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레이

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

 

민태기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인류사의 슈퍼스타들이 모두 등장해서 서로의 관계를 밝힌다.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괴테, 실러, 빅토르 위고, 라이프니츠, 베르누이, 오일러,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 제임스 와트, 에디슨, 헨리 포드, 칸트, 볼테르, 루소, 애덤 스미스, 케네, 어핑 피셔, 프랭클린,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등 수많은 스타들이 나와 자신의 역사와 과학의 역사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과학과 삶이 긴밀히 엮여 있다는 걸 실감했다.

 

역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 있다. 바라는 대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유연함이 국가 발전의 열쇠임을 확인했다.

(p36) 종교의 도그마에 갇혀 국력을 낭비한 스페인과 신성 로마 제국과 달리 철저히 실리를 챙긴 프랑스와 영국이 30년 전쟁 이후 유럽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한다.
(p482) 이러한 소모적인 이념논쟁은 한 국가의 발전을 수십 년 뒤처지게 했다.

 

과학과 역사를 통찰하는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저자와 출판사 모두 훌륭했다. 사이언스북스의 책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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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 EXPRESS

아톰 익스프레스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조진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펴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끄는 탐험대를 따라 다니면서 주기율표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해했다. 후반 볼츠만의 엔트로피 챕터 이후는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에 또 읽으면 된다. 조진호 작가는 위대하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사는 덕분에 『어메이징 그래비티』, 『게놈 익스프레스』, 『아톰 익스프레스』 같은 멋진 작품들을 연달아 즐긴다.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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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COSMOS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저자 칼 세이건은 따뜻한 사람이다. 그의 책을 읽고 내 마음도 따스해졌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으로 인한 피로가 전혀 없었다 (번역 별 4.5 ★★★★☆).

 

과학에 대한 신뢰

천문학을 주로 다루지만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의 거의 전 분야를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을 신뢰한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
(머리말. 책 3% 위치)

 

인간 존재의 보잘것없음

인간도 지구도 태양도 변두리 존재다. 보잘것없는 이유로 자행되는 인간 사이의 차별은 부질없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키는 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책 4% 위치)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은 위로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보편성으로 확장됐고 옆으로는 인종 차별 철폐로까지 이어졌다.
(7. 밤하늘의 등뼈. 책 50% 위치)

 

인간 존재의 소중함

인간은 보잘것없지만 동시에 소중한 존재다. 인간은 별의 자녀다.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9. 별들의 삶과 죽음. 책 60% 위치)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13.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책 91% 위치)

 

탐험은 인간의 본성

탐험은 인간의 본성이다. 지적 탐험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과학을 한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탐험과 발견이야말로 인류사를 특징지은 인간의 가장 뚜렷한 속성...
(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책 36% 위치)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 있다. 인류는 우주의 해안에서 충분히 긴 시간을 꾸물대며 꿈을 키워 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돛을 울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
(7. 밤하늘의 등뼈. 책 50% 위치)

 

천지불인(天地不仁)

코스모스는 우주는 자연은 인(仁)하지 않다. 코스모스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바라는 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우주는 자연과 생명의 어머니인 동시에 은하와 별과 문명을 멸망시키는 파괴자이다.
(10. 영원의 벼랑 끝. 책 65%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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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2025

인공지능의 출현부터 일상으로의 침투까지

우리와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한빛비즈 펴냄

 

인공지능 전반을 꿰뚫어 요약한다. 딥러닝과 LLM의 개요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넘치는 유튜브 쇼츠를 소비하느라 책 읽을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좋은 책 열심히 읽으며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모습이 대견했다. 이대로 가면 사람은 점점 더 우스운 존재가 될 것이고, 인공지능은 점점 더 현명한 존재가 될 것이다. "쓰레기를 읽으면 쓰레기가 된다"는 말이 있잖은가!

파이-3는 학습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대신 학습 데이터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과서와 같은 자료, 사물을 매우 잘 설명하는 양질의 문서를 구하고 만드는 데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그랬더니 파이-3가 이 정도의 매개변수를 가지고도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더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개발을 돈 많은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독점하는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카로왔다. 지금은 인류가 지혜를 모아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저자의 얘기에 공감했다.

... 현재의 AI는 자원을 너무 많이 씁니다. 챗GPT를 학습시키는 데 3.7조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라마3.1은 최신 GPU H100을 1만 6,000대나 돌렸습니다. 한 번에 몇천 가구분의 전기를 씁니다. ...
장기주의(Longtermism)는 460억 달러나 되는 자금을 갖고 있으며, 주로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정재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엘리트 대학과 실리콘밸리 외에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이데올로기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전세계의 거대 인공지능 개발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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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태도

평범한 사람 30명이 경제적 자유를 얻어낸 비밀 8가지

 

조너선 클레먼츠 지음
박덕근 번역
동양북스 펴냄

 

나는 '직장에서 얼마나 더 오래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시니어들은 '직장에서 얼마나 더 일찍 은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재무적으로 성공해서 조기 은퇴를 꿈꾼다는 것인데, 조건이 다르다 보니 공감하기 힘들었다.

50세가 되자 나는 얼마나 더 오랫동안 하루 종일 일하고 싶은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
(Story 2. 돈 공부를 늦게 시작할수록 나를 아껴라. 책 9% 위치)
나는 지금부터 6년 후, 55세가 되면 일하고 있는 화학 공장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Story 25. 누구나 투자 실수를 저지른다. 책 82% 위치)

 

충분히 벌었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감했다.

