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달러』

독후감 2021. 11. 14. 21:27

달러

the DOLLAR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엘런 H.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
AK 출판사

 

2009. 8.17.

현재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들을 정리한다.

화폐의 의미

화폐는 재화의 교환을 위해 만들어낸, 가치에 대한 상징이다. 그 가치가 금 같은 귀금속일 필요는 없다. 본질적으로 따졌을 때, 화폐가 상징하는 가치는 땅속에 매장된 귀금속의 가치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내는 재화(물품과 서비스)의 가치다. 중세 영국에서는 국가에 대한 부역 의무를 나무에 새겨 화폐처럼 사용했다. 이를 '부절'이라고 불렀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해

'부절'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 화폐다. 그래서 국가는 '부절'을 필요한 만큼 만들어 시장에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절' 시스템을 사용했던 중세 영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다. 유통되는 '부절'이 늘어나면 유통되는 '가치 (물건과 서비스)'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흔히 화폐의 공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통화량 조절 업무를 은행권 전문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미국은 통화량 조절 업무를 연방준비위원회에게 맡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엄청난 디플레이션이 반복됐다. 왜일까?

현 금융위기의 본질

문제는 연방준비위원회가 명칭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철저한 민간조직이라는 점에 있다. 연준위는 연준위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은행가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은행가들은 우여곡절 끝에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했고, 이를 이용해서 금융자본을 탐욕스럽게 확장시켜 왔다. 현 금융위기의 본질은 금융자본의 과도한 대출과 그로인한 거품이다. 다시 말해 무리한 담보대출이 부실해지면서 은행이 망하게된 상황이다. 이제 그들은 국민의 세금과 통화발행을 통해 도산을 피하려 할 것이다.

한국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이것은 미국 얘기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세계의 변방, 한국에 사는 힘없는 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소견이 좁아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무탈하게 위기를 넘기고 경제 상황이 풀리기를 희망할 뿐이다. 다만 가능하다면 당분간은 은행 대출을 자제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미국달러의 가치와 미국은행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향후 국내 금리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21. 11.14.

십 년 전 마지막 문단에 덧붙였던 초라한 전망에서 그나마 건질 것이 있다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고백뿐인 것 같다.

당시 나는 돈(채무 기반 화폐)에 붙는 이자 때문에 모든 경제 활동의 성과가 결국엔 은행가의 차지가 되고 만다는 책의 설명에 마음이 불편했었다. '채무 기반 화폐'에 대한 당시의 불편함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안화폐가 필요하다는 책의 지적에 공감한다.

제퍼슨은 몇 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쁜 것은 지폐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지폐로 가장한 민간의 빚이었다. 그저 '돈을 가진 체하는' 은행가들에게 진 빚이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를 직접 겪었다. 돈에 대해서, 경제 구조에 대해서 고민할 이유가 충분하다.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돈,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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