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6·15 선언 9돌’ 강연…“국정기조 안 바뀌면 정부도 국민도 불행”
권혁철 기자 이제훈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일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워 매우 걱정”이라며 “방관하면 악의 편”이고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 특별연설에서 “지금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준비된 원고 없이 한 즉석 연설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을 예로 들며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국민들이) 정의롭게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며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는 것은 용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를 오래한 제 경험과 감각으로 볼 때 만약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이명박 정부도 국민도 모두 불행해진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의롭게 살아온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는다”며 “노 전 대통령이 고초를 겪을 때 500만 문상객의 10분의 1이라도 나서서 ‘전직 대통령을 모욕 주고 이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고 서명했다면 노 전 대통령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이 합의한 6·15와 10·4 선언을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력히 충고한다”며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을 다시 복구하고, 개성공단에 노동자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에서 매일같이 남한에 무력대응하겠다고 한다. 전세계에 60년씩이나 이러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반대는 6자회담에서 해야지 절대 전쟁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일어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고위관리, 주한 외교사절,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권혁철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지금 이순간 나라를 위해 개념 있는 한마디를 던져주는 어른은 김대중 대통령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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