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조국 지음
한길사 펴냄

 

다 알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지식은 신문기사 제목을 대강 훑어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00여 건의 압수수색과 100만여 건의 언론 보도를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참혹했다.

검찰이 얼마나 불의한지 언론이 얼마나 비열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검찰과 언론이 한패였다. 검찰과 언론이 온 힘을 다해 한 가족을 죽이려 했다. 검찰이 언론에 수사 정황을 흘리는 것은 불법이지만, 검찰 조직에 내면화된 수사 기법이기도 하다. 수사정보 유출을 이유로 처벌 받은 검사는 지금껏 없었다.

핵심은 검찰 개혁이다. 조국 장관이 장관직을 수락한 것도, 장관직을 사임한 것도, 또 검찰이 유래 없이 한 가족을 집요하게 핍박한 것도 (검찰의 핍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감히 검찰을 개혁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모든 고난에도 불구하고 조국 장관은 때를 살펴 언행의 형식을 골랐을 뿐 언행 자체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때를 살펴 행동한다. 이 책의 제목이 '조국의 시간'인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이유가 있으면 주저 없이 행동하는, 칼날처럼 올곧은 선비다. 살아남아 이 시대를 함께 버텨주는 저자가 고맙다.

 

한국 검찰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선출된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심지어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고, 실천해왔다... 이 과정에서 검,언,정 카르텔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공화국'이 아니라 '공화국의 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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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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