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전현수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

 

우리는 무지하다. 그래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서린 행동을 그것이 자기에게 해가 되는 줄도 모르고 행한다. 무엇이 자기에게 이로운지 알게 된다면 달라질 것이다. 자기의 몸과 마음을 그리고 세상을 관찰해서 '앎'을 얻고 그 '앎'에 기반해서 이로운 행동을 찾아 행하는 것이 불교라고 한다. 관찰을 통해 앎을 얻자는 불교의 방법론이 과학적이라고 느꼈다.

저자는 불교를 수련하는 정신과 의사다. 불교를 많이 언급한다. 혹시나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종교적 선입견을 내려놓고 독서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무아(無我)'를 '내 몸도 내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님'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재밌었다. 나도 세상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괴로움을 덜 수 있다고 한다. 독서하는 동안 나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왜 인간 존재가 괴로움일까요? 우리가 바라는 것과 실제 상황이 늘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은 그것들이 움직이는 원리, 다시 말해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 우리의 소망은 그 과정에서 눈곱만큼도 작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은 우리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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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해냄 펴냄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며 그래서 감정에 대한 공감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한다. 타인의 감정도 그렇고 자신의 감정도 '체중을 실어'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설명한다. '체중을 싣는다'는 저자가 말버릇처럼 많이 쓰는 표현이다. '진심을 다한다'는 뜻인 것 같다.


자신의 전문지식을 누구나 가정상비약처럼 구비해 놓고 일상에 활용하게 하겠다는 마음에서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저자의 마음이 따스했다.

 

전문가들의 심리학이 아닌 적정한 심리학이 필요하다!
적정한 기술이 삶을 바꾸듯 적정한 심리학 이야기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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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펴냄

 

자주 짜증내고 화를 낸다. 삶이 편안하지 못하다. 무언가 처방이 필요했다.

2천4백년 전 그리스 사람 아리스토텔레스는 화도 적절히 사용하면 유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2천년 전 로마 사람 세네카는 단호했다. 화는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악덕이며, 따라서 조절할 대상이 아니라 제거할 대상이라고 했다. 훌륭하게 번역된 글을 읽어가며 세네카의 주장에 공감했다 (번역 별 4 ★★★★).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결연한 행동이 필요한 순간에도 화가 아니라 이성에 의지해 행동할 것이다.

 

화는, 화낸 사람에게 반드시 되돌아온다!

심지어 몸으로 싸우는 격투 선수들조차... 마침내 주먹을 날리는 때는 화가 날 때가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다.

상대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파괴되는 것도 불사하고, 상대를 난파시키기 위해 자신도 그들과 함께 익사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화란, 얼마나 광포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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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스님 지음
수오서재 펴냄

매년 겪는 일이지만 작년보다 한살 더 먹었다. 삶의 무게와 권태가 더 심해졌다. 무언가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잔다. 평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내가 이 책을 만난 이유일 것이다.

좋았던 이야기 하나.
당신은 무엇을 잘하거나 어디에 유용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다.

좋았던 이야기 둘.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거든 조속한 해결을 재촉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동안 함께 버텨주어야 한다. '함께 버틴다'는 표현이 좋았다.

좋았던 이야기 셋.
깨달음은 시작일 뿐이다. 깨달은 후에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격을 닦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훌륭한 요약과 함께 책을 권해준 청년이 고마왔다. 젊은 사람에게서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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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1959~) 지음
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펴냄


긴 글을 읽기 어렵다고 느낀 적 있는가? 인터넷을 확인하려는 욕구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 있는가? 이 책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리의 뇌는 경험에 따라 그 구조가 변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는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 그런데 인터넷은 산만함을 훈련시키는 도구다. 우리는 인터넷을 서핑할 때 끊임 없이 표시되는 알람과 하이퍼링크에 반응하다 결국 원래의 목적을 잊고 방황하곤 한다.
우리의 뇌는 인터넷을 쓸수록 산만해진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편의성 때문에, 장차 우리가 인터넷을 포기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 그리고 그 속의 인공지능 때문에 잃게 되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시간을 들여 집중하고 기억하고 숙고할 때 깊은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집중과 기억과 숙고의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위임하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일관된 주장을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책이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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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악에 끌리는가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


