니었을까?

"칸토어가 들려주는 무한 이야기", 그리고 "로지코믹스"와 함께 보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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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무라카미 하루키(1949~) 지음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 펴냄


하루키는 소설가이자 러너(runner)다. 일년에 한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 벌써 25번을 완주했고, 매일 10킬로씩 뛰며 다음 마라톤을 준비한다. 그의 자존심은 마라톤 코스를 끝까지 걷지 않고 뛰는 것이다. 소설가인 그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는지, 달리기를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한다. 독특하면서도 일반적인(공감할 수 있는) 인생 이야기였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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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1958~)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펴냄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와 그 인근에 있는 고아원 '환광원'의 인물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아름다운 기적의 주인공이 된다. 독서를 마칠 때 코끝이 찡해졌다. 좋다, 이런 착한 이야기.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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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1967~)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펴냄


"테드 창"의 SF 단편 8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지은이 "테드 창"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매뉴얼을 쓰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엔지니어의 글 다운 치밀함이 있다. 모든 이야기가 일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작가가 부여하는 논리적 개연성 때문에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만약 주어진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미리 알게 된다면 그래도 우리는 그 인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갈까? 지은이는 전혀 다른 인식 체계를 가진 외계인과의 조우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이야기는 충분한 설득력을 담고 있어서 글을 읽고나면 예정된 이별을 아는 사랑도 담담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된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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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1978~) 지음
민음사 펴냄


남자인 나로서는 알기 힘든 세상 다른 반쪽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더딜지라도 대한민국 사회는 결국 옳은 방향으로 변해가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에 사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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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의 의무론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키케로(BC106~BC43) 지음
허승일 옮김
서광사 펴냄


키케로는 기원전 50년경의 로마 정치인이다. 그는 황제가 되려는 카이사르에 맞서 공화정을 수호하려했다. 그러다 결국 카이사르의 후예들에게 죽음을 당했다. 이 책은 키케로가 죽기 얼마 전에 그리스에서 유학하고 있던 아들에게 전한 편지다. 그는 편지를 통해 윤리학에 대해, 즉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친다.

윤리학에 대한 고민('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왜 살아야 하는가?')과 맞닿아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 독서모임을 통한 토론 덕분이었다. 개인적인 독서에서 그쳤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라틴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다고 하는데, 그닥 좋지 않았다. 읽을만은 했다 (번역 별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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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1956~)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1.1.15.
당연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나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음을 잊곤한다. 지금 사는 내 주위의 모두가, 모든 사람과 생명이, 다소 늦거나 빠르기는 하겠지만 언젠가 함께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주변의 모두에게 악하게 굴 수 없다. 조금 비약하자면 모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공유하는 전우다.

이 책은 사람이 태어나서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쳐 죽을 때까지의 변화를 저자와 저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풀어낸다. 그리고 각 시기를 바라보는 유명인들의 통찰이 담긴 한마디를 빼곡하게 소개한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유쾌한 글이다. 책을 읽으면, 인생을 한번 살고 죽은 느낌이 든다.

2018.5.27.
위로가 된 구절을 발췌한다.

아버지는 으쓱하더니 말했다.
죽는 건 쉽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그건 하잖니. 사는 게 재주지.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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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 지음
강승영 옮김


10년전,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처음 읽었다.
저자 소로우는 특이한 인물이다. 1845년 28세의 나이로 미국 매사추세츠 "월든" 호숫가의 외딴곳에 맨손으로 집을 짓고 홀로 생활한다. "월든"은 그때의 1년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월든 호수의 4계절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저자의 생각이 아니라 느낌을 전한다.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랑은 잘 맞지 않았다. 28세 청년이 삶에 대해 달관한 듯 전하는 이야기가 어색했다. 그래도 10년 전 첫 느낌보다는 좋았다. 10년쯤 지나 다시 읽으면 또 다를 것 같다.
번역이 뭔가 아쉬웠다 (번역 별3 ★★★). 읽을만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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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이야기

서정오 글
현암사 펴냄


우리 옛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들을 백과사전처럼 소개한다.

인정 많고 흥 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짤막짤막하게 이어진다. 건국신, 천상신, 저승신, 이승신, 군신, 집지킴이신, 열두띠신들을 소개한다. 백과사전처럼 읽다보면 뭔가 거대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책의 부제가 '문화원형 창작소재 활용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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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북스피어 펴냄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들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다.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에 기반한 소설이다.

거짓말 1.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 작전'은 거짓말이었다. 언론은 사고 당시 500 여명의 잠수부들이 구조활동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현장에 있던 인원은 25 명 남짓이었다.

거짓말 2.
'에어포켓'은 거짓말이었다. 온 국민이 실종자들의 생존을 바라며 마음을 졸이던 그 시간,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의 목적은 구조가 아니라 수습이었다. 처음부터...

거짓말 3.
'국가의 책임'은 거짓말이었다. 잠수 수칙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활동한 댓가로 민간 잠수사들 대부분이 잠수병을 얻었다. 그 때문에 생업을 잃었음에도 국가는 최소한의 치료비 지원도 중단했다.

실종된 학생들 때문에, 고생한 잠수사들 때문에 독서하는 내내 울었다.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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