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이명박 대통령님,
기록 사본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협상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티었습니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다'라는 부속실장의 전갈만 받았습니다.

우리 쪽 수석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담당 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장과 상의할 일이나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의 드리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
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
언제 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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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복음 7장 15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하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의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 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복음 1장 5절)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 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 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2. 먼저 들으셔야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4.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진은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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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대한민국

궁시렁 2008. 6. 29. 14:10

청와대 "촛불시위 좀 더 단호히 대응할 방침"
SBS | 기사입력 2008.06.29 08:06

<靑 국정운영 스타일 일대변화 예고>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06:21 | 최종수정 2008.06.29 09:13

실제 한승수 총리는 지난 26일 쇠고기 고시 시점에 맞춰 두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불법 폭력시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면서 예전에 들을 수 없었던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국가정체성 확립과 경제살리기라는 두가지 국정기조를 정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국정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선진국들은 다 시위진압에 최루탄 쓴다"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05:17

`촛불집회' 주최단체 간부 첫 구속(종합)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28 17:15 | 최종수정 2008.06.28 17:45

경찰, 女 시위대 또 '발'로 구타 · 곤봉세례(종합)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01:41 | 최종수정 2008.06.29 03:39

李대통령, 라이스 장관 포옹하며 반갑게 맞아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6.28 17:41

유인촌 장관, 비공개로 조선일보 사과방문
데일리서프 | 기사입력 2008.06.27 19:39 | 최종수정 2008.06.29 13:1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조선일보를 방문해 전날밤과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조선일보를 위로하고 사과했다.



저들(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국민은 과연 무엇일까?
통치의 대상? 훈육의 대상? 지치도록 놔두면 금방 잊어버릴 덜떨어진 무엇?
섬김이나 소통의 대상은 분명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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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view.html?cateid=1018&newsid=20080527102714587&cp=yonhap&RIGHT_COMM=R1

<`촛불시위'에 다시 시름잠긴 與>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27 10:27

...

하지만 요 며칠 새 서울 도심에서 연일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이번에는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공안정국 회귀'라는 비판도 받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나서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조직적 배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위는 조금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면서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고 국민이 얘기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정치 세력이 개입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지금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는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주동자 없이 진행되고 있다. 주동 세력 없이 몇만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광장에 모이고, 구호를 외치고, 행진을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하는 것이 배후 타령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렇다.

국민은
국민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자기 국민의 건강이 위태로와지는 사태를 감수하면서,
쇠고기 수입 개방 카드를 캠프데이비드 숙박권과 홀라당 맞바꿔 먹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치 판단에 어처구니 없어 하는 것이다.

국민은
중국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폭력 시위에는 침묵으로 대응하면서,
자기 국민의 평화 시위에는 가차 없는 무력과 처벌로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의 가치 판단에 어처구니 없어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지나온 100일의 시간이 100년처럼 느껴진다. 하루도 사건 없이 지나온 날이 없었고, 하루도 '오해'라는 해명 없이 지나온 날이 없었다. 지금 거리에 나서는 국민들은 정당하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시건방진 담화문에 담긴 독선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누군가의 사주대로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분노하고, 행동하는 인격체다. 뜬금 없이 머슴이라면서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황송한 말은 집어치우고, 그냥 동등해도 좋으니 사람 취급이나 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의 배후 원인은 온전하게 이명박 정부다. 인간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행태가 분노할만 하지 않은가? 지금 국민은 조용히 말로 해서는 도저히 들은 척도 안하는 정부에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제발 말 좀 들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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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유감

궁시렁 2008. 4. 10. 00:21
60%정도의 국민이 투표권을 자진 포기했다.
정치적으로 가진 거라곤 알량한 투표권 하나밖에 없으면서도 그걸 포기했다.
블로그 세상엔 투표를 포기한 이유와 그에 대한 쿨~한 소감 같은 것들이 올라온다.
암것도 가진 것 없는 나같은 놈은 그런 쿨한 소감이 미치도록 불편하다.
내가 살기 팍팍한 상황이 올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이다.
그런 글 쓰는 시간에 투표 하고 오겠다. 그거 몇 분이나 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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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내게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대통령 노무현은 자연인 노무현으로 돌아온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 선거에 이겼다고 언론을 도배하고 인수위가 참여정부 접수한다고 할 때만 해도 억장이 무너진다거나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거나 마음이 허전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 새벽은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할까? 어제 늦은 저녁 MBC가 방송한 노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를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2004년 나를 길바닥으로 내몰았던 탄핵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다시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후보시절 문성근의 명연설을 다시 들어서 그런 걸까?

 
어제 저녁부터 나는 인터넷을 둘러보며 지난 5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5년은 노무현의 5년이기도 했지만 나의 5년이기도 했다. 노하우, 서프라이즈, 노하우21, 무브온21을 거치며 쓴 글 목록도 둘러보고 더불어 탄핵 동영상, 문성근 동영상, 유시민 동영상, 기타 등등 노무현과 내가 걸어온 길을 두루두루 둘러봤다.

