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은 천재다.
천재답게 그는 진리에 몰두한다. 처음엔 물리학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으나, 운명은 그를 수학으로 인도한다.

수학자들 사이에는 두가지 상이한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수학 너머에 수학적 실체(불변의 진리)가 존재하며 인간은 선험적 이성을 통해 이 실체에 다가선다는 입장이다. 수학자들은 보통 어떤 원리나 증명을 생각해낼 때 이를 "만들었다"라고 말하지 않고 "발견했다"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런 입장에서 나온 표현이다.

다른 하나는 수학은 숫자와 기호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게임이며 어떤 불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수학 너머에는 '진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학은 진리에 대해 서술할만한 '꺼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입장의 대표자로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걸쳐 힐베르트가 이끈 형식주의(formalism) 그룹이 있다. 형식주의자들은 수학적 증명의 토대가 되는 공리계를 단순하고 엄밀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공리계란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하는 수학적 명제들의 집합이다. 공리계에서 인간의 직관을 걷어내면 수학에 관계된 모든 추측과 원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형식체계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형식주의자들은 수학을 단지 기계적인 논리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즉, 모든 수학적 증명은 공리계에 대한 정교한 기호적 변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다음과 같다.
제 1정리. 모든 형식체계에는 증명 불능의 식, 즉 그 자체는 물론 그 부정도 증명할 수 없는 식이 존재한다.
제 2정리. (따라서) 어떤 형식체계의 무모순성은 그 체계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다.

1930년 초반, 괴델은 이상의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발표했다. 이로 인해 모순 없는 객관적 형식체계를 만들려했던 힐베르트의 실험은 파산했다. 괴델은 완전하면서 모순 없는 기계적인 체계가 불가능함을 '증명 불능의 식'이 존재함을 증명함으로써 밝혀낸 것이다.

수학자들의 이야기에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책은 '불완전성 정리' 자체보다 괴델의 고독했던 삶을 매력적으로 서술한다. 이 책을 통해 괴델의 증명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저자의 잘못도 역자의 잘못도 아닌 나의 한계였던 것 같다. 증명에 관한 짧은 챕터를 건너 뛰고 평가하자면, 깔끔하게 잘 번역했다.

레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고종숙 옮김
도서출판 승산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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