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역사

독후감 2009. 9. 28. 22:54

까치글방 펴냄
버나드 루이스 지음
이희수 옮김

중동은 어릴적 TV만화로 재밌게 본 '신밧드의 모험'이 펼쳐진 무대다. 그리고 내 큰아버지께서 젊어서 일하신 곳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중동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그게 전부였다. 다소 야만적이고 호전적일 것이라는 느낌. 종교적으로 엄숙하고, 마초적인 정서가 지배적일 것이라는 선입견만 있었을 뿐이다.

중동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 위치한 지역이다. 그 어느 지역보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지금의 이라크 지역엔 바빌론이 있었고, 지금의 이란 지역에는 페르시아가 있었다. 그리고 두말할 필요 없는 이집트가 지금도 거기 있다. 중동은 모래사막뿐인 황량한 지역이 아니라 인류의 고대 문명을 간직한 풍요로운 지역이다. 중동에 대해 알고 싶었다. '중동의 역사'를 고른 이유다. '중동의 역사'는 중동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왕조의 역사 뿐 아니라 문명의 역사, 문화의 역사도 함께 다룬다. 한 사람의 저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고 풍부하게 설명한다.

중동은 이슬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슬람은 정복 전쟁을 통해 지금의 중동 지역뿐 아니라 동유럽, 북아프리카, 스페인에 이르는 방대한 제국을 세웠다. 당시, 피정복민들은 이슬람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슬람은 관용의 종교였다. 다른 종교의 존재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으로 개종할 경우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노예출신 황제와 노예출신 군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세금도 적었다. 당시 서민들로서는 이슬람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중동의 역사를 '중간의 역사'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대에서 펼쳐진 역사이고, 시기적으로 중세 시대에 최전성기를 누린 역사라는 의미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7세기 후반까지 강력한 세력을 자랑했던 이슬람은 근대에 이르러 몰락했다. 이책은 근대 이후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그들이 어떤 고난을 겪어 왔는지 설명한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며 이슬람 지역의 주요 국가인 터키를 형제의 나라로 인식하게 됐다. 터키도 이슬람의 일원으로서 아픔 많은 근대사를 겪었다. 여러모로 공유할 꺼리가 많은 나라다.

번역이 훌륭했다. 책 중간의 사진들도 만족스러웠다. 좋은 책이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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