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주사위

독후감 2008. 4. 21. 09:49

일반인에게 통계학이란 학문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쓰여진, 수식이 전혀 없는 수학책이다.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통계학의 발달 과정을 인물 중심으로 소개한다.

책은 통계학 이전의 세계관과 통계학 이후의 세계관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통계학 이전의 세계관은 기계론적 세계관이다. 계측도구가 발달하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오차 없이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과학 공식이 발달하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오차 없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통계학 이후의 세계관은 확률론적 세계관이다. 계측도구가 아무리 발달해도 오차 없는 실험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됐고, 과학 공식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확률적인 분포일뿐 절대적인 예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수학이란 학문이 과학과 철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책에 등장하는 통계학의 영웅들은 순수하게 숫자만을 다루지 않았다. 그들은 과학분야에 수학적 이론을 적용하려 시도했던 과학자들이었다. 서문에서 과학자들이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이유에 대한 짤막한 언급이 나온다. 그 이유는 그 분야가 재미있어서라고 한다 (단지 재미 있어서일 뿐이라고 한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번득이는 두뇌를 가진 그들이, 단지 재미 때문에 한분야에 몰두하기로 결심하는 가치관과, 또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사회구조가, 지금 선진국들이 갖추고 있는 과학 문명의 뒷배경일 것이다. 오버일지 모르겠지만, 밥벌이를 기준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그리고 그래야 하는 우리나라 젊은 두뇌들의 현실이 안타까왔다.

이책은 짧은 챕터로 나뉘어 있고 각 챕터마다 한 인물의 생애와 통계학적 업적을 소개한다. 어지간한 소설보다 재미있다. 번역자 스스로 통계학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저자의 의도를 잘 전달해준다. 이정도의 번역서를 만난다는건 드문 행운이다.

데이비드 살스버그 지음
최정규 옮김
도서출판 뿌리와 이파리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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