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첫 문장을 해석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게 2007년 12월 16일이었다. 가능하면 매일, 하루 한장씩 글을 올리려했다. 지금이 2010년 1월말이니 2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나름 뭔가 이룬 것 같고 뿌듯하고 대견하고 기쁘다.

논어를 읽고 소화하고 블로그에 옮겨 적는 과정은 내 스스로를 위한 공부였다. 큰 공부가 됐다. 논어 첫구절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를 보면 學(학, 배움)이란 단어 앞에 목적어가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배울 대상이며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도 앎과 배움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조심했지만, 논어를 옮기면서 공자님의 권위를 빌어 잘난체 했을지도 모르겠다. 모자란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

논어가 가장 강조하는 개념은 仁(인)이다. 그런데 공자님은 仁(인)이 무엇이라고 단정적으로 가르치지 않으셨다. 논어 어디에도 "仁(인)은 이것이다"라는 정의가 없다. "그것은 仁(인)이 아니다" 라던가 "그만하면 仁(인)하다 할 수 있다" 정도의 설명이 있을 뿐이다. 仁(인)이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제 넘지만 무리해서 仁(인)을 정의한다면 "仁(인)하다" 함을 "인격을 갖췄다" 라는 의미로 정의하고 싶다. 인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말하는 법도 배워야 하고, 화내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부지런히 익혀서 실천해야 한다. 인격을 드러내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강물처럼 끊임 없이 변화하며 흐르는 시간과 상황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쉽지 않다. 평생을 두고 배우고 익히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논어는 문장이 치밀하게 연결되는 책이 아니다. 여백이 많다. 오래도록 읽기에 좋다. 평생을 읽어도 좋을 책이다. 다행이지 않은가? 평생 읽어야 할 책이 평생 읽어도 좋으니 말이다. 논어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떠오른다. 생활하면서 문득 문장이 떠오르고 이해되기도 한다. 좋은 문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질 것 같다.

2010년 1월 25일.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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