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다룬 역사책이다.

내가 가진 근대에 대한 기억은 유럽이 압도적인 무력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를 정복했던 시기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책은 압도적인 유럽이라는 이미지가 유럽이 승리했기 때문에 남겨진 결과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메리카에서 압도적이었던 것은 전염병이었다. 유럽이 상륙한 시기에 만연한 전염병 때문에 아메리카의 선주민들은 이미 궤멸 상태에 놓여 있었다. 더구나 살아남은 아메리카 선주민들조차 전염병을 몰고온 유럽인들을 공포스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유럽이 거둔 승리는 박빙의 승리였다. 아프리카의 경우 유럽인들의 전쟁관과 아프리카인들의 전쟁관이 서로 달랐다. 유럽의 전쟁은 땅을 뺐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프리카의 전쟁은 사람을 얻기 위해 (노예로 쓰기 위해)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아프리카인들은 전쟁에 이기기 위해 사람을 무참히 살육하는 유럽인들의 잔인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시아가 정복된 것은 아시아 국가들 내부의 갈등이 주 원인이었다. 유럽은 적은 수의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아시아 현지인들을 고용하여 무력을 행사했다. 백성이 사랑하지 않는 아시아의 구 정권이 외세를 버텨낼 수는 없었다.

압도적인 책 두께 때문에 걱정했는데 무게와 내용이 의외로 가벼웠다. 이야기가 재밌어서 술술 잘넘어갔다.

대항해시대,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
주경철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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