이미 '충분한' 돈이 있는데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태도는 돈을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돈 모으는 것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위험을 부른다.
(Story 12. 스스로 깨달아 부를 이루다. 책 40% 위치)
우리는 자신에게 돈이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지 묻고, 우리가 어린 시절 가졌던 돈에 관한 교훈과 감정을 살펴봐야 한다.
(Story 18.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책 60% 위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가족의 연 소득이 7만 5,000 달러를 넘기면 소득이 더 증가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도 동의한다. 많은 사람이 어느 시점에는 잭 보글이 "충분하다"라고 말한 상태를 이루게 된다.
(Story 24. 성공도 실패도 끝이 아니다. 책 79% 위치)

 

좋은 종목을 고르려 애쓰지 말고 지수추종 상품에 투자하는 간단한 전략을 권했다. 실험해 볼 생각이다.

인덱스 펀드는 투자의 가장 큰 위험성, 즉 시장 평균보다 낮은 수익을 낼 위험성을 없애준다.
(Story 1. 대단한 투자자가 아니라도 내 집은 사야... 책 7% 위치)
저비용 인덱스 펀드는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매력은 없었지만, 내 정신 건강에는 이로웠다.
(Story 30. 우리는 모든 투자 실수에서 배운다. 책 97% 위치)

 

그런데 대부분의 충고가 그렇듯 틀린 말은 없었지만 절실히 맞는 말도 없었다. 이야기의 밀도가 높지 않았다. 번역은 좋았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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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추월차선에 오르기 위한 진짜 주식 공부

좋은 주식 나쁜 주식

 

이남우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시가총액과 PER이 무엇인지 배웠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는 관찰이 재밌었다. 많은 자산이 부동산에 잠겨 순환되지 않는 상태보다는, 자산이 주식 시장에 모여 기업 주변에서 순환되는 상태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주가지수 5000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보유 종목의 펀더멘털과 리스크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인 것은 아닐지...
주거용 부동산 수익률과 주식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낮으므로 두 자산을 동시에 보유하면 리스크 축소가 가능하다.
최소한 3~5년을 내다보고 길게 투자한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업종과 기업을 피하길 권한다.
* 화려한 사옥을 짓는 기업
* 빚이 많은 기업
* 인구가 감소하는 내수시장에서 장사하는 기업
* 정부의 간섭을 받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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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Take The Hindmost
-- A History Of Financial Speculation

 

금융투기의 역사

계층 사다리를 잇는 부를 향한 로드맵

 

애드워드 챈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펴냄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투기는 끊임없이 반복됐다. 투기판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불섶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투기판에 뛰어들었다. 투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투기판에 뛰어든 사람들의 감정은 "벼락거지"의 불안함이었다. 사람들은 "전세 갭투기"하듯 빚을 내어 뛰어 들었다. 그리고 결국 거품은 꺼졌다. 거품이 컸을수록 큰 고통이 뒤따랐다. 그 고통은 투기판에 뛰어들었던 사람들뿐 아니라 뛰어들지 않았던 사람들도 감당해야 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규제다. 규제가 있어야 투기 거품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거품 붕괴 이후 닥쳐오는 불황의 고통을 피할 수 있다.

 

1624년 황제튤립은 당시 암스테르담 시내의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1,200플로린(당시 금화)에 거래되었다.
1636년 겨울로 돌아가 변종이든 정상적인 것이든 튤립 한 뿌리를 사는 동기는 짧은 기간 안에 '나보다 더 바보'에게 팔아넘겨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투기적 광기는 직업적 소명의식과 정직, 검약 등과 같은 자본주의 윤리를 뒤엎어버렸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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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자왈
巧言令色足恭 교언영색주공
左丘明恥之 좌구명치지
丘亦恥之 구역치지
匿怨而友其人 익원이우기인
左丘明恥之 좌구명치지
丘亦恥之 구역치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번지르한 말, 꾸민 얼굴빛, 과한 공손함을
좌구명은 부끄럽게 여겼다.
나도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원한을 감추고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좌구명은 부끄럽게 여겼다.
나도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2008.5.11.
좌구명은 공자님 이전의 현자다.
足恭(주공)은 지나친 공손함을 뜻한다 (足, 지나칠 주).

 

2014.2.15.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격의 시작이다.

 

2025.5.26.
교언영색(巧言令色)은 '학이'편에서 처음 나왔다.

글을 고치다 실수가 있었다. 날짜를 덮어썼다. 이전 글은 공야장 24, 다음 글은 공야장 2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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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격동의 50년과 나의 증언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1,2

 

손정목 지음
한울 펴냄

 

줄곧 서울에서 살았지만 서울의 지리와 역사를 잘 모른다. 이 책은 6.25 때부터 서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이야기한다. 서울시 건설 분야 공무원이었던 저자의 경험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했다. 다만 저자의 구술을 옮긴 듯한 문체는 적응이 필요했다 (잘 읽히지 않았다). 총 5권의 시리즈지만 2권까지 읽고 중단한다.

 

(저자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기(1968년 4월)부터 도시화가 성숙된 1990년 6월까지 중앙도시계획위원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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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House of Debt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29년 대공황이 있었다. 그리고 2008년 이에 버금가는 경제적 재난이 있었다. 이 책이 "대침체"라고 지칭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이 책은 치밀한 데이터와 논리로 대침체의 본질을 설명한다. 대침체의 본질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이었다. 얼핏 지금(2025년) 우리나라가 생각난다면, 정확하다. 나도 그것 때문에 집중하며 숨 가쁘게 읽었다. 이 책의 빛나는 점은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사실 설명에 그치지 않고 "책임분담 모기지 제도"라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혜를 모으고 행동한다면 붐-버스트를 반복하는 지금의 부조리한 경제 체제를 바꿀 수 있다.

아주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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