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der of Time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저자는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다. 중력장을 연구한다. 저자의 연구는 아직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유력한 이론이라고 한다. 시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는데, 기존 상식을 버려야 따라갈 수 있다. 사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도 친숙한 상식을 버려야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아닌가.

시공간이 중력장이고, 중력장이 시공간이다. ...
시간의 양자적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을 '양자중력'이라 부르는데, 내 연구 분야다.

 

양자역학 덕분에 과학에 관찰자의 관점, 다시 말해 '주관'이 도입된 것 같다. 책은 텅빈 시간과 공간이라는 무대 안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또는 사물과 사물, 정확히는 사건과 사건)이 서로 얽혀 시공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묘하고 낯설었다.

시간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니라, 관계들의 느슨한 망이 된다.

 

이번 독서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 엔트로피의 뜻을 알게 됐다. 항상 헛갈렸던 "엔트로피가 낮다, 높다"는 말의 뜻을 반복학습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됐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뜻한다. 그래서 엔트로피가 낮다는 말은 질서정연하다는 뜻이고, 엔트로피가 높다는 말은 무질서하다는 뜻이다).

아주 먼 과거 세상의 엔트로피는 우리에게 매우 낮게 나타난다.

 

저자의 정체성은 물리학보다 문학 쪽에 있는 것 같다. "세상을 규정하는 물리법칙" 같은 표현 대신 "세상을 읽는 문법"이라는 표현을 쓴다. 챕터마다 인용하는 문구들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식견이 엿보인다. 게다가 서양인임에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다. 양자 사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는 설명에서 얼핏 작은 꽃들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화엄세상을 만든다는 불교 교리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책의 말미에서 작정하고 불교 경전을 인용한다.

기원후 1세기에 제작된 팔리어 불교 경서인 《밀린다왕문경》에서 나가세나는 밀린다 왕의 질문에 답할 때 실체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

 

작고 예쁜 하드커버 양장본이다. 그림이 많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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