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김종철,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얇은 책이다. 얇지만 주제는 무겁다.
이 책은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현실적'인 생각이라며 당연하다 생각하는 '경제성장은 좋은 것이다'라는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으로 인해 파이가 커지면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상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에 의하면 '가난함'이나 '부유함' 같은 개념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인 개념이다. 즉, 정의로운 분배는 경제가 성장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정치적인 문제인 것이다. 탁견이다.

인류가 이땅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경제성장'을 추구한 역사는 불과 100년 남짓이다. 세상을 선진국과 후진국으로구분하고 후진국에게 '경제성장'을 적극 권장한 것은 불과 50년 남짓이다. 그것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1949년 1월 10일 취임연설에서 미개발국가에 대한 기술적,경제적 원조를 미국의 '정책'으로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그 50년동안 인간 외부의 풍요롭던 자연환경과 인간 내부의 다양했던 지역문화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경제성장의 기반은 자연환경이다. 유한한 자연환경 속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는 20세기에 물건너 갔다고 진단한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불완전한 조화일 뿐이다. 그나마도 우리가 무한성장의 환상을 깨고 각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우리의 각성이 너무 늦지 않기를 희망한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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