프란츠 부케티츠(1955~2018) 지음
염정용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011.6.13.
저자는 인간의 도덕관념이 신의 하사품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인간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당위적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지적한다. 도덕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일 때에만 지켜질 수 있으며 가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다. 매끄러운 문장은 아니었으나 정확한 번역이었다.

2018.6.16.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이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한다. 인간이 윤리학을 갖게 된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고찰한다.

독서하면서 내게 선악을 구별할 능력이 있는지, 만약 구별할 수 있다면 굳이 선을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독서모임 토론에서 귀한 조언을 들었다. 지금 갖게 된 생각을 메모해둔다.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선악 기준 따윈 없다. 각자가 가진 기준을 모아 보편적인 기준을 지칭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선악 기준이 먼저 존재하고 개인들이 그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각자의 선악 기준이 먼저 존재하고 이를 종합해서 보편적 기준을 지칭하는 것이다.
개인은 미미할지라도 분명 보편적 기준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살아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아집을 버리고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기준을 좀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다. 선과 악이 있을 때 선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라고 생각한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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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1956~)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1.1.15.
당연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나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음을 잊곤한다. 지금 사는 내 주위의 모두가, 모든 사람과 생명이, 다소 늦거나 빠르기는 하겠지만 언젠가 함께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주변의 모두에게 악하게 굴 수 없다. 조금 비약하자면 모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공유하는 전우다.

이 책은 사람이 태어나서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쳐 죽을 때까지의 변화를 저자와 저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풀어낸다. 그리고 각 시기를 바라보는 유명인들의 통찰이 담긴 한마디를 빼곡하게 소개한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유쾌한 글이다. 책을 읽으면, 인생을 한번 살고 죽은 느낌이 든다.

2018.5.27.
위로가 된 구절을 발췌한다.

아버지는 으쓱하더니 말했다.
죽는 건 쉽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그건 하잖니. 사는 게 재주지.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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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매튜 D. 리버먼 지음
최호영 옮김
시공사 펴냄


뇌과학, 인지과학, 심리학은 재미있는 분야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어김 없이 기본 상태로 돌아가 무언가 한다. 바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추측하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그 기본 상태를 <심리화 체계>라고 소개한다. 진화 과정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즉 세계를 사회적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에게 대단한 혜택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한다. 사실 이런 자기 통제는 자기 뿐 아니라 사회에도 이익이 된다. 뇌과학적 실험에 따르면 우리의 <자기>는 주위 사람들의 가치와 신념을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는 허구의 개념이다. <자기>가 없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기 통제, 즉 <예>를 강조하는 유교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라마찬드란의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와 관련 있는 책이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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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생

죽음 이후의 삶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최준식 옮김

대화문화아카데미 펴냄


160쪽 남짓의 아주 짧은 책이다.

호스피스로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퀴블러 로스 여사의 경험을 담았다.


우리에게는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고통만 주어진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에 의하면 인생은 고통으로부터 사랑을 배우는 기회라고 한다. 고통으로부터 분노만 배우는 인간으로서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었지만, 죽음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납득할 수 있었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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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책의 주제를 제대로 요약한다.

흔한 자기 계발서인줄 알고 기피했는데,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아 읽게됐다. 활자가 크고, 두께가 얇은 데다가, 문체가 쉬운 책이었다.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해서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한다. 타인을 배려하되 타인의 영역에 개입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을 통해 공동체 감각을 느끼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에 연연하는 것은 삶에 대한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주의를 준다. 논어의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문장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멋진 번역이었다 (번역 별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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