 
나는 지금 대단히 슬프다.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퇴임한다고 노무현이 죽는 것도 아닌데 괜히 둘러보다 마음은 우울해지고 궁상스럽게 눈가에 이슬도 맺히고,

 
노무현이 언론에 난타 당한 것도 슬프고 국민들에게 인간말종 취급 당한 것도 슬프고 그의 업적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슬프고 노무현 두둔하려고 써갈긴 내 글도 슬프다. 다 슬프다.

 
내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돼 노무현 한 명 방어 못하고 무참하게 얻어터지는데 수수방관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자괴감마저 느낀다.

 
이렇게 괜찮은 대통령이 이렇게 바보 취급을 당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구 언론의 견제를 당하는 것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사실이 아닌데, 왜곡인데, 거짓말인데, 두 눈 다 뜨고 5년 내내 당하기만 한 노무현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다. 화가 난다.

 
노무현이 잘못한 것은 아군 적군 신경 안 쓰고 자신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국정에 현실적으로 반영하려고 한 것 뿐이다.  아군이 하지 말라는데 대북송금 특검하고 이라크 파병하고 대연정 제안하고, 적군이 하지 말라는데 역사 바로 세우기하고 권위주의 청산하고 기득권 불편하게 만들고.

 
욕먹을 것 각오하고 적과 아군이 싫어하는 것 마다치 않으며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을 수행한 노무현은 특정 세력이 아닌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으나 적군과 아군은 그 행위가 싫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노무현 탓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5년 동안 온갖 수모 겪으며 이제 그 임기를 끝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 내가 자연인 노무현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해 줄 것이 없다.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하고 해 줄 것도 없고, 무기력하게 한숨만 내 쉬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노무현의 모습만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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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바보다. 저런 대통령 다시는 못 만난다. 저렇게 사심 없이 국가와 국민을 사랑한 대통령은 다시 못 만난다. 무소불위의 권한은 쓰는 것 보다 안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 대통령의 권한은 안 쓰면 안 쓸수록 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민주주의가 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

 

박정희 전두환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야 대통령이다, 라는 봉건, 사대주의 의식을 가진 국민들에게 노무현은 사치일 뿐이다. 그들 기준에 노무현은 깜도 아니니까.

 
왜 대통령이 저렇게 힘이 없어? 계엄령 내리고 긴급조치 내리고 체육관 대통령 만들어야 힘이 있는 건가? 사법부 쥐고 흔들고 경찰, 국세청 쥐고 흔드는 것이 힘이 있는 건가? 무엇이 민주인지 선진국인지 모르는 국민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 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그렇게 동경하는 미국의 대통령들이 노무현처럼 통치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고 민주주의가 된 것이다, 라고 말이다.

 
박정희식, 전두환식이 좋다고 이명박 뽑는 국민 수준이 지속되는 이상 한국의 민주주의, 선진국은 요원하다.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가 나오는 것 뿐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노무현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수 십년 해묵은 썩은 정치를 순식간에 바로잡고 권위로 가득찬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고 권력기관을 독립시키고 단군이래 최고의 안정적 경제기반을 구축한 노무현의 업적은 그 누가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잘한 것이 그렇게 많은데, 잘한 것 나열하려면 책을 쓸 정도인데 내가 왜 노무현 칭찬에 인색해야 하나. 잘한 것 못한 것 가감승제해도 잘한 것이 훨씬 많은데 꿀릴 것이 뭐가 있나. 언어가 거친 것? 이무리 거칠어도 지금의 이명박 당선자만 한가? 나는 그 누구 앞에서건 너무나도 떳떳하게 노무현 칭찬을 할 수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나? 왜 된장을 똥이라 하고 똥에 향수 뿌려 된장이라고 하나. 조중동과 수구세력이 아무리 된장을 똥이라고 몰아세워도 된장이 똥이 되진 않는다. 노무현의 정책은 커다란 옹기에 제대로 발효된 진짜배기 된장이며 그 된장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국가의 밑반찬으로 활용될 것이다.

 
좋건 싫건 내일이면 대통령이 바뀐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겐 관심 없고 퇴임하는 대통령에게만 관심 있다면 내가 너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인가?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하나. 싫은 건 싫은 거고.

 
퇴임하는 사람에겐 여전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취임하는 사람에겐 기대할 것이 전혀 없는데, 유일한 기대라곤 경부운하 파지 말라는 것, 사고 치지 말고 참여정부가 하던 정책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 그것 밖에 없는데.

 
나는 월요일 날 텔레비전을 절대로 보지 않을 것이다. 취임식만 쏠리지 봉하마을 소식은 보도도 안 할 것 아닌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울역에 나가 노대통령 귀향하는 모습이라도 먼 발치에서 보며 손 흔들어 주고 힘찬 박수를 보내줄 생각이다. 그것이 내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존경과 경의의 표시이다.

 
기차 타고 내려가는 대통령에게 서울역 광장에서 난 이렇게 속으로 말 할 것이다.

 

노짱님,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노짱은 내게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by 김찬식
                                   http://www.moveo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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