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가슴 아린 이별 이야기 10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조금씩 다른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그린다. 번역 좋았다. 작가의 미묘한 표현을 잘 잡아 전달한다 (번역 별4 ★★★★).

지금보다 어렸을 적 나는 시가 좋은 것을 몰랐다. 지금은 시를 좋아한다. 비슷하게 지금의 나는 이런 사랑 이야기가 좋은 것을 모르겠다.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이 없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지 모르겠다.

 

"헤더는 풀이를 제출한 유일한 학생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그것이 시험이었어요. 헤더는 통과했고."
"그럼 이제 저는 A를 받게 되나요?"
"아뇨. 차를 좀 얻어 마시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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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지음
아작 펴냄

 

제목을 보고 나이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인 줄 알았다. 읽고 보니 통통 튀는 표현의 SF 코미디 모음집이었다. 설정이나 묘사가 치밀하진 않지만 재밌는 아이디어를 정말 재밌게 풀어낸다. 단편 하나하나마다 웃음 포인트 하나는 꼭 있다. "작가의 말"도 작품 본편만큼이나 재밌다.

 

여전히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기묘한 발견의 기쁨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지도교수 S씨와 마주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을 통해 정보를 과거로 전송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퇴근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 즉 정보가 과거로 흐른다는 것, 바로 초광속 통신의 기본 골자인 ‘Salyojo 프로토콜’ 의 기본 원리가 발견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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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alation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펴냄

 

테드 창의 글은 전작처럼 여전히 치밀했다. 단순한 상상을 견고한 설정으로 발전시켜서 있을 법한 사건을 전개한다. 그리고 예측 못한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작가의 주된 고민은 필연과 자유의지였다. 인생이 필연의 연속이라면 그래도 우리는 그 인생을 살아야 할까? 인생이 필연의 연속이어도 거기에 자유의지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을까?

재밌는 이야기였고,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우리는 누구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 다음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건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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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인간의 법칙

64괘에서 배우는 인간과 자연의 지혜

 

이창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만약 주역 책을 하나만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은 한문으로 전해오는 괘사나 효사를 번역한 책이 아니라 "주역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내가 찾던 책이다.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이 책은 주역으로 점치는 법을 설명한다. 이게 무척 좋았다. 점치는 법 설명을 듣고 나서야 "효가 변한다", "괘가 변한다"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젠가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을 인용한 설명이 좋아서였다. 융도 공자님처럼 나이 50이 되어 주역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주역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탐독해서 64괘를 모두 외워 적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저자는 융의 이론과 주역의 문장을 엮어 "필연"이 통하는 세계를 설명한다. 이 세상엔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과학의 영역뿐 아니라 우연과 계시로 이루어진 신비의 영역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에 와서 이 책을 만나 주역을 더 공부하고 싶어진 것도 어쩌면 우연이고 계시이고 신비이지 않을까?

절판되어 어렵게 구한 책이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구해 읽은 보람이 있었다. 주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은 재미와 큰 재미가 있는데, 주역 점을 쳐서 잡다한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작은 재미이고, 주역을 관조하며 자연법칙 속의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큰 재미라고 한다. 사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알아가는 것은 큰 재미가 맞다.

 

주역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좋은 결실을 위해서, 곧 내 삶의 모든 쓰임이 이롭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내 쓰임의 행동과 결단이 온전하고 바람직한 것이 되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주역은 이용하기 좋다. 그것은 이용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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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마지막 공부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김승호 지음
다산초당 펴냄

 

주역은 문왕과 주공이 짓고 (BC 1000년경, 약 3000년전), 공자께서 해설하신 책이다 (BC 500년경, 약 2500년전). 공자께서는 나이 50에 주역의 가치를 깨닫고 그때부터 깊이 공부하셨다고 한다. 주역은 64개의 괘로 세상 모든 일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상징체계다.

처음에는 공자도 보통 사람처럼 쉽게 접했던 것이고, 다만 이 내용이 심오하다는 것을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리라. 이때가 바로 공자가 50세 무렵이었던 거라고 생각된다.
먼저 세상의 모든 사물이 8개로 분류되었고 이것이 합쳐져서 64개의 현상으로 발전한다. 이로써 세상의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 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없다. 공자는 주역의 이러한 절대적 논리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64개라는 숫자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세상 모든 일을 64괘로 분류해서 설명하겠다는 주역의 야심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현실 세계에서 어떤 문제를 겪을 때 고려하는 경우의 수가 64개에도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문제를 마주해서 64개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것은 굉장히 깊게 숙고하는 것이다. 어쩌면 64괘의 상징체계는 현실을 보다 더 풍부하게 살펴보라는 가르침일 수 있다.

무한한 사물을 이해하는 데 유한한 괘상을 사용하는 것이 주역의 유용성이다.
세상의 사물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유형별로 나누면 64개밖에 안 된다. 무한히 많은 사물이 고작 64개의 논리로 다 설명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주역의 위력이다.

 

주역 공부는 사물을 보고 괘상을 알아내는 것과 괘상을 보고 사물을 찾아내는 것 두 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지혜와 인격을 닦는 일이다. 그것은 부단한 공부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주역 공부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역이란... 보통 사람도 해독 가능한 학문이다. 주역은 그리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공자는 자상하게 상황에 따른 처신을 알려 주었지만 괘상 그 자체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이는 몹시 아쉬운 일이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괘상을 연구하는 일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바 성인이 사소한 문제까지 관여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은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이로써 인격이 향상될 수 있다.
주역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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