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이전 독서 '증오의 세기'는 흥미로웠지만 힘든 독서였다. 참혹한 전쟁과 인간의 증오심에 절망한 때문이었다. 이번 독서도 편한 독서는 아닐 것 같았다. 


전 지구인이 먹고도 남을만큼 식량을 생산하고 있는 지금, 5초마다 한명씩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다. 진보적인 교사들조차도 교육현장에서 이런 참혹한 기아에 대해 토론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유엔 소속 활동가다. 이 책은 지은이가 아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기아의 현실과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지은이가 설명하는 기아의 이유는 탐욕이다. 권력의 탐욕, 자본의 탐욕이 기아의 원인이다. 


아프리카의 세네갈은 식민지 시절 오직 한가지 작물(땅콩)만 재배하여 종주국 프랑스에 수출하고 필요한 식량을 수입하는 왜곡된 경작 구조를 갖게 됐다. 지금이라도 경작 구조를 바꾸면 식량 자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식량 수입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 관료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현재의 경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세네갈 농민들은 풍요로운 땅에서 부지런히 일하면서도 굶어 죽는다. 권력의 탐욕이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1970년, 칠레에서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굶어 죽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유의 무상배급을 공약으로 내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시 칠레의 분유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아옌데가 분유를 공짜로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제값을 주고 사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칠레 정부에 대한 모든 협력을 거부했다. 결국 아옌데의 공약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자본의 탐욕이 아이들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희망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의 희망에서 어슴프레한 위안을 얻는다.

얇은 책이다. 깔끔한 번역이었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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