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18. 12. 31. 11:06

2018년에는 30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는 독서 패턴을 조금 바꿔봤다. 한 달 정도 같은 주제를 유지하면서 관련된 책들을 연달아 읽었다. 주어진 주제를 더 깊이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의 맥락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내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분야별로 좋았던 책들을 꼽아본다.

철학 분야
바가바드 기타
살다보면 사는 이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수학 분야
틀리지 않는 법
올바르게 이해해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

과학 분야
이기적 유전자
게임이론과 진화학의 만남

실용 분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현명해지려면 현명하게 독서 하라

문학 분야
당신 인생의 이야기
황당한 생각이 개연성 있게 납득되는 마법

사회 분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유쾌한 인생 이야기 (살고 죽는 이야기)

역사 분야
갈리아 전쟁기
무적 카이사르의 무용담

심리/인지과학 분야
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
우리는 선악을 구분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

올해 읽었던 과학 분야 책들은 모두 좋았다. 최고로 꼽은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이고, '과학혁명의 구조'와 '시간의 역사'도 읽을 수 있어 영광일 정도로 좋았다.
'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는 키케로의 '의무론'과 같은 맥락에서 읽은 책이다. '윤리학' 관점에서 삶을 고민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굳이 올해 최고의 책을 한 권만 꼽자면,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이다.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현명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엔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읽을 참이다. 작년에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독서하는 힘이 크게 늘어난 것을 느꼈다. '실천이성비판'은 '순수이성비판'보다 더 많이 추천 받는 책이다.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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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1712~1778) 지음
김중현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시대상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1755년 출간됐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1781년)'이 출간되기 30여년 전이고, 다윈의 '종의기원 (1859년)'이 출간되기 100여년 전이다.

책의 주제
1753년 루소는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서 디종 아카데미가 내건 다음과 같은 논문 현상공모를 접한다.

인간들 사이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

자연법은 자연의 본성이 규정하는 법이다. 즉, 이 공모는 인간 불평등이 자연본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소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미개인
루소는 자연 속의 미개인과 사회 속의 문명인을 비교한다. 루소가 추정한 미개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은 자유인이다. 미개인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한다. 삶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욕심을 모른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비굴해질 일이 없다. 자연 속의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모두 자유롭다.

문명의 발달과 인류의 타락
문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저주였다. 인간은 문명의 힘으로 생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잉여를 만들어 냈다. 잉여와 더불어 탐욕이 생겨났다. 탐욕을 채우는 과정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겨났고 복잡한 사회구조가 발전했다. 불평등의 기원은 문명이었다. 문명을 발전시킬수록 불평등이 심화됐다.
1750년대의 루소는 사회 발전의 최종 귀착지가 전제군주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제군주제 아래서 인간은 다른 의미로 평등해진다. 전제군주에게 복종해야 하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되 모두 예속적이다.

희망이 있다면
루소가 희망을 가진 것은 동정심이었다. 동정심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성이다. 동정심은 이기심을 극복하는 힘이며, 법(법은 문명의 결과다) 없이도 살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전제군주는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분열시키려 시도한다. 이런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문명의 저주를 되돌릴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일 것이다.

얇은 책이었지만 번역된 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쉬운 번역이었다 (번역 별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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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1941~) 지음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이 책은 <이기적>이라는 선명한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 <이기적>이라 함은 내가 남보다 잘되려 하는 (더 잘 생존하고, 더 잘 증식하려 하는) 성향을 말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던 것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도 아니다. 이 책은 과학책이다. 윤리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보편성에 주목해야 한다.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와 남의 기준을 이해하면 <이기적> 유전자가 그렇게까지 이기적이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범위는 개체를 초월한다. 이 책에 따르면 유전자는 자기의 복사본 모두를 <자기>라고 생각한다. 내 부모의 몸 속에 있어도, 내 후손의 몸 속에 있어도, 다른 동물의 몸 속에 있어도 같은 복사본을 모두 <자기>로 여긴다. 사람과 침팬치는 99%의 유전자를, 사람과 고양이는 95%의 유전자를, 사람과 바나나는 6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유전자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정말로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생각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이해함에 있어 <이기적>이라는 특성보다 <유전자>의 연대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을 오독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의 증식 본능 하나로 생명체의 진화를 간단히 설명하는 점, 이를 ESS (Evolutionary Stable Strategy, 진화적으로 안정된 생존전략) 개념으로 발전시킨 점이 이 책의 성취다. 특히 게임이론을 진화학 분야에 적용한 ESS 개념을 알게 되어 기뻤다. 제목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독